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국민 카카오 서비스 장애를 일으켰던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를 계기로 데이터센터 산업 규제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비대면 사회를 거치며 크게 성장한 우리 데이터센터 산업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업계에서는 사안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데요. 오히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산업이 성장할 거란 견해도 있습니다.
정재홍 기자 나왔습니다.
정 기자. 일단 데이터센터 하면 반도체 이야기를 할 때 서버 용량이 증가한다는 말만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국내에 어떤 사업자들이 있나요.
<기자> 네. 카카오 장애로 관심이 많이 생겼죠.
어제 정부에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긴급점검회의를 하면서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을 모았는데요. 여기 참여한 기업들 이름입니다.
익숙한 이름들이 많죠.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현재 약 2조 7천억 원 수준인데요. 통신사들이 60%를 차지하고 있고, SI업체라고 부르는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업체들이 3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실적을 구분할 수 있는 KT 사례를 보면요.
상장까지 계획하고 있는 KT의 클라우드/IDC 부문 매출 추이인데 2년 사이에 매출이 1천억 원 가까이 늘어난 걸 볼 수 있습니다.
업계에선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이 5년 뒤엔 7조 원~10조원 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현재 KT가 가장 많은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SDS도 연말 화성 동탄에 추가로 데이터센터를 완공합니다. 장애를 겪은 카카오도 경기도 안산과 시흥에 각각 자체 센터를 만들 계획이어서요.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할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최근 업계 추세는 하나의 데이터센터를 만들 때 엄청 크게 짓는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보통 서버 10만 대 이상을 수용하는 데이터센터를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라고 합니다. 최근 5년간 전세계적으로 600여 개의 데이터센터가 새로 지어졌는데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하이퍼스케일 규모입니다.
국내에는 현재 KT 용산과 네이버 춘천 센터가 그런 구조인데, 카카오가 새로 짓겠다고 밝힌 안산 데이터센터도 서버 총 12만 대를 수용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크게 지으면 좋은 게 지금 문제가 되는 데이터 이중화와 추가 서버 설치까지 용이하다는 점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안 좋다고 하는데, 실제 성장률은 올해 8.2%에서 내년 0.6%로 하락세입니다. 그나마 서버용 D램은 7% 성장률을 기록해서 데이터센터 증설 수요는 그래도 꾸준할 전망입니다.
<앵커> 아직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원인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배터리 문제가 거론되고 있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데이터센터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주로 사용합니다. 이번에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건 UPS(무정전 전원장치)용 ESS(에너지저장장치)입니다. 다수의 배터리를 모아서 ESS가 되는 건데요.
전기차 배터리 화재로도 많이 지목됐었기에 피해 규모가 큰 데이터센터 특성을 반영해 리튬이온을 쓰지 말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제기됩니다.
그런데요. 업계에서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말을 합니다.
데이터센터는 전력 소비량이 어마어마해서요. 방금 전 말씀드린 하이퍼스케일 1곳의 연간 전력사용량은 원자력발전소 1기의 3분의1 수준에 달합니다.
상대적으로 화재 위험도가 낮은 납축전지 등을 사용할 수 있지만 공간효율이 좋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납축전지를 쓰면 건물 한 층을 배터리로 채워야할 것을 리튬이온 배터리를 쓰면 방 한 칸이면 가능합니다.
센터를 크게 짓는다고 해도 물리적 크기를 무한정 늘릴 수는 없잖아요. 때문에 업계에서는 배터리 관련 규제가 새로 나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겁니다.
<앵커> 위험 예방을 위한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야는 건 맞지만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또 카카오 먹통을 계기로 네이버, 카카오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와 더불어 민간 데이터센터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다시 지정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됩니다.
지금 주요 지상파 방송국과 기간통신사업자 즉 통신사들은 이에 해당하는데, 다른 사업자들까지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재난관리시설이 되면, 사업장에 공무원이 상시출입하고, 재난발생시 정부에 관련 보고를 해야합니다. 또 이를 어길시 매출의 3%에 해당하는 과징금 등을 물어내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도 정보통신기반 보호법에 따라 이미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기정통부에게는 정보인증을, 금감원에서는 전자금융 보안 점검을 합니다. 소방청으로부터는 소방설비 구조기준 등 적합 여부를 판단 받습니다.
이번 화재는 지금 있는 규제들을 잘 지켰는지 먼저 들여다 봐야하는 것이고요.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를 계기로 제도적 보완을 해야는 것은 맞지만, 성장하는 데이터산업에 대한 이중규제는 방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싱가포르나 홍콩에 비해 중국의 정치적 입김이 적어서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진출이 많은 지리적 이점까지 갖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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