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차 당 대회(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6∼22일)를 통해 집권 3기를 출범시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다음 행보는 본격적인 정상외교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중앙아시아 순방 등을 통해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2년 이상 중단했던 대면 외교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던 시 주석은 내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정상외교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를 하지는 않았지만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내달 초 중국 방문과 시 주석의 11월 다자회의 참석이 예상된다.
숄츠 총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달 초 경제사절단과 함께 방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내달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11월15∼16일·인도네시아 발리)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1월18∼19일·태국 방콕)에 시 주석의 참석이 유력시된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 8월 19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G20 참석을 위해 자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고, 태국 외교부 타니 상랏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말 시 주석의 APEC 참석을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통해 구두로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도 시 주석이 당 대회에서 집권 연장을 확정지은 뒤 중국의 `앞마당` 격인 동남아를 방문해 다자 정상회의에 참석함으로써 자신의 강화된 위상을 국내외에 선포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시 주석의 정상외교는 미중 전략경쟁의 격전장 중 한 곳인 동남아에서 우군 확보에 나서는 측면과 함께, 각을 세우고 있는 서방과의 관계 재설정 면에서도 주목된다.
시 주석은 당 대회에서 본격적으로 제기한 `중국식 현대화`, `인류운명공동체 건설`, `패권주의 반대`, `개발도상국들과의 협력 강화` 등을 설파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대서방 외교의 경우 시 주석은 숄츠 총리를 중국에서 만난 뒤 11월 다자회의 참석 계기에 미국과 유럽 등의 지도자들과 양자 회담을 할 전망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성사 여부다.
참석 여부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6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만날 생각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만약 시 주석이 온다면 시 주석을 만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중 정상이 G20 또는 APEC 계기에 동남아에서 만난다면 두 정상의 첫 대면 정상회담이 된다.
시 주석은 당 대회를 계기로 최고 지도부에 측근 4명을 투입함으로써 고도의 권력 강화를 이뤘고, 공산당 영도와 중국 특색 사회주의 견지를 핵심으로 하는 `중국식 현대화` 모델을 선언했다.
국내에서 절대적 권위를 확보하고, 서방의 자유민주주의와 차별화한 `중국 모델`을 제시한 상황에서 시 주석이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굳이 피할 이유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안에 대한 접점을 찾기 어려울지라도 만나서 당당하게 국익을 주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내적 권위 강화에 활용하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존재한다.
외교가는 미중 대면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집권 3기에 미중 전략경쟁에 임하는 시 주석의 기조를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에 대한 고강도 경제 압박과 외교·안보상의 포위망 구축에 여념이 없는 미국에 `강대강`으로 맞설지, 대만 문제 등과 관련해 타협점을 모색함으로써 집권 3기 대외 관계를 안정적으로 가져갈지 여부가 회담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와 더불어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대면 정상회담도 동남아 다자회의 계기에 성사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