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교내에서 여학생을 성폭행하려다가 건물에서 추락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가해 남학생이 창문에 걸쳐 있던 피해자의 몸을 밀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준강간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인하대 1학년생 A(20)씨는 초기 경찰 조사에서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창문에 몸이 걸쳐 있던) 20대 여성 B씨의 몸을 밀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후 검찰 조사에서 "드문드문 기억이 나지만 추락한 상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잠에서) 깨어보니 집이었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함께 사건 현장을 조사한 법의학자 이정빈 가천대 의과대학 석좌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찰 수사기록에 담긴 피의자 진술 중에 `밀었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성폭행을 시도하다 창문에 몸이 걸쳐 있던 피해자를 밀었다는 진술은 다리를 들어 올려 밀었다는 의미"라며 "그렇지 않고선 (술에 취해) 의식이 없어 몸이 축 늘어진 피해자가 (바닥에서 1m 6㎝ 높이) 창문 밖으로 추락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이 교수는 "피해자 윗배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 창문틀에 눌린 자국이 발견됐다"면서 "외벽 페인트가 산화하면서 묻어나는 물질이 피해자의 손에서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피해자의 팔이 창문 밖으로 빠져나와 있는 상태에서 (창틀에 걸쳐진) 배가 오래 눌려 있다가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A씨의 휴대전화 속 동영상은 성폭행을 시도하기 직전부터 B씨가 추락한 직후까지 상황이 29분간 음성으로만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휴대전화 화면이 바닥에 엎어진 채 촬영돼 소리만 녹음된 이 동영상 초반에는 반항하는 듯한 B씨의 음성이 담겼으며 20분가량 지나서는 울부짖는 듯한 소리도 녹음됐다는 것이다.
이후 `쾅`하는 추락음이 들린 뒤 "에이X"라고 말하는 A씨의 목소리와 함께 얼마 뒤 휴대전화가 꺼졌다.
검찰 관계자는 "A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자동으로 동영상 촬영이 중단된 게 아니라 누군가가 강제로 촬영을 종료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했다.
A씨는 지난달 15일 새벽 시간대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내 5층짜리 단과대 건물에서 B씨를 성폭행하려다가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B씨가 2층과 3층 사이 복도 창문에서 1층으로 추락하자 B씨의 옷을 다른 장소에 버리고 자취방으로 달아났고, 당일 오후 경찰에 체포됐다.
B씨는 추락한 지 1시간 만에 행인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시간 뒤 숨졌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