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對)중국 견제 노선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이 자국산 최첨단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한 중국 수출을 더 조이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최근 2주 새 미 상무부가 자국 내 모든 반도체 장비업체에 14나노미터(nm·10억분의 1m) 공정보다 미세한 제조기술을 적용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말라는 내용 공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장비업체 램리서치의 팀 아처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애널리스트들과의 콘퍼런스콜에서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가 확대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14나노 공정보다 미세한 제조기술을 적용한 반도체장비는 중국에 수출하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또다른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인 KLA의 릭 월러스 CEO도 같은 내용의 수출 제한조치를 정부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밝혔다.
앞서 미국 정부는 중국의 핵심 반도체 업체 SMIC(中芯國際·중신궈지)에 대해, `10나노`보다 미세한 공정을 적용하는 반도체 장비를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없도록 제한한 바 있다.
10나노, 14나노 등은 반도체에서 전기 신호가 지나다니는 회로의 폭(선폭)을 들어 기술 수준을 나타내는 말이다. 선폭이 줄어들수록 더 미세한 공정으로 더 좋은 성능을 내는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기존에는 10나노 공정 대비 우위인 기술에 대해서만 수출을 제한하던 미국 정부가 이 기준선을 14나노로 변경했다는 것은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저해하려는 노력을 더 많이 기울인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첨단 반도체를 스스로 제조할 수 없으면 차세대 통신, 로봇, 인공지능 등 미래 먹거리인 첨단 산업의 발전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정부가 중국의 경제적 야망을 억제하려는 시도를 가속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네덜란드의 ASML홀딩NV, 일본의 니콘 등에도 중국행 장비 수출을 제한해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다.
미국 상무부는 성명에서 "중국에 대한 제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구체적인 조치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조치로 중국의 반도체기업 상당수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핵심 반도체업체 SMIC뿐 아니라, 중국에서 운영 중인 대만 반도체업체 TSMC 등도 첨단 반도체 장비 도입에 차질을 받을 전망이다. SMIC는 현재 14나노 공정 반도체를 생산 중이고, 중국 내 TSMC가 보유한 기술은 16나노 공정에 그치고 있다. 한편,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 삼성전자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