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경호 /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재정 운영을 위해서 방만 재정에서 건전 재정으로의 기조 전환은 필수적이라고 하겠습니다. 내년 예산안은 건전 재정 기틀을 확고히 확립해 나간다는 기조 하에 편성했습니다. 국가 채무 비율도 지난 3년 간의 가파른 증가세가 반전돼 49.8%로 전년대비 0.2%포인트 감소하게 됐습니다. ]
<앵커>
윤석열 정부 들어서 처음으로 내년 예산안이 편성됐습니다.
나라 빚을 줄이기 위해 긴축 재정을 하면서도 필요한 국정 과제에는 적극 투자하겠다는 게 핵심인데요.
자세한 내용 이민재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내년 나라 살림에 쓸 돈으로 639조 원이 편성됐습니다.
올해 예산인 608조 원 보다는 많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긴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지난해 2차 추경을 한 총 지출액인 680조 원 보다는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번 예산은 지난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전년의 최종 예산 대비 줄어든 수치입니다.
이를 통해 평균 총 지출 증가율도 낮추겠다는 계획입니다.
지난 정부 때 8.7%까지 올랐던 총 지출 증가율이 내년에 5% 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를 위해 코로나 지원과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일자리 사업 등을 손 보기로 했는데, 역대 최대인 24조 원 지출 구조조정이 예상됩니다.
다만, 모든 곳에서 허리띠를 졸라 매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국정 과제에는 11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또 주요 산업 분야에도 적극 투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반도체 산업에 1조 원을 투입해 인력 양성 규모를 2만 6천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입니다.
6조 원은 반도체, 우주, 첨단 바이오 등 기술과 식량 위기, 난치병 등 연구 개발에 쓰입니다.
3조 1천억원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비철금속, 석탄, 석유 비축과 수입 다변화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이외에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예산도 핵심 과제로 꼽았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확장 재정에서 건전 재정으로 변화, 그리고 국정 과제 등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예산을 쓴다는 `투 트랙 전략`입니다.
<앵커>
앞서 보셨다시피, 정부가 나빠진 나라살림에 나랏돈을 쓰는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기로 했는데요.
자세한 내용 세종시 전민정 기자 연결해 들어보겠습니다.
전 기자, 정부가 쓰는 돈이 이전 해보다 적은 건 13년만에 처음이라는데요, 어느 정도입니까?
<기자>
재정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정부는 증세 등을 통해 수입을 늘리기 보단 지출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는데요.
정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 본예산보다 5%, 31조4천억원 정도만 늘렸는데, 2017년 3.6% 이후 6년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입니다.
그런데 늘어난 예산 약 31조 중 정부가 지방교부금 등으로 지방 정부에 내려줘야 하는 22조5천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정부가 쓸 수 있는 재원은 겨우 9조원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꼭 필요하거나 급하지 않은 사업들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방식으로 역대 최대인 24조원 규모의 지출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보통 10조원 안팎이던 구조조정 규모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니 정말 바싹 허리띠를 졸라맨거죠.
윤석열 정부 향후 5년간의 나라살림도 `초긴축`으로 운영됩니다.
우선 매년 나라살림 적자 규모를 GDP의 3% 이내로 억제하는 `재정준칙`을 도입하기로 했고요.
GDP 대비 나라살림 적자 비율도 올해 5%대에서 2026년에는 2% 중반대로 줄이고 국가채무비율은 50%대 초반을 유지한다는 방침입니다.
또 추경은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신중히 편성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습니다.
<앵커>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했다면, 주로 어디서 예산을 줄이는 건가요?
<기자>
내년 예산안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들이 대거 자취를 감췄습니다.
우선 지난 정부에서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던 `한국판 뉴딜` 사업 예산은 올해 33조원 수준이었지만 내년 예산안엔 일단 그 명칭이 사라졌고, 사업도 구조조정됐습니다.
한국판 뉴딜의 1100여개 세부 사업 중 노후 학교 시설을 개선하는 그린 스마트 스쿨이나 수소 승용차 보급 예산 등은 실적 저조 등을 이유로 많게는 절반까지 삭감됐고요.
낮은 수익률로 비판을 받아 온 `국민참여 정책형 뉴딜펀드`에 투입되는 6천억원 상당의 예산도 깎였습니다.
그렇다고 관련 예산이 편성이 아예 안된 건 아닙니다. R&D나 디지털화 지원 사업 등은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민간주도성장`을 위해 여전히 예산안에 포함됐습니다.
