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내려온 멧돼지가 도심지역에 출몰하는 사례가 최근 잇따르고 있어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6시 6분께 경기도 성남시에서 "분당구 수내동 지하차도에 멧돼지인지 사슴인지 큰 동물이 쓰러져 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은 쓰러져 있던 멧돼지가 갑자기 일어나 도로를 이리저리 뛰어다니자 자칫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 권총으로 실탄 3발을 쏴 멧돼지를 사살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성남에서는 다음날인 이날도 멧돼지 출몰이 이어졌다. 성남시청은 이날 "분당구 중앙공원 인근에 멧돼지가 출몰해 포획 중이니 시민들은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지난 8일 대구시 북구의 아파트에 성체로 추정되는 멧돼지 2마리가 출현해 1마리가 사살됐고, 지난달 27일에는 부산시 부산진구의 공원에 새끼 멧돼지 4마리가 나타났다가 인근 산으로 달아나는 일도 있었다.
서울 도심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13일 창덕궁 후원에 멧돼지가 나타나 후원 관람과 `창덕궁 달빛 기행`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 당국이 즉시 수색에 나섰지만, 멧돼지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고, 행사는 재개됐다.
그러나 같은 달 15일 다시 멧돼지가 출현함에 따라 행사는 재차 취소됐다. 결국 이 멧돼지는 출동한 엽사의 총 2발을 맞고 사살됐다.
이처럼 최근 멧돼지의 도심 출현이 잇따르는 데 대해 당국은 멧돼지 개체 수 증가 때문이 아니라 교미기를 맞아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의 2021년 야생동물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 당 멧돼지 서식 밀도는 2017년 5.6마리, 2018년 5.2마리, 2019년 6.0마리, 2020년 3.3마리, 2021년 3.7마리이다.
멧돼지 개체 수는 2019년 정점을 찍은 뒤로 많이 감소했는데, 이는 당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멧돼지 포획단을 크게 늘리는 등 방역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기도의 경우 멧돼지 포획 건수가 2018년 3천309두였다가 2019년 1만2천523두로 거의 네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듬해인 2020년에도 1만2천138두를 포획했고, 이후 멧돼지 개체 수가 감소하면서 포획 건수도 지난해 5천554두, 올 9월 기준 3천480두로 줄었다.
경기도 관계자는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이후 멧돼지 개체 수가 많이 줄었다"며 "10월 이후 교미기에 접어든 수컷 멧돼지들의 활동성이 증가하면서 서식 반경이 넓어져 도심까지 출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상황은 2019년 이전 멧돼지의 잇따른 도심 출현과는 다른, 특이 사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도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대처로 2020년부터 멧돼지 개체 수가 크게 줄었다"며 "이듬해 멧돼지 개체 수가 약간 늘어나기는 했지만, 한꺼번에 많은 새끼를 낳고 그 중 상당수가 폐사하는 멧돼지의 특성을 고려하면 현재의 개체 수 변동은 유의미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사례처럼 종종 멧돼지가 도심으로 내려오는 일이 있는데, 짝짓기 철을 맞아 매우 날카로워져 있으므로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멧돼지와 가까이에서 마주쳤을 때 ▲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침착하게 멧돼지의 움직임을 똑바로 바라볼 것 ▲ 가까운 나무 등 은폐물 뒤로 몸을 피하고 다음 행동을 예의주시할 것 ▲ 공격 위험을 감지하면 높은 곳으로 신속히 이동하거나 가방 등 가진 물건으로 몸을 보호할 것 등의 행동 요령을 안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