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90분 발언으로 전 세계 억만장자들의 재산이 밤사이 약 590억 달러(약 84조 원) 증발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파월 의장이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장중 한때 상승 전환했던 증시가 급락하기 시작했다"면서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등록된 상위 500명의 재산도 약 590억 달러(약 84조 원) 사라졌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FOMC 성명서에 반색한 미국 증시가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에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앞서 FOMC 성명서가 발표된 직후 S&P500 지수는 1% 이상 급등했고,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4% 아래로 떨어지는 등 증시 투자 심리가 개선되는 듯 했다. 다만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추가 긴축을 시사하는 발언을 남기자 증시 분위기가 급격히 반전됐다.
이날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추후 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며 시장이 기대하던 `속도 조절론`을 꺼내들었다. 다만 해당 발언 이후 "최종금리가 지난번 예상했던 것보다 높아질 수 있다"며 미국의 최종금리가 지난 9월 점도표에서 제시된 4.6%보다 높은 5%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금리인상 중단에 대한 논의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당분간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가 유지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파월의 매파적인 발언 이후 증시 투자 심리는 순식간에 얼어붙기 시작했다. 다우와 S&P500 지수는 전일 대비 각각 1.55%, 2.50% 급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장 막판에 대형 기술주들을 중심으로 투매 현상이 나타나며 3.36% 폭락했다.
대형 기술주들이 무너지면서 억만장자 최고경영자(CEO)들의 재산도 실시간 증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재산은 약 90억 달러(약 13조 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재산은 약 48억 달러(약 7조 원) 감소했다. 또한 빌 게이츠, 래리 엘리슨, 래리 페이지, 스티브 발머, 세르게이 브린 등의 CEO들도 각각 20억 달러(약 3조 원) 이상의 재산 손실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올해 연준이 고강도 긴축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기술주 CEO들의 재산이 연초 대비 약 3,000억 달러(426조 원) 이상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등록된 상위 500명의 총 재산은 연초 대비 약 20% 하락한 1조 6천억 달러(약 2,276조 원) 감소한 상태다. 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약 21% 급락했다.
(사진=블룸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