표에서 보시다시피 휴먼 뉴딜에서 청년희망적금 지원 규모도 7배 이상 오히려 늘었고, 디지털 뉴딜에선 공공데이터 개방, 지능형 로봇 등 ICT 융합 생태계 활성화에 대한 예산 지원도 계속됩니다.
<앵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코로나19 대응 관련 예산도 많이 깎였을 듯 싶은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코로나19 방역과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같은 코로나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지출이 이뤄졌던 사업들의 예산은 대거 삭감됐습니다.
예방접종 등 코로나 예방 예산은 2조4천억원, 중소기업·소상공인 육성 예산은 6조원이나 줄었는데요.
이 영향으로 올해 31조3천억원이었던 산업·중소기업 예산이 18%나 깎였습니다.
또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겠다며 늘린 직접일자리 예산도 칼질을 당했습니다.
올해보다 예산이 1천억원 줄어 일자리 4만7천개가 줄어드는데 그 중 절반이 노인 일자리입니다.
추경호 부총리가 `현금 살포`라며 비판했던 지역사랑상품권, 지역화폐의 경우, 올해는 7천억원이나 투입됐지만 내년엔 아예 지원이 없습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당초 3년 기한으로 지원을 시작했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돼 지원할 이유도 크지 않다며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공공일자리와 지역화폐와 같은 문재인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예산들이 많이 깎이면서 야당인 민주당의 반발도 예상되는데요.
여소야대 상황에서 세법개정안 통과가 지연되고 종부세 대란도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예산안 통과까지 난항을 겪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앞서도 봤지만, 반도체 산업에 1조원을 투입하는 등 현 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에는 돈을 쓰기로 한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전 정부 역점사업 예산을 대폭 깎은 대신, 핵심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예산에는 힘을 줬습니다.
인수위는 110대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내년부터 5년간 209조원의 재정을 투자할 계획이었는데요, 내년 예산안에 11조원을 우선 반영해 국정과제 실현을 위한 기본설계를 마쳤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0세에서 1세 아동 양육가구에 월 70만원 부모급여를 신설하는데 1조3천억원,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첫집 5만4천가구 공급에 1조1천억원을 반영했습니다.
코로나19로 큰 빚을 진 소상공인 채무조정과 장애인 돌봄지원을 늘리는 데도 각각 3천억원씩 지원하기로 했고요.
또 앞서 보셨다시피 미래 투자를 위해 반도체 산업 지원, 원전 산업생태계 회복, 미래 핵심전략 기술 개발에도 예산을 집중 배정했습니다.
<앵커>
정부가 `건전 재정` 기조로의 전환에 첫 발을 내딪은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5년간도 계속 이렇게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게 가능한가요?
<기자>
정부는 앞서 말씀드린 재정준칙을 실행해 윤석열 정부 마지막 해인 2026년 국가 채무를 1,344조원 이내에서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문재인 정부 때 2025년 국가채무가 1,4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 것과 비교하면 나라빚 증가 속도를 늦출 수 있게 된 거죠.
하지만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의무지출`이 많아 나라살림은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정부가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복지 예산 등이 포함되는 의무 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은 매년 7.5%에 이릅니다.
빠른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복지예산을 100조원 규모로 편성했고, 국정과제인 부모급여, 병사 월급 인상, 청년원가주택 등도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예산에 반영되기 때문인데요.
이에 따라 2026년이 되면 전체 예산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5.6%까지 치솟게 됩니다.
또 정부는 민간 주도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 13조1천억원 규모로 세금도 깎아주기로 했는데요.
최근 몇년 간은 경기호조 등으로 세금이 잘 걷혔지만, 내년부터는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로 세수 확보에도 비상이 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사실 재정이 경기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고물가·고환율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예산을 많이 줄이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아 보이는데요.
<기자>
물가와 금리가 오르고 경기마저 침체되면 가장 고통을 받는 이들은 저소득층과 아동·청소년, 장애인과 같은 취약계층일텐데요.
정부가 급격히 지출을 줄여버리면 이러한 취약계층은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물론 내년 예산안에 이런 점을 감안해 취약계층을 위한 지출을 12% 늘리긴 했습니다.
다만, 내년부터 경기둔화 우려와 세제개편으로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앞으로도 계속 재정 건전성을 지키면서 취약층을 챙기려면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사실 지금과 같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선 재정지출을 더 늘리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지출을 줄이는 것은 크게 보면 맞는 방향인데요.
`경기 대응`이라는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하기에 반도체 등 핵심전략산업 지원, 해외자원개발, 혁신인재 앙성 등에 대한 예산 투입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규제개혁에 더 속도를 내기 위한 작업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합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증세 방안도 함께 고려해서 건전성을 지켜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부세종청사에서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