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나스닥이 올들어 벌써 두 번째로 약세장, 베어 마켓에 진입했습니다. 오늘 미국 증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살펴보죠.
<기자>
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했다는 것은 고점 기준 지수가 20% 넘게 빠졌다는 뜻입니다. 오늘 나스닥은 전날보다 1.1% 하락한 10,426.19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지난 8월 15일의 고점보다 20% 넘게 하락했습니다. 지수가 지금보다 4.8% 더 떨어진다면, 나스닥은 10000선도 깨지게 됩니다.
오늘 미 증시의 흐름은 영국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을 겁니다. 앤드류 베일리 영국 중앙은행(BOE, 영란은행) 총재는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금융연구소 행사에서 "리밸런싱이 이번 주 안에 이뤄져야 한다"는 발언을 남겼습니다. 맥락이 좀 있는데요. 영국 중앙은행은 9월 말부터 13거래일 동안 대규모 국채 매입을 단행했습니다. 정부가 감세 정책을 발표한 이후에 파운드화와 국채 가격이 너무 떨어지니까 내놓은 대책입니다.
영국을 환자에 비유하자면 `인플레이션`이라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고혈압약을 처방해야 하는데, 당장의 증세가 급하니 저혈압 치료제를 우선 먹인 격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영란은행은 이번주 들어 국채 매입 규모를 늘리고, 매입 계획 종료 후에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등 추가 대책을 내놓았었는데요. 시장이 바랐던 것은 국채 매입 계획을 아예 더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연기금과 관련 협회들은 영란은행에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10월 말 이후에도 운영해줄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주 안에 기관들이 리밸런싱을 끝내야 한다`는 영란은행 총재의 발언은 시장에 부정적으로 해석됐습니다. 영국이 남은 3일 동안 국채 매입 규모와 지원 방안을 당초 계획보다 확대한다는 것보다, 3일 뒤면 어쨌든 영국 중앙은행의 `울며 겨자먹기`식 파운드화 지원 계획이 끝날 것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겁니다. 달러인덱스도 베일리 총재의 발언이 있은 오후 2시 35분을 즈음해 급격히 상승해 113선을 넘어섰고, 3대 지수도 이 때를 기점으로 변곡점이 생겼습니다.
<앵커>
영국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이 `울며 겨자먹기`식이다, 라고 표현했는데요. 지금 영국 경제 상황을 보면 중앙은행이 채권 매입을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는 뜻입니까?
<기자>
시중 통화량 조절 측면, 그러니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그렇다라고 보시는 게 타당할 겁니다. 실제로 영국 중앙은행은 원래 10월부터 지금 하고 있는 채권 매입과는 정반대의 정책인 대차대조표 축소(QT)에 들어갈 계획이었거든요.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쓰고 있는 긴축정책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보시면 됩니다. 자산시장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있으니, 이 유동성을 축소해야 높아지는 물가가 꺾인다는 게 주류 경제학계의 논리거든요.
앞서 씨티그룹의 경우 영국의 내년 인플레이션이 두 자릿수 대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까 영국 중앙은행의 실제 국채 매입 규모가 당초 계획에서 정한 상한인 일 50억파운드보다 적은 수준으로 이뤄져온 것이란 분석도 있었습니다. RBC는 "영란은행은 기존에 발표한 채권 매입 프로그램 상한, 그러니까 하루 50억 파운드에 근접하지도 않은 수준의 금액을 썼다"며 "새로 내놓은 지원 프로그램이 시장을 실질적으로 안정시킬지에 대한 물음이 있다"는 시각을 내놓았던 것도 참고할 부분입니다. 중앙은행이라고는 해도 무제한으로 통화 안정책을 쓸 수는 없음을 영국이 보여주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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