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응해 전례 없는 화력 시위를 벌였다.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와 대만 국방부 발표를 종합하면 4일 중국군은 대만 주변 해역에 11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대만을 담당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의 스이 대변인은 "4일 오후 동부전구 로켓부대가 대만 동부 외해(外海) 예정한 해역의 여러 지역에 여러 형태의 재래식 미사일을 집중 타격했고, 미사일은 전부 목표물을 명중시켰다"고 발표했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군이 오후 1시56분(한국시간 오후 2시56분)부터 오후 4시까지 수차례에 걸쳐 대만 북부, 남부, 동부 주변 해역에 총 11발의 둥펑(東風·DF) 계열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중국군 동부전구 스이 대변인은 이번 미사일 발사의 목적에 대해 "정밀 타격과 지역 거부 능력을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거부 능력이란 적의 접근 또는 육해공 지역 점령을 차단하는 의미로, 대만 유사시 미국의 항공모함 등 증원 전력 개입을 견제하는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을 겨냥해 고강도 경고로 해석되는 군사행동을 한 것이다.
국영 중국중앙(CC)TV는 4일 동부전구 공군 및 해군 군용기 100여대가 대만 북부, 서부, 동부 공역에서 주야간 정찰, 공중 돌격, 엄호 지원 등 임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CCTV는 이날 훈련에 전투기, 폭격기, 공중급유기 등 다양한 기종의 군용기들이 동원됐다고 전했다. CCTV가 인터넷판 보도에서 공개한 화면에는 중국의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J-20이 훈련에 참가한 모습도 담겼다. 이날 동원된 군용기 규모는 역대 최대 규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캐나다에 본부를 둔 `칸와 아시안 디펜스`의 안드레이 창 편집장을 인용해 중국이 발사한 미사일 중 하나가 사정거리 700m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DF-15B라고 소개했다.
동부전구는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2시)께 대만해협 동부 특정 구역에 대해 장거리 화력 실탄 사격을 진행했으며, 정밀 타격으로 소기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동부전부가 SNS를 통해 공개한 이미지에 따르면 대만해협 중간선 주변 해역에 걸쳐 20곳 가까이 탄착점이 형성됐다.
`대만해협 동부 특정 구역`이라는 발표 내용으로 미뤄 대만해협 중간선 너머를 겨냥한 사격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나 포탄이 중간선을 넘었는지에 대한 양측 공식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일단 중국의 의도는 자신들이 인정하지 않는 중간선을 무력화하고, 대만이 중국 영토의 일부라는 주장을 행동으로 보여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SCMP는 사정거리 350∼500km인 PCL-191 다연장 로켓이 대만 건너편의 푸젠성 핑탄에서 발사됐다고 전했다.
이날 훈련은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지난 2∼3일 대만 방문에 맞서 예고한 군사 행동의 일환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자국의 군사행동에 대해 "국가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는 데 필요한 정당한 조치"라며 "대만 독립·분열 세력과 외부 세력의 간섭에 반격하는 데 필요하고도 정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대만 국방부는 "지역의 평화를 파괴하는 비이성적 행동을 규탄한다"며 맞섰다.
(사진=동부전구 웨이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