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경제여건 불확실성으로 기업 신용위험이 증가하자 국내 은행들이 당분간 기업대출의 문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4분기 대출태도 지수는 13으로 3분기(6)보다 7포인트(p) 높아졌다.
총 204개 금융사의 여신 총괄책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는 신용위험, 금융기관 대출태도, 대출수요에 대한 평가를 가중평균해 100과 -100 사이 지수를 산출한다.
지수가 양(+)이면 `(신용위험·대출수요) 증가` 또는 `(대출태도) 완화`라고 답한 금융기관 수가 `감소` 또는 `강화`보다 많다는 뜻이다.
즉 국내 은행의 4분기 대출태도 지수(13)가 양(+)으로 집계된 만큼 전반적으로는 대출 태도를 완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차주별로 살펴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3으로 나타나 은행들이 기업에 대해서는 대출태도를 강화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가계주택은 3분기 8에서 4분기 17로, 가계일반은 6에서 19로 각각 높아져 은행들이 완화적 태도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국내은행들이 대출건전성 관리 필요성과 불확실한 대내외 경기상황 등으로 전분기에 이어 4분기 기업에 대한 대출태도를 강화할 전망"이라며 "반면 가계에 대해서는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로 금융기관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일반자금 대출을 중심으로 완화적 태도가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예상한 4분기 신용위험지수는 39로, 3분기(31)보다 8포인트 높아지면서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2분기(42) 이후 가장 높았다.
4분기 대기업의 신용위험 지수는 17, 중소기업은 31로 3분기(11, 25)보다 6포인트씩 상승했다.
가계 신용위험은 3분기 33에서 4분기 42로 9포인트 높아졌다. 2020년 2분기(40)를 넘어서는 것이자 2003년 3분기(44) 이후 약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경기 둔화 가능성에 따른 일부 취약차주의 상환능력 저하,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대 등으로 가계 신용위험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고 설명했다.
4분기 대출수요 지수는 -6으로 3분기(-10)에 비해 4포인트 개선됐다.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인해 가계주택(-17)과 가계일반(-14)의 대출수요는 감소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회사채 발행시장 위축 지속, 유동성 확보 등의 요인으로 대기업(6)과 중소기업(3)의 대출수요는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4분기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태도지수를 살펴보면 상호저축은행(-32), 상호금융종합(-38), 신용카드(-25), 생명보험(-20) 모두 대출 문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채무 상환능력이 악화할 우려가 커지면서 비은행기관의 차주 신용위험은 모든 업권에서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상호저축은행 차주 신용위험지수는 4분기 34로, 2013년 4분기(32) 이후 가장 높았고, 상호금융조합(40), 생명보험(34) 역시 통계 확인이 가능한 2014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의 경우 부동산 등 담보가치의 하락이 신용위험 증가요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비은행금융기관 서베이는 지난해 3분기 표본 개편이 있었던 만큼 시계열 비교는 유의해야 한다고 한은 측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