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각국 기업들의 생산시설 투자가 미국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런 상황에 대응하려면 국내 투자에 대한 지원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확보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1일 발표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와 대응방향 검토` 보고서에서 이같은 의견을 내놨다.
한경연은 "세계 주요국은 글로벌 공급망 확보와 자국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IRA 발효로 국내 전기차·배터리 등 제조업체에 심각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전 세계 주요 산업 생산시설이 미국으로 쏠릴 수 있어 국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IRA 시행으로 전기차·배터리 관련 제조 시설은 최대 30%, 배터리·태양광·풍력 관련 부품 생산시설은 10%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북미 내 최종 조립, 배터리 핵심 광물 조달국 비율 충족 등 요건을 맞춘 전기차를 구매할 때 최대 7천500달러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미국이 이같은 혜택을 통해 자국 기업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은 물론 세계 주요 산업 생산시설의 미국 내 유치까지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반면 한국은 2014년 해외진출기업복귀법 제정 이후 114개 기업만이 국내로 복귀하는 저조한 성과를 거두고 있어 국내로 복귀하는 기업에 비해 미국 등 주요국으로 진출하거나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기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들의 국내 복귀를 확대하려면 리쇼어링 대상을 확대하는 쪽으로 해외진출기업복귀법 개정이 필요하며, 우량 기업의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첨단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보조금, 추가 세제혜택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아울러 IRA가 규정한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적용받으려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리튬(Li), 니켈(Ni), 코발트(Co)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의 공급망 다변화도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조언했다.
IRA는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에서 채굴 또는 가공된 광물이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된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여야 세금 혜택을 주도록 규정했다. 따라서 칠레, 캐나다 등 대체수입국을 찾아 IRA 규정에 부합하는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규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하고 첨단기술 경쟁에 대응하려면 최소한 해외 주요국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법인세 인하,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인상 등 지원과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