미국의 `아르테미스(Artemis)Ⅰ` 로켓이 16일(이하 미국 동부시간) 다섯 번째 시도에서 마침내 달을 향해 발사돼 반세기 만의 달 복귀를 향한 첫걸음을 뗐다.
유인우주선 `오리온`을 탑재한 대형 로켓 `우주발사시스템`(SLS)은 이날 오전 1시 48분(한국시간 16일 오후 3시 48분)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 39B 발사장에서 밤하늘에 불꽃 궤적을 그리며 우주로 날아올랐다.
아폴로 임무를 수행한 `새턴Ⅴ` 이후 가장 강력한 로켓으로 개발된 SLS는 발사 2분 만에 양옆의 고체 로켓 부스터를 시작으로 우주선을 감싼 페어링과 비상탈출시스템, 1단 로켓 본체인 `코어 스테이지`(core stage) 등을 차례대로 분리하며 지구 저궤도로 상승했다.
SLS는 발사 약 90분 뒤 상단 로켓(ICPS)이 지구중력 밖 `달전이궤도`에 진입해 오리온 캡슐을 달로 가는 안정적 궤도에 올려놓게 된다.
SLS는 전날 밤부터 시작된 약 75만 갤런(284만ℓ)의 초저온 액화 수소와 산소를 연료탱크에 채우는 과정에서 수소 누출이 확인돼 한때 연료 주입이 중단되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수소 연료 누출은 코어 스테이지의 수소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고 자연 감소한 분량을 보충하는 이동식 발사대의 밸브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해 비상대응팀이 출동해 밸브 연결 부위를 조이는 등 긴급 조치를 했다.
이로 인해 이르면 오전 1시 4분에 발사하려던 것에서 44분가량 지연됐다.
달전이궤도에 오른 오리온은 자동항법장치를 이용해 발사 엿새째인 21일 달에 약 100㎞까지 접근한 뒤 중력을 이용해 달의 뒷면에서 6만4천㎞까지 더 나아가는 `원거리역행궤도`(DRO)를 비행하고, 내달 11일 샌디에이고 연안의 태평양에 입수하는 것으로 25일 11시간 36분에 걸친 무인 비행을 마친다.
이 과정에서 오리온은 아폴로13호가 세운 기록을 깨고 지구에서 약 45만㎞ 떨어진 곳까지 비행하는 유인우주선 심우주 원거리 비행 기록을 세우게 된다.
SLS와 오리온은 1972년 아폴로17호 이후 50여 년 만에 달에 우주비행사를 착륙시키려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주력 로켓과 우주선으로 개발됐으며, 이번이 첫 비행이다.
길이 98.1m로 새턴Ⅴ(110m)보다 짧지만 최대 추력이 880만 파운드(3천991t)로 15% 더 향상된 SLS는 기술적 문제로 두 차례 발사가 중단되며 차질을 빚기는 했으나 이번 발사를 통해 우주발사체로서 안정적 성능을 입증했다.
SLS는 지난 8월 29일 1차 발사 시도 때는 RS-25 로켓 엔진의 온도센서 결함으로, 9월 3일 이어진 2차 발사 시도 때는 수소연료 누출 등의 문제로 초읽기가 중단되며 발사가 취소됐다. 이후 허리케인 영향으로 두 차례 더 발사 일정이 잡혔다가 취소되거나 조정된 것까지 고려하면 다섯 번째 시도 만에 우주발사에 성공한 셈이 됐다.
오리온 캡슐에는 우주비행사 대신 마네킹이 탑승해 각종 센서로 심우주 비행 과정과 지구 대기권 진입, 입수 등의 상황과 우주 방사능 영향 등을 기록한다. 이 자료들은 2024년에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진행될 아르테미스Ⅱ 비행에 활용된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로마신화에서는 아폴로)의 쌍둥이 남매이자 달의 여신 이름을 따 지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이르면 2025년에 아르테미스Ⅲ 미션을 통해 인류 최초의 여성과 유색인종 우주비행사를 달 남극에 착륙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NASA는 이를 통해 이벤트성 우주 탐사에 그치지 않고 달 상주 기지와 달 궤도 우주정거장 건설 등을 통해 달 자원을 개발해 실질적으로 활용하고, 심우주탐사 기술을 발전시켜 화성 유인 탐사의 전진기지로 활용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런 구상이 현실화하면 지구 저궤도의 우주정거장을 넘어 달과 화성 등으로 인류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 진정한 의미의 우주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아르테미스Ⅰ 미션에는 SLS와 오리온 설계와 제작, 지상시설 비용 등을 모두 합해 적어도 370억 달러(48조9천470억원)가 투입됐으며, 2025년까지 비용이 930억 달러(12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