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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 살리려다 자동차 놓친 英 기억해야" [전효성의 유통인싸]

홍석준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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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영국은 증기 자동차를 처음으로 개발했다. 하지만 영국 의회는 `적기조례법`을 만들어 자동차가 마차보다 느리게 다니도록 규제했다. 31년간 이어진 이 규제로 인해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은 독일과 프랑스, 미국으로 넘어가게 됐다.
《국민의힘은 최근 규제개혁추진단을 발족했다. 혁신과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낡고 불합리한 각종 규제를 발굴해 혁파하겠다는 것이다. 규제개혁추진단장을 맡은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민간의 활력과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규제 개혁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었다. 홍 단장은 "규제를 추진할 땐 규제가 안고 있는 폐단까지 내다봐야 한다"며 "영국은 증기자동차를 처음으로 만들었지만 마차산업을 보호하려다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내줬다"고 지적했다.》

Q.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의 출범 취지는

"공무원으로 오래 일을 하다 보니 규제가 얼마나 국민의 생활을 불편하게 하고,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는지 체감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 경제를 활성화시켜서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국정 방향을 세웠죠. 하지만 행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법·예산 심의권을 갖고 있는 국회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되겠다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2010년대 중반만 해도 장기 이식이 가능한 대상이 심장, 신장, 폐, 간, 각막 다섯가지였습니다. 장기를 함부로 매매하지 말라는 좋은 취지였지만, 다섯가지에 한정되다 보니 그 이외의 장기는 이식이 어려웠습니다. 팔을 다쳐서 이식 받고자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고요. 2016년 지역 병원들과 함께 국내에서 최초로 팔 이식을 해낸 기억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규제를 개선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죠. 우리 주변에는 처음 취지와 달리 산업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을 저해하는 규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것을 발굴해 개선을 이뤄내는 게 추진단의 방향입니다."

Q.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규제개혁 과제는

"문재인 정부는 국가 주도적인 정책방향을 추진해왔습니다. 대표적인 정책이 소득주도 성장인데, 민간의 경제 활력을 많이 죽였다고 봅니다. 주 52시간 제도만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서는 더 일하고 싶은 분들도 있죠. 사업을 막 시작한 벤처 기업은 초기에 얼마나 열심히 일해야 됩니까, 과학 연구 분야도 연구가 필요한 영역이 있으면 밤 새워서라도 연구할 필요가 있고요. 자율성을 무시한 채 52시간이라는 획일적 기준을 강행했죠. 이런 것들이 민간 기업의 활력을 많이 죽인 부분이 있다고 보고,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런 규제는 반드시 개선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홍석준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장.
Q. 이번 정부 `규제개혁 1호`가 후퇴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휴업 폐지를 심도있게 논의했습니다. 과거에 대형마트 규제를 할 때에 비해서 현재 유통 환경이 굉장히 많이 변했죠. 온라인 상거래 규모가 더 커졌는데 대형마트를 규제하는게 얼마나 효과가 있느냐, 오히려 소비자 편익을 해치는 것이 아니냐 이런 지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시장과의 갈등 문제도 있고요, 또 소비자들이 이미 온라인에서 쇼핑을 많이 하는데 의무휴업 폐지가 과연 소비자 불편을 많이 해소할까, 이런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폐지는 현재 유보된 상태인데, 이 문제는 단순히 의무휴업 문제가 아닌 유통시장 전반적을 아우르는 차원에서 정책 결정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Q. 이커머스 규제 움직임에 업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커머스 시장이 급팽창하며 여러 문제점이 생긴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커머스는 국경의 경계가 없기 때문에 특정 기업에 대한 규제를 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대기업과 외국의 아마존 등 여럿이 혼재돼 있는 상태라서 특정 업체를 콕 집어 규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봅니다. 이커머스에 대해서는 `소비자 피해를 얼마나 신속하게 구제할 것이냐` 이런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섣부른 규제를 하면 과거 `타다`처럼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거에 민주당의 `타다 금지법`으로 타다가 없어졌죠. 지금 심야에 택시를 잡기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타다 같은 혁신 기업이 그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커머스, 신기술, 신산업에 대한 규제를 만들 땐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을 해야 된다고 보고요. 섣부른 규제로 신산업이 우리나라에서 꽃 피우지 못하고 외국에 나가는 게 굉장히 아픈 현실입니다."

Q.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폐지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취지는 `대기업이 문어발식으로 진출하면 소상공인이 다 죽는다`는 문제 의식에서 시작됐죠. 그런데 지금 어떻게 됐냐면 중소기업 업종에 우리나라 대기업은 진출하지 못하고, 글로벌 기업은 진출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대표적인게 전등인데,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묶여버리니까 우리나라 대기업은 못 들어가고, 오스람과 필립스 같은 해외 대기업이 장악해 버렸어요. 빵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빵 분야도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라 신규 출점이 연간 2%로 제한됩니다. 2등 사업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1등을 넘어설 수 없는 구조인 거죠.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일정 기간마다 평가해서, 외국 기업이 많이 들어오는 분야에서는 업종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봅니다. 중소기업 보호라는 목적도 달성 못하고, 오히려 외국 기업에만 문을 열어주는 문제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업 간의 건전한 경쟁을 형성하고, 외국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그런 방향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규제개혁추진단을 통해 `이것만은 반드시 해내겠다`는 목표가 있다면

"우리나라는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가 손쉽게 개입하고 섣불리 규제를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규제영향평가`입니다. 새로운 규제가 어떤 부작용을 안고 있는지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는 거죠. 문제는 국회 입법은 규제영향평가가 선택 사항입니다. 국회의원이 법안을 내면 규제영향평가가 의무가 아니라서 거의 다 생략됩니다. 지금은 여당 중심으로 규제개혁추진단을 운영하지만, 궁극적으로 민주당과 `규제개혁 특위`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국회법을 개정하고, 국회의원이 제안한 법안도 규제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과거 영국이 자동차를 처음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마차업계가 반발해서 `도로 안전`을 명목으로 자동차가 마음껏 못 다니도록 규제를 했습니다. 자동차가 마차보다 느리게 달리니 자동차를 탈 이유가 없어졌죠. 그렇게 낭비한 시간 때문에 자동차 산업이 영국에서 시작됐는데도 주도권은 독일과 프랑스로 뺏기게 됐습니다. 규제는 만들긴 쉽지만, 한 번 박힌 규제의 대못을 뽑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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