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제정으로 한국산 전기차는 대당 1천만원 상당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현대차는 당장 전기차 판매 감소와 실적 악화를 걱정해야 할 상황인데, 외국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식시장에서 연일 현대차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산업부 신재근 기자와 배경을 짚어보겠습니다. 신 기자, 외국인이 현대차를 연일 공격적으로 매수하고 있습니다.
<기자>
외국인은 지난 달 18일부터 어제까지 13거래일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현대차를 순매수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현대차는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이었고, 쏟아부는 금액은 3천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외국인 매수세 덕분에 현대차의 주가는 어제 종가 기준으로 지난 1월 21일 이후 처음으로 20만 원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눈여겨볼 부분은 외국인이 순매수를 시작한 시점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 시점이 거의 일치한다는 점인데요.
법안 발효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부터 외국인이 계속 현대차를 순매수하고 있는 셈입니다.
법안 시행으로 미국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현대차엔 당연히 악재일 수밖에 없거든요.
<앵커>
현대차엔 분명한 악재인데 외국인이 매수에 나서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2분기 6천억 원에 달하는 환율 효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요.
3분기에도 환율이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현대차의 분기 영업이익이 3조 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실제 증권가가 예상하는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개월 전보다 30% 상향 조정됐습니다.
여기에 그동안 차량 판매 악화의 주범이었던 반도체 부족 사태가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을 취재해보니 3분기 들어서 현대차의 공장 가동률이 반도체 대란 직전인 2019년 수준에 거의 근접했다고 하는데요.
올 4분기엔 가동률이 2019년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생산이 뒷받침되니 판매도 늘고 있는데요.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7만 대 정도를 팔며 점유율을 6%대까지 끌어 올렸습니다.
<앵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미국 내 영업 환경도 여전히 현대차에 우호적이라면서요.
현대차는 인센티브 수준을 낮게 가져간다면서요. 최근에는 어떻습니까
<기자>
2분기 기준으로 볼 때 현대차가 미국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지급하는 인센티브는 1대당 600달러 수준이었는데요.
3분기 들어선 인센티브가 40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심지어 8월엔 인센티브가 가파르게 오른 다른 자동차 제조사와 달리 현대차는 전달보다 2% 줄었습니다.
인센티브가 적다는 건 그만큼 차 값을 덜 깎아주는데도 사는 사람이 많단 뜻이거든요.
지난달 경쟁사인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의 인센티브가 대당 1천 달러를 훌쩍 넘은 것을 보면 현대차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런 인기 덕분에 현대차의 재고는 한 달이 채 안 되는 수준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는데요.
심지어 미국 내 인기 차종인 팰리세이드 재고는 7일에 불과합니다.
보통 자동차 회사의 적정 재고는 2~3개월 정도인데, 증권가에선 낮은 재고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환율 효과에 더해 생산량 회복에 따른 판매 증가, 인센티브 감소 삼박자가 외국인 매수세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환율 효과에 인센티브까지 아끼게 되면 미국의 보조금 악재를 대응하는 데도 수월하지 않습니까?
<기자>
환율 효과로 추가 이익이 기대되고, 인센티브 절감으로 비용을 줄인 만큼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을 지불할 여력이 생긴 겁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으로 미국 소비자는 현대차 아이오닉 5를 최대 1천만 원가량 더 비싸게 사야 하는데요.
이로 인해 아이오닉 5의 가격(4만7,450달러, 약 6,500만 원)은 경쟁사 테슬라의 모델 3(4만6,990달러, 약 6,396만 원)보다 약 100만 원 비싸졌습니다.
때문에 현대차가 아낀 비용을 전기차 할인 판매에 쓸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다는 분석입니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가 미국 정부로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일부 피해를 보전할 수 있게 되는 거고요.
또 인플레이션 법안 발효 시점인 지난달 18일 이전에 계약이 이뤄진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거든요.
자동차 업계에선 법안 시행 전 계약 물량이 많은 만큼 곧바로 보조금 지급 중단으로 인한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신재근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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