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돈이 건너갔다는 직접적인 물증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며 유 전 본부장 진술의 신빙성이 향후 재판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뇌물 등 비밀스러운 `뒷돈`이 오간 사건에서는 직접적인 물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애초부터 정상적인 자금거래가 아닌 만큼 주변 시선이 없는 장소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데다가 자금 추적을 피하고자 현금을 주로 이용하는 탓이다.
따라서 대부분 사건에서 유·무죄를 가르는 것은 자금을 건넨 공여자의 진술이다.
법원은 뇌물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공여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하고,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해왔다.
신빙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이해관계 유무 등을 폭넓게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상항에서는 직접적인 물증이 없더라도 유죄가 선고되는 판례가 많았다.
실제로 과거 정치권을 뒤흔든 `박연차 게이트`에서도 법원은 금품의 최종 전달자인 고(故) 박연차 회장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돼 신빙성이 있다며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피고인 대부분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부원장 사건 역시 통상적인 정치자금법 사건과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이 김 부원장에게 돈을 건넨 직접적인 증거는 남아있지 않은데다 6억원 가량의 뒷돈이 현금으로 전달돼 추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달 장소 역시 차 안과 같은 제3자가 없을 가능성이 큰 기밀한 공간이 지목된다.
김 부원장 측은 검찰이 유 전 본부장 진술에 `놀아났다`는 입장이다.
구속된 김 부원장은 현재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진술 거부권을 행사중이다.
김 부원장 변호인은 이날 취재진에 "검찰이 기록으로 갖고 있을지는 몰라도, 우리가 알기론 유동규 진술 외엔 증거가 없다"며 "돈을 받지 않았다는 입장에서 진술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런데도 김 부원장의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금품의 최종 전달자인 유 전 본부장이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하는 데다가 `자금원`이었던 남욱 변호사, 전달자 역할을 한 정민용 변호사 등 관련자들의 진술도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 측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이 전달된 시기와 장소를 기록한 메모지, 해당 장소를 드나든 관련자의 차량 출입 내역 등 주변 증거들도 확보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뇌물 혐의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은 편이다. 수수 금액이 수억원대인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는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징역 1∼2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김 부원장이 실제 돈을 받았더라도 그 과정에 개입한 제3자나 자금 용처 등은 밝히지 않은 채 형사 책임을 지려 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