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강연 도중 흉기 공격을 받고 중태에 빠진 작가 살만 루슈디(75)는 1988년 소설 `악마의 시`를 쓴 이후 무려 30년 넘게 살해 위협에 시달려왔다.
수십년째 루슈디를 향한 무슬림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 것은 문제의 소설이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와 초기 무슬림을 정면으로 모욕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설에는 예언자 무함마드가 등장하는데, 그가 초기 아랍인들에게 이슬람을 전파하려고 잠시나마 이슬람 유일신 신앙을 포기할지 고민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원칙과 신앙 사수를 위한 무함마드의 깊은 고뇌를 표현한 장면이지만, 무슬림 사회는 무함마드를 유약하게 표했다고 반발했다. 또한 메카의 초기 무슬림들이 무함마드를 모욕했다는 소설 내용에도 격렬한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는 1989년 2월 이 소설을 신성모독으로 규정하고 파트와를 선포하면서 루슈디뿐 아니라 악마의 시 출판에 관여한 누구든지 살해하라고 촉구했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루슈디는 즉각 칩거에 들어가야 했다. 항상 무장 경호원을 대동했고 5개월간 56번이나 이사해야 했다.
문제는 파트와를 선포한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바로 이듬해 심장마비로 사망해버렸다는 점이다. 파트와는 종교 지도자가 종교적 유권해석에 따라 내리는 일종의 포고령이다. 종교와 정치가 분리된 국가라면 단순한 종교적 해석으로 의미가 제한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법률보다 통제력이 강력하다. 파트와는 선포한 본인만 해제할 수 있는데, 파트와를 해제할 유일한 당사자가 세상을 떠나버린 셈이다.
1998년 영국과 관계 개선에 나선 무함마드 하타미 당시 이란 대통령이 "이란은 루슈디 암살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천명하기도 했지만, 2010년엔 이란 외무장관이 "루슈디에게 내린 파트와는 아직 유효하다"고 공식 인정하면서 다시 생명을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이란 정부와 연계된 기관 다수는 루슈디의 목에 현상금을 내걸었다. 최근 현상금은 300만 달러(약 39억원)까지 올랐다고 독일 dpa통신은 전했다.
실제 피해도 잇따랐다. 1991년에는 악마의 시를 번역한 일본인 번역가가 대학 교정에서 목, 손, 얼굴 등을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그 1주일 전에는 이탈리아어 번역가가 밀라노 자택 앞에서 흉기에 피습당했다.
1993년에는 소설의 노르웨이판 출판 담당자가 자택 앞에서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이 사건은 발생 25년이 지난 뒤에야 파트와와의 연계성이 공식 인정됐다.
루슈디는 1947년 인도에서 태어나 13살 때 영국으로 건너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했다. 그의 이민 경험은 이후 작품세계의 근간이 되고 있다. 그는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일하다 1975년 소설 `그리무스`로 데뷔했다. 1981년 `한밤의 아이들`로는 부커상을 수상했다. 최근작 `키호테`도 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자신을 `강경한 무신론자`로 표현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