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치하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의 친구 중 한 명이었던 하나 피크-고슬라어가 별세했다. 향년 93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안네 프랑크 재단은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안네의 일기에서 `가장 친한 친구`로 언급됐던 피크-고슬라어의 별세 소식을 전하면서 애도를 표했다.
재단은 피크-고슬라어의 구체적인 사망 일시나 사인 등은 밝히지 않았다.
피크-고슬라어의 가족은 1933년 나치가 정권을 잡자 독일을 떠나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해 안네 가족의 옆집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피크-고슬라어와 안네는 소꿉친구가 돼 유치원과 학교를 함께 다녔다.
독일이 1940년 중립국이었던 네덜란드를 침공하고 1942년 안네 가족이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를 피해 다락방으로 몸을 피하면서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됐다.
안네는 1942년 6월 14일 일기에는 `하넬리(피크-고슬라어의 애칭)와 잔은 한때 가장 친한 친구들이었다. 사람들은 우리가 항상 함께 있는 걸 보고 `저기 안네, 하나, 잔이 간다`고 말하곤 했다"고 적기도 했다.
두 사람은 1945년 2월 독일 베르겐벨젠 강제수용소에서 재회했다. 서로 다른 구획에 수감된 두 사람은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가끔 얼굴을 마주했다. 하지만 안네는 같은해 3월 발진티푸스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 한 달 뒤 연합군은 베르겐벨젠 강제수용소를 나치 독일의 손에서 해방했고, 피크-고슬라어는 1947년 이스라엘로 이주해 간호사가 됐다.
안네 프랑크 재단은 피크-고슬라어가 고통스러운 과거를 떠올리기 힘들어하면서도 평생 나치의 만행을 알리는데 앞장서 왔다면서 "그는 `나는 살아남았지만, 안네는 그렇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엇이 벌어졌는지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껴왔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