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의 공세가 가을비란 복병을 만나 발목을 잡힐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가을을 맞아 쌀쌀하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동부와 남부 전선을 막론하고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양측 모두가 군화와 차량 바퀴에 두껍게 올라붙는 흙덩어리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일대에선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비포장 도로와 평원이 거대한 진흙탕으로 변해 통행이 힘들어지는 시기가 있다. 눈 녹은 물이나 비가 배수되지 않으면서 흙이 곤죽처럼 물러지는 탓이다.
이 현상이 발생하면 군마와 대포가 진창에 빠져 이동할 수 없게 되는 까닭에 역사적으로 전쟁에서 공격 측에 불리하게 작용해 왔다. 1812년 러시아 원정에 나선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와 제2차 세계대전 와중인 1941년 소련 침공을 감행한 아돌프 히틀러는 이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우크라이나 측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큰비 때문에 군사장비의 이동에 어려움이 초래되고 있다면서 루한스크주 외의 다른 지역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점령지 탈환에 나선 남부 헤르손 지역은 농경지 사이로 관개수로가 이리저리 나 있는 탁 트인 평원이어서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군의 공세가 늦춰지고 있다고 NYT는 진단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병력과 화력에서 우세한 러시아군을 우월한 기동력과 정보력으로 기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상황은 땅이 다시 얼어 굳을 때까지 기존의 `치고 빠지기` 전술을 쓰기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양측은 헤르손주(州)의 주도 헤르손시를 놓고 일전을 벌일 기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헤르손에 이어 2014년 러시아에 강제병합된 크림반도까지 수복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에 맞서는 러시아는 참호를 파고 병력을 충원하면서 방어선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헤르손은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가장 먼저 점령한 도시로,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과 크림반도를 육로로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