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증시프리즘 시간입니다. 증권부 배성재 기자 나와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건부터 살펴보죠. 증권가에서는 어떤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매각 방식이나 인수 주체와 관계없이 대우조선해양의 자본구조가 매각 과정에서 개선될 수 있다면 긍정적이라는 분석입니다.
그러나 매각 관련 기대만으로 대우조선해양을 매수하는 것은 다소 이르다는 판단이 지배적입니다. 매각 방식에 따라서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가 크게 변화할 수밖에 없고, 또 매각을 둘러싼 이해 관계자가 다양하기 때문에 매각 완료에 다소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주가는 희비가 갈렸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오늘 하루만 13.41% 오른 2만 4,95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인수 주체로 거론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0%대 하락했고, 한화와 한화솔루션도 5~6%대 주가가 빠졌습니다.
<앵커>
오늘 증시 이야기를 해보죠. 원·달러 환율 폭등, 증시 폭락. 검은 월요일로 불릴만한 하루였습니다.
<기자>
오늘 장은 `달러 폭주`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1,431.3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종가보다 무려 22원 오른 값입니다. 1,430원대까지 오른 건 13년 6개월 만입니다.
단적으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도 초강세였습니다. 113.82 수준을 기록 중인데요. 2002년 5월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값입니다.
원달러 환율의 부채질 속에 증시는 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코스피 지수는 3%대 급락했고 코스닥 지수도 5% 폭락해 700선이 무너졌습니다. 코스피 상위 10개 종목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카카오 등이 나란히 52주 신저가를 경신했습니다.
달러 초강세 속에서 외국인들의 동향에 특이사항이 발생했는데요. 주식 선물을 대거 사들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모두 무려 15만 2,284건을 계약한 것으로 집계가 됐는데요. 외국인들은 여기까지가 주가 저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달러 초강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정부 개입은 관측되는 게 없습니까?
<기자>
통화스와프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 중입니다. 이러한 입장은 단기적으로 오늘 시장에 부정적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론적으로는 통화스와프가 필요 없다.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한은의 업무보고 자료를 보면, 최근 환율 상승 국면을 미국의 고강도 긴축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근거는 앞서 소개 드린 달러 인덱스입니다. 달러인덱스 추이가 2002년 초 120 수준일 때 원·달러 환율이 1,320원가량이었습니다. 지금은 113인데 1,430원이니까, 그저 달러만 강세라는 분석인 거죠. 우리나라 무디스 신용 등급도 지금은 Aa2를 유지 중입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1997년 11월 A3 등급이던 한국의 신용등급을 1997년 12월 투자부적격 등급인 Ba1까지 떨어뜨리면서 대외건전성 악화를 지적받던 때와 다르다는 것입니다.
<앵커>
달러만 보고 가야 하는 장세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강달러세가 매서운데, 진정될 기미는 없습니까?
<기자>
지난주 FOMC로 미국 연준의 방향은 확실해졌습니다. 경기 침체를 감내하더라도, 1년이 넘게 걸리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거죠. "인플레이션에 맞서는 연준의 정책 경로가 경기 침체를 유발할지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는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발언을 보면서 투자자들은 `아직 인플레 정점이 안 왔구나`하며 주식을 팔고 있고, 달러 초강세도 발생 중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연준의 입장이 명확하다 보니, 달러 강세를 잠재울 기미조차 찾기가 힘듭니다. 잠시 뒤부터 이번 주 내내 연은 주요 인사들이 발언이 이어지는데, 오늘만 해도 모두 매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연설이 나올 예정입니다. 통상적으로 FOMC 직후 연은 인사들 발언의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달러 강세를 잠재울 소식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언제까지 강달러세가 이어질까요.
<기자>
강달러를 약화시킬 요인이 없다 보니, 적어도 연말까지는 시야를 넓혀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환율 1,400원대가 일정 기간 유지되는 이른바 `환율 1,400원 시대`라고 봐도 될 만한 장세입니다.
당장 달러 가치를 올릴 요인밖에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단적인 예로 초약세인 유로화를 짚을 수 있습니다. 러시아 일부 동원령, 에너지 리스크 등으로 인해 지난달부터 `1유로=1달러`를 의미하는 패리티를 되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1달러가 고작 0.97유로에 그치고 있습니다.
또 영국이 갑자기 감세정책을 펼치고 부채를 늘리는, 마치 신흥국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조르자 멜로니 극우 총리가 지도자에 오르는 등 유럽 전역에 포퓰리즘 정책이 득세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렇게 유로화 가치가 회복될 줄을 모르다보니 달러 보유 선호 현상이 더 심해지고, 미국 증시 매도 포지션을 더 부추기면서 주가까지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중국 경기 부진, 팬데믹 이후 급격히 증가한 글로벌 부채까지 겹치면서 주요국 통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유발 중입니다.
<앵커>
강달러를 잠재울만한 재료로 지켜볼만한 일정은 없을까요.
<기자>
현지시간 27일 유럽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연설에 나섭니다. 유럽 전역에서 급격히 확산 중인 금리 인상 대열에 대한 발언이 있을 전망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유로화 가치를 지키기 위한 발언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20일 라가르드 총재는 "치솟는 인플레이션이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도록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긴축에 대한 발언은 확실시되는 상황이죠. 문제는 긴축의 강도인데, 얼마나 매파적인 발언이 나올 것인가에 주안점을 두고 보셔야겠습니다.
<앵커>
환율 1,400원 시대가 당분간 이어진다면, 우리 기업들 중에는 어떤 곳이 부담이 커진다고 봐야겠습니까.
<기자>
고금리, 고환율 시대입니다. 성장 중심의 기업들, 해외 수익 비중이 큰 기업들의 실적 부담이 커질 수 있죠. 금리의 가파른 상승은 기업들의 미래 수익을 할인하고, 차입 부담까지도 늘릴 수 있습니다. 당장 금융업계에도 여파가 있습니다. 오늘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브룩필드자산운용과의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매입 협상이 최종 결렬됐는데, 급격한 금리 인상, 높은 환율로 인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양측은 거래에 끼여있던 2천억 원 규모의 이행보증금을 둘러싼 법적 공방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또 연준의 고강도 긴축 속에 달러화 가치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판매 대금을 달러로 지급받는 자동차, 조선업계는 이익 증가가 기대됩니다. 달러로 거래가 이뤄지는 반도체 업종 또한 수혜가 예상되고요. 그러나 해외 결제가 잦은 항공, 철강 등의 업종은 울상입니다. 안 그래도 코로나19나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겪은 업종이어서, 큰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앵커>
특히나 항공은 유류비나 항공기 리스비 같은 비용이 많을 텐데, 환율 변동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할 것 같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올해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순 외화 부채가 35억 달러, 우리 돈 약 5조 원에 이릅니다. 실적 보고서에 명시된 적용 환율이 올해 6월 말인 1,292.9원으로 기재가 되어있는데, 오늘과 비교하면 138.4원이 차이 납니다. 대략적으로 평가 손실이 5천억 원 정도 불어났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회사 측은 원화 고정 금리 차입을 최대로 추진 중이라는 입장입니다.
<앵커>
배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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