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 뉴욕에서 불거진 `비속어 발언 논란`과 관련, 대국민 사과나 유감 표명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란의 본질이 `MBC의 자막 조작`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비속어 논란을 부각하려는 야당의 시도에 선을 긋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2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비속어 논란이 장기화하고 있는데 유감 표명할 생각 없나`라는 기자 질문에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발언에 대해 뉴욕 현지에서 `바이든`을 언급한 적 없으며 `이 XX`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변 인사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사실상 발언 자체를 부인하는 의미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해석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MBC가 의도를 갖고 완전히 자막을 조작한 사건"이라며 "윤 대통령이 사과할 일이 뭐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다른 관계자는 "윤 대통령 본인이 비속어를 절대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지금 그 얘기를 꺼내면 불필요한 시비를 낳을 수 있으니 아예 언급하지 않는 것"이라고도 했다.
한때 일부 참모들은 윤 대통령이 우선 유감을 표명한 뒤 진상규명을 강하게 촉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섣부른 유감 표명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야당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에 무게가 실리면서 이 같은 논의는 더 진전되지 못했다.
일찌감치 전문가들에 의뢰한 음성분석 결과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부분 외에 비속어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게 대통령실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특정 언론사가 자신의 비공식 발언 내용을 왜곡하고 외교 참사로 몰아 한미동맹을 훼손하려 시도한 데 대해 격노했다는 게 주변 전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이 XX` 표현에 대해 "대통령도 지금 상당히 혼란을 일으키는 것 같다"며 "잡음을 없애면 또 그 말이 안 들린다"고 말했다.
`바이든` 부분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가짜뉴스"라고 지적했다.
용산의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여당에서는 연일 강공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내 태스크포스는 이날 오후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과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MBC를 대검에 고발했다.
앞서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MBC는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며 오히려 MBC에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사과할 계제는 아닌 것으로 일단락이 났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MBC는 "자막을 조작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MBC는 보도자료에서 "당시 뉴욕의 프레스센터에서 다수의 방송기자들이 각자 송출된 취재 영상을 재생하여 대통령의 발언이 어떻게 들리는지에 대해 각자 판단을 내렸다"며 "비슷한 시각 타 매체 기사들만 봐도 MBC만 특정하게 조작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엇을 어떻게 조작했는지 명확한 근거나 설명 없이 `MBC가 자막을 조작했다`는 입장만 반복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