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김혜은이 ‘태풍의 눈’과 같은 강렬함을 발산했다.
고요해 보이지만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김혜은의 활약에 이목이 집중된다. 현재 그는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에서 여왕을 꿈꾸는 율후건설 전무 오하란으로 분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그동안 김혜은은 장르와 역할에 한계를 두지 않고 고품격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남자가 사랑할 때’, ‘오케이 마담’을 비롯해 드라마 ‘밀회’, ‘이태원 클라쓰’,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 필모그래피를 다채롭게 채우며 대중에게 신뢰감을 주고 있다.
이렇듯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김혜은은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에서도 만개한 연기력을 펼치는 중이다. 극 초반 그는 전개에 쫄깃한 텐션을 불어넣은 ‘긴장감 메이커’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남편 장기도(정진영 분)와 첨예한 대립을 펼칠 때, 숨죽이게 만드는 몰입감을 선사했다.
남편을 향한 증오와 불신, 적대감 등 가슴 깊숙한 곳부터 끓어오르는 감정을 오직 매서운 눈빛, 차가운 표정으로 그려내 분위기를 더욱 팽팽하게 조성했다. 캐릭터의 요동치는 감정선을 폭발시키지 않고 오히려 담담하게 담아냄으로써 강한 임팩트를 탄생시켰다.
또한 오하란만의 대범한 기질도 재미를 끌어올린 요소 중 하나다. 자신의 약점을 손에 넣은 남편의 뜻에 순순히 응하는 것은 그의 방식이 아니었다. 오히려 장기도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치명적인 단서를 찾아 조용히 반격을 준비하는 면모로 한순간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회의원 출마 여부가 불투명해진 장기도에게 비릿한 조소를 날리거나, 칼날처럼 날카로운 목소리로 상대를 몰아붙이며 숨통을 서서히 조여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심장마저 쥐락펴락했다.
이는 깊이감이 남다른 김혜은의 연기력이 바탕이 됐기에 가능했던 대목이다. 다수의 작품으로 쌓아온 그의 내공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만들고, 더 나아가 극 중 인물의 감정을 100% 이상으로 헤아릴 수 있게 만든 저력까지 발휘한 것. 회를 거듭할수록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김혜은의 열연. 앞으로 남은 이야기에서 선보일 하드캐리에도 어느 때보다 뜨거운 기대가 쏠리고 있다.
한편, 김혜은을 비롯해 정려원, 이규형, 정진영 등이 출연하는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9-10회는 19일 오후 4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