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한 몸처럼 살아가는 10대 학생들에게서 스마트폰을 전면 금지한 미국의 한 작은 고등학교의 `실험`이 화제가 되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매사추세츠주 윌리엄스타운의 기숙학교 벅스턴 학교가 1년간 교내에서 스마트폰을 없애는 사회적 실험에 나서 작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지난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벅스턴은 학생 57명으로 구성된 작은 학교다.
작은 규모의 기숙학교인 만큼 교사와 학생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학교 일을 나눠서 하는 가족적인 분위기를 자랑했지만, 스마트폰이 점점 이런 공동체 의식을 깎아먹었다.
학생들은 밥을 먹을 때도, 심지어 전화 사용이 금지된 수업 시간에도 스마트폰에 얼굴을 파묻었다. 방과 후에 친구들과 휴게실에 모여앉는 일은 점점 줄었다.
2020년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돼 학교가 수개월간 문을 닫고 원격수업을 하면서 상황은 악화했다.
지난해 한 학생이 학교에서 일어난 다툼을 실시간 영상으로 찍어 올리는 사건이 일어나자 학교 측은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라는 결단을 내렸다.
올가을 새 학기부터 학생들은 교내 스마트폰 소지가 금지됐다. 교사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 대신 휴대전화 업체인 라이트폰과 제휴를 맺어 전화·문자 등 최소한의 통신 기능만 있는 휴대전화를 전교생에게 지급했다. 라이트폰으로는 인터넷 브라우저나 카메라, 애플리케이션 등은 사용할 수 없다.
이 정책이 발표되자 처음에는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존 칼라포스 교감은 "다들 울고 선생님들한테 소리를 질렀다"라며 "학부모님들 반응도 엇갈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두 달가량 지나 학생들은 소셜미디어나 단체채팅방 없는 삶에 그럭저럭 적응하고 있다.
이 학교 학생 비아 사스(18)는 폭탄처럼 쏟아지는 알림과 메시지에 답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산책이나 공부를 할 수 있게 돼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는 1년에 걸쳐 학생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금지 정책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할 계획인데, 9월에 시행한 첫 조사에서는 `걱정했던 것만큼 나쁘진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학생들이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것은 아니다.
특정 상황에서는 태블릿PC나 스마트워치를 소지할 수 있고, 노트북 컴퓨터로는 소셜미디어 접속도 가능하다.
향후 관건은 학생들이 내년 여름방학 때 집에 돌아가거나 졸업해 대학교로 떠난 후에도 스마트폰을 멀리할 수 있느냐다.
최근 4일간의 긴 주말을 보낸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되돌려받았는데, 상당수가 다시 스마트폰을 쓰려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야말리아 마크스(17)는 휴대전화를 다시 쓰니 마치 범죄를 저지르는 기분이었다면서 올해 스마트폰을 쓰지 않게 되자 친구를 더 많이 사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덜 하니 훨씬 행복하다"면서 "다시 항상 폰을 들고 다니는 삶으로 돌아가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