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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세계 경기와 한국 경기는 어떻게 예측하나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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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는 ‘뉴 앱노멀’ 시대로 요약된다. 누니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종전의 이론과 규범, 그리고 관습이 더이상 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래 예측까지 어렵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용어다. 예측이 어려울수록 무용론까지 제시되고 있으나 오히려 정확해야 혼돈에 빠진 경제주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안내해 줄 수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전문가일수록 예측을 잘못했을 경우 나타나는 ‘마이클 피시 현상’이다. 마이클 피시는 1987년 한 어부가 200년 만에 불어 닥친 초대형 허리케인 제보를 무시해 영국 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줬던 당시 유명한 BBC 방송의 기상 전문가다. 전문가의 말을 믿다간 오히려 더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22년 세계 경제 예측에서 가장 흔들렸던 항목은 ‘인플레이션’이다. 2021년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을 계기로 시작된 인플레 논쟁은 세계 중앙은행 격인 미국 중앙은행(Fed)이, 그것도 세계 중앙은행 총재 격인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마이클 피시 현상에 따른 파장은 의외로 컸다.

<그림 1> 글로벌 인플레 지표(자료: 각국 통계청, 한국은행)


2022년 재테크 분야의 예측은 ‘10만 전자, 1억 비트, 천슬라’로 대변된다. 특히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 우드가 50만 달러가 갈 것으로 내다봤으나 지금은 2만 달러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제로’로 갈 것이라는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과 함께 코인 투자자에게 양대 적으로 몰리고 있다.

주식 투자자에게 가장 큰 손실을 가져다줬던 예측은 ‘10만 전자’였다. 특히 대형 증권사일수록 12만 전자도 가능하다는 예측을 믿고 삼성전자 주식을 산 동학개미가 한때 500만명에 육박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에서 5만 전자도 붕괴를 위험에 처하자 손실 폭이 커진 투자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학개미들이 많이 갖고 있는 테슬라 주가는 삼성전자보다 더 심하다. 1년 전 테슬라 주가가 1000달러가 넘어서자 “3000달러는 무난하고 5000달러까지 가능하다”는 극단적인 낙관론이 나오면서 ‘3천 슬라’ ‘5천 슬라’라는 용어가 나왔다. 하지만 지금의 테슬라 주가는 600달러(액면 분할 후 200달러)도 붕괴될 위험에 몰리고 있다.

2023년, 토끼의 해인 계묘년을 앞두고 각종 예측이 또다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얼마나 믿어야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는 것이 요즘 주식 투자자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의 현실이다. 앞으로 네 차례에 걸쳐 경기, 금리, 주가, 환율 등 네 분야에 걸쳐 어떻게 예측해야 할지를 다룬다.

돈을 벌려면 모든 재테크 변수의 기본이 되는 경기부터 예측을 정확히 해야 한다. 문제는 갈수록 경기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경기예측 때 감안해야 할 변수가 그만큼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산업생산과 매출이 증가하면 시차를 두고 고용이 증가했다. 생산과 소비 그리고 고용지표가 일관성을 띠었기 때문에 경기판단과 예측이 비교적 용이했다. ‘국민소득 3면 등가 법칙(생산=지출=소비)’도 잘 들어맞았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는 경기순환 상 회복국면에 진입하더라도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드는 이른바 ‘고용 없는 경기회복(jobless recovery)’이 20년 넘게 지속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는 생산과 소비를 중시하면 경기가 회복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불 수 있지만 고용을 감안하면 경기가 침체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완전고용이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가 둔화 혹은 침체되는 ‘고용이 퐁부한 경기둔화 혹은 경기침체(job full downturn or recession)’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마저 오름에 따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각국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경제고통지수는 크게 높아지는 추세다.

경제고통지수란 경제지표 중 국민생활에 가장 밀접한 실업률과 소비지물가상승률을 더한 것으로, 미국에서 각종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과 집권당이 얼마나 국민 편에서 경제정책을 잘 운영했는가를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최근에는 실업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더한 수치에 성장률을 차감한 신경제고통지수를 산출해 활용하기도 한다.

<그림 2> 식어가는 한국 경제 성장동력(자료: 한국은행, 통화정책신용보고서)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는 정책당국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커지게 마련이다. 정책당국이 지난 3월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처럼 고용 호조를 들어 오히려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린다. 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은 더 늘어나 경기를 낙관하는 정책당국에 대해 실망하게 되고 적극적인 정책대응을 요구하게 된다. 사정은 우리도 비슷하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예측이 다 틀렸던 것만은 아니다. 한 나라의 경제나 증시는 고도의 복합시스템이다. 이런 복잡성은 국내 예측기관과 증권사가 의존하는 몇 개의 선행지표로 포착할 수 없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한 2022년에도 미국의 경제 사이클 연구소(ECRI: Economic Cycle Research Institute)의 예측은 적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제는 종전의 잣대로 경기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이런 차원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새로운 경기판단지표로 제시한 기업취약지수(CVI: corporative vulnerability index, 레버리지 비율과 기업가치 변동성, 무위험 이자율, 배당률 등의 재무지표를 이용해 산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증권사에 속한 사람이나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이 지수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CVI는 종전의 경기판단 방법이 경제 상황 등 펀더멘털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감안해 만든 지표다. 대표적으로 종전에는 레버리지 비율이 높으면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으나 최근처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차입조건이 개선되는 상황에서는 기업파산과 경기침체 확률이 낮아지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IMF가 CVI와 미국 경기와의 실증적 관계를 연구한 자료를 보면 CVI는 경기침체 가능성을 4~6분기 정도 앞서 예측할 수 있다. 또 이 지수가 높을수록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그 기간도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의 경험을 감안해 볼 때 CVI로 예측한 경기침체 가능성이 50% 밑으로 떨어질 경우 침체국면이 마무리돼 이때 주식을 사면 대박, 즉 커다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주식 투자의 구루들은 경기를 예측할 때 이런 점을 특별히 중시한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한국경제TV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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