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유가로 천문학적인 이익을 올리고 있는 석유 기업들을 향해 `횡재세`를 물리겠다며 유가 인하를 압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석유 기업들이 주유소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초과 이익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며 횡재세로 불리는 새로운 과세 방안에 대한 검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석유 기업들이 거둔 이익을 생산과 유가 인하를 위해 투자하라고 촉구하면서 만약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이들 기업이 가산세를 내고 기타 제한 사항에 직면하도록 하는 요구를 의회에 촉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외부적 요인에 따라 치솟은 유가로 앉아서 엄청난 수익을 올린 석유 기업에 세금을 더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침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주요 요인인 유가가 유권자에 피부에 직접 와닿는 사안이어서 유가를 잡지 않고서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에서 승기를 가져올 수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석유 업계의 이익 규모는 터무니없다"면서 "기록적인 이익에도 미국 국민을 지원하기 위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 기업의 이익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부터의 횡재(windfall)라고 했다.
실제로 미 주요 석유 기업들은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다. 엑손 모빌은 3분기에 197억 달러(약 28조 원)의 영업수익을 올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배나 많은 수익을 가져갔다. 셰브런도 3분기에 112억 달러(약 15조9천억 원), 셸은 94억5천만 달러(약 13조4천억 원)의 수익을 각각 올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이런 상황을 지적하면서 메이저 석유사들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지난 29일 트위터에 "석유 기업들이 3분기에 수십억 달러 수익을 올려놓고도 생산 투자와 미국인의 비용 감소 대신 부유한 주주들에게 수익을 주는 데 사용하고 있다"며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하지만 석유 기업들에 대한 이러한 횡재세 부과 방침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게 미 언론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상원과 하원을 민주당이 모두 장악한 현재 의회 구도에서도 상원에서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할 수 있는 60표가 필요해 공화당에서 최소 10명의 찬성표가 나와야 하는데, 공화당은 이런 입법에 거당적으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석유 기업에 압박을 가하는 이러한 요구를 공식적으로 채택하는 것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고유가와 고물가가 정부 여당에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에 이를 타개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석유 업계는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중소형 업체들로 구성된 미국독립석유사업자협회(IPAA)는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비난 게임을 중단하고 대신 미국에서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 석유·가스 노동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