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국내외 2천여 명의 경영학자들이 참석하는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에서 `학벌, 스펙, 인적성 검사 등의 결과가 입사 후 직무성과와 무관하다`는 내용의 실증 연구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해외에서는 헌터와 슈미트(Hunter&Schmidt) 교수가 발표한 `인사 심리학에서 선발도구의 타당성과 유용성에 관한 연구` 등 선발도구의 효과성을 검증하기 위한 시도가 많았으나, 국내에서는 그 동안 일부 학위논문에서의 몇몇 연구를 제외하면 선발도구의 실증적인 검증 연구가 전무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문화적 차이와 조직의 성과를 창출하는 특성이 변화했음을 고려하면, 그동안 채용과정에서 활용해온 선발도구들의 타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사용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한국경영학회 뉴로경영위원회와 충남대 박지성 교수를 포함해 HR전문기업 마이다스인은 기업 인재 선발과정에서 주로 활용하는 기존의 스펙들이 실제로 인재가 기업에 입사해 창출하는 직무성과와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2022년 1월부터 7월까지 연구했다.
국내 기업에 재직중인 4,040명을 대상으로 직무성과와 입사 당시 선발기준의 상관관계를 분석했고, 현재 활용되고 있는 선발도구인 학벌(대학순위), 학점, 영어성적, 자격증, 인적성검사, 면접 등은 실제 직무성과와 관계가 없거나 반비례하여 채용 시 활용하기에 부적합한 수준이었다.
국내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을 포함한 16개 기업, 6개 산업군 재직자의 실제 직무능력과 입사 당시 선발도구 간 상관관계를 높음(1), 없음(0), 반비례(-1)로 측정하였고, 학벌은 0.01, 영어성적은 -0.01 등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특히, 일부 기업에서는 인적성 검사와 면접 점수가 입사 후 직무성과와 각각 -0.03, -0.09의 상관관계를 보여, 인적성 검사와 면접이 직무성과와 관련이 없거나 반비례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적성 검사 점수와 면접 점수가 낮을수록 실제 직무성과가 높게 나온 셈이다.
마이다스인의 이현주 수석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미국 노동부에서 권고하고 있는 채용 검사의 유용성 가이드는 상관관계가 0.35 이상인 경우 매우 유용, 0.11 이하는 활용하기 어려운수준이라고 판단한다. 이 기준을 해당 연구결과에 적용하면, 국내 기업에서 현재 입사 시 확인하고 있는 학벌, 학점, 인적성 검사 등은 채용에 활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충남대 박지성 교수는 "해당 연구결과는 그동안 학벌이나 스펙을 통해 인재를 선발해왔던 기업 채용문화에 경종을 울린다. 앞으로는 성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채용기준을 과감히 혁신하고, 직무성과를 제대로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선발도구에 대한 모색의 필요성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한국경영학회는 1956년 설립된 국내 경영학자들의 모임으로 경영 관련 학회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가졌다. 이번 제24회 융합학술대회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경영의 구현이라는 주제로 약 2천여 명이 넘는 경영학자와 기업인이 참석했고, 16일부터 18일까지 여수에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