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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 부채만 35조…증권사 PF유동화 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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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공급에 핵심 역할을 해온 곳이 바로 증권사입니다.

레고랜드 시행사 부도와 부동산 경기 하강에 부도 가능성이 있는 우발부채만 35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증권사들은 왜 이렇게 리스크가 큰 부동산PF를 키워온 겁니까?

<기자>
부동산 개발에 필요한 PF 자금조달은 금융기관이 대출하는 간접금융, 증권사 즉 자본시장을 통한 유동화 증권, 채권 발행 등(ABS, ABCP, ABSTB, 부동산펀드)으로 구분됩니다.

신용평가사 집계로 올해 1분기 기준 증권사가 이렇게 발행한 부동산PF 익스포저만 따지면 47조 3천억원, 이 가운데 손실위험이 있는 우발부채과 대출채권은 35조원에 육박합니다.

증권업계는 자기 자본을 20년말 61.7조에서 올해 1분기 70.9조원까지 키워 자금 조달여력을 키웠지만, 그럼에도 부동산PF 익스포저는 68%로 더 높아졌습니다.

아무래도 지난해까지 부동산 호황기가 10년 가량 이어지다보니 위험도가 큰 신용공여를 중심으로 PF 채무 보증을 늘려 발행 규모가 2년 만에 20%가량 늘었습니다.

또 시행사 지분부터 토지 매입 단계에 돈을 대주는 브리지론, 선순위와 후순위 대출 등 경쟁이 심해지다보니 다양한 방식으로 부동산 PF 위험이 늘었던 겁니다.

이에따라 부동산 PF시장은 2018년 14.4조이던 발행잔액은 상반기 46조원까지 증가했는데, 전체 PF 발행잔액의 80%가 증권사 물량으로 파악됩니다.

또 2016년 증권사들이 리스크를 더 적극적으로 감당하면서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은행의 건전성지표와 같은 NCR 비율을 크게 풀어준 것도 한 몫했습니다.

증권사들은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 등 당국의 부동산PF 위험 경고에 사업을 재점검하고 발행을 줄여왔지만 위험을 완전히 피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앵커>
증권사들 가운데 실제 영향을 받을 위험은 어느 정도로 파악되고 있습니까?

<기자>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비중이 큰 기업들이 우선 관찰대상입니다.

증권사들의 부동산PF 익스포저는 자본이 큰 대형사일수록 큰데, 그룹 차원에서 공격적으로 키워온 메리츠증권이 3조 5천억원 규모,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순입니다.

하지만 이들 대형사는 대부분 자기자본이 5조원 이상으로 자기자본의 200%까지 신용공여가 가능해 부동산PF 위험을 감당할 여력이 있는 곳들입니다.

또 이들 증권사는 기존에 보유하던 PF는 미리 정리하는 셀다운, 자산 재매각을 서둘러왔고, 통상 3개월 주기로 차환하는 PF ABCP와 ABSTB(단기사채) 만기도 조정하며 위험 요인을 줄이는 추세입니다.

문제는 자기자본 3조원이 채 안 되면서 뒤늦게 사업에 뛰어든 중소형 증권사들입니다.

이번 레고랜드 사태에 휘말린 BNK투자증권은 지난해 하반기에야 장외파생상품 인가를 받아 부동산 PF 사업에 참여했고,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우발채무가 자기자본을 뛰어넘는 곳에 해당합니다.

[김기필 /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실장]
"중대형사 경우 수주경쟁력이 낮기 때문에 중후순위에 대해 심사를 해서 좋은 걸 들어간다 하는데 선순위에 비해 중후순위 당연히 부동산경기가 안 좋을 때 익스포저 위험해질 수 있어서. 그걸 저희가 보니까 하이. BNK, 다올, 현대차가 좀 높아서.."

6월 말 기준 증권사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대형사(자기자본 3조 이상)35%, 중소형사는 50%로 위험을 더 감당하면서 사업을 키워왔다는 점이 통계로도 나옵니다.

증권사가 착공 전 단계 브릿지론까지 공급 경쟁을 벌이면서 부동산PF 가운데 브릿지론 비중이 20년 14.6%에서 22.7%로 증가한 것도 위험 요인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꺾이면서 국내 증권사 PF 연체율도 늘고 있는데 전국 평균 6.2%로 작년 말 3.1%의 2배, 2019년 말에 비하면 5배 가량 치솟은 상태입니다.

<앵커>
부동산PF 위기가 깊어지면서 정부는 자금 경색을 막기 위한 대책도 내놨습니다.

단기자금 시장이 굉장히 위험 신호가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부동산 수요 부진, 건설 원자재 가격과 조달비용 상승으로 부동산 PF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자금을 공급할 증권사들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입니다.

지난해 상반기에 1% 초반대이던 PF ABSTB(PF 단기사채) 수익률은 2021년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보여 8월에는 3.6%까지 급등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되면 채무보증을 서는 증권사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부도가 날 위험까지 커지기 때문에 조달 시장은 자연스레 위축되는 겁니다.

올해 2분기 부동산PF 유동화증권 발행액은 12조원으로 작년 같은기간보다 15.7% 줄었습니다.

증권사를 통한 회사채 발행 등 단기 자금 시장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AA등급 이상인 우량 회사들조차 회사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 자금을 8조원으로 늘리고 여유 재원 1.6조원으로 시장 안정에 투입할 방침입니다.

<앵커>
새로 자금을 조달하기도 어렵고, 기존에 대출한 돈을 회수하기 어려운 위험까지 커지는 형국입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는데, 대형사들은 괜찮다는 겁니까?

<기자>
자본규모가 큰 증권사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부동산 시장도 위축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기 어려워지거나 수익을 제때 회수하지 못할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올해 NH투자증권, KB증권, 이지스자산운용 등이 투자한 뉴욕 중심부 빌딩인 20타임스스퀘어가 투자손실을 낸 사례도 있습니다.

해외 부동산 시장은 국내 금융사들의 네트워크가 마땅치 않다보니 대체투자를 늘려온 대형 증권사들의 리파이낸싱 위험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조사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6월말 증권사 대체투자 21조원으로 이 가운데 51.8%가 부동산. 다만 후순위, 지분성 투자 비중이 59.9%에 달해 원금 손실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형 증권사 가운데 하나증권은 지난해 이미 당국으로부터 부동산PF 관리에 대한 경고를 받았고, 최근엔 관련 부서 직원이 배임으로 고소당하는 등 부동산PF 관련 위험 신호가 업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신용평가사 분석에서도 대형 증권사들은 증시 부진에 따른 위탁매매 외에도 채권 시장 급락으로 인한 자기매매 손실, 금융부문 등에서 실적 악화 위험에 처해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대형 증권사들은 이미 지난 상반기까지 채권 금리 상승으로 자기매매로 평균 56% 손실. 자금조달 위한 이자발생으로 비용 부담이 85% 상승한 상태입니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말부터 IB부문 손익은 둔화가 불가피하고,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까지 다소 긴겨울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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