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 청주 신규 공장 투자를 보류했습니다. 경기 불확실성에 따라 투자 시기를 조절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됩니다.
산업부 정재홍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 기자. SK하이닉스가 사실상 투자 축소를 예고한 것으로 해석해도 되겠습니까.
<기자>
네. 확인 결과, SK하이닉스는 청주 메모리 반도체 공장 증설을 보류했습니다. 팬데믹 종말 등 올 한해 긍정적으로 바라봤던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투자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심화로 설비 투자에 들어간 원재료값이 상승해 비용이 막대하게 증가했는데, 이에 반해 메모리 반도체는 공급과잉을 우려할 정도입니다.
SK하이닉스는 당초 청주 테크노폴리스 단지 내 약 43만3천여㎡에 4조 3천억 원을 투자해서 신규 라인을 증설할 계획이었습니다. 여기서 최신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 예정이었습니다. 증설 시기를 늦췄다는 점에서 투자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앵커>
투자 시기를 늦추는 게 옳은 결정인지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려운데요. 이번 공장 투자 보류가 실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지난 지방선거 때 일부 정치권에서 청주 공장 증설 약속을 남발하면서 기대가 커졌던 건 사실인데요. 내년 착공에 들어가도 2025년 완공 예정이었기 때문에 당장 실적에 변화를 주는 사안은 아닙니다.
다만 청주 신규라인 증설이 미뤄지면서 향후 몇 년 동안 SK하이닉스의 새로운 공장 건설은 불투명한 상태가 됩니다. 저희가 착공식이 연기됐다고 처음 밝힌 용인 반도체 클러스트는 2027년부터 양산에 들어갑니다. 청주 신규 공장도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 2025년 양산도 장담할 순 없습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아직 장비가 투입되지 않은 라인에 `Ph-2`, 즉 장비를 넣어가는 중인데 현재까지 계획으론 청주M15 공장 Ph-2 건설이 올해 10월까지로 끝납니다. 앞으로도 남은 공간에 장비 투입은 계속하겠지만 신규 라인 건설이 언제될지 이번 투자 보류로 알 수 없게 된 거죠.
얼마전 블룸버그통신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수요 감소에 따라 내년 자본지출을 25%가량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지난 며칠간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주가가 상승했잖아요. 이 때문에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과도했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현재 상황 어떻게 진단해야 합니까.
<기자>
올해 하반기 수요 감소가 예정돼 있는 건 기정사실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언제 업황이 살아날 수 있을지 그 시기가 내년 상반기냐 그 이후냐가 관건입니다.
이제 다음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분기 본실적을 발표할텐데요. 실적 자체로만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그동안 성장만 해오던 반도체 시장이었기 때문에 두 기업에 대한 기대가 워낙 컸었거든요. 부정적 이슈 하나, 긍정적 이슈 하나에 흔들리는 모습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미국 마이크론이 자사 6~8월 분기 실적을 72억 달러, 우리돈 9조 3천억 원 수준으로 잡았는데, 시장 전망치인 약 12조 원에 밑돌면서 업황 우려가 커졌습니다. 반면에 TSMC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다시 전체 반도체 시장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기도 했죠.
<앵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더 암울한 상황으로 보이는데요.
<기자>
업황 자체는 메모리가 더 부정적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요. 실적을 발표했던 마이크론과 TSMC 등 줄줄이 투자 조정을 언급했습니다.
마이크론은 "신규공장·설비투자를 줄여 공급과잉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고요. 하반기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TSMC조차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에 대비해 생산 설비 신설 계획을 일부 변경했습니다. TSMC는 설치 예정이었던 최신 3나노 신규 공장 보다 5나노 공장을 먼저 배치해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SK하이닉스의 청주 신규 공장은 이런 맥락에서 공격적이기 보단 안정적인 사업 전략을 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최태원 SK 회장도 지난 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전략전술적인 형태로 투자를 지연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하락폭은 예상 보다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D램 가격이 3%~8%까지 하락폭이 예상되다 10%까지 폭이 더 커졌었는데요. 예상 보다 스마트폰과 PC 판매가 낮고 이로 인해 재고가 쌓여서 수요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일부 공급망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가격을 이보다 더 인하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다음주 2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메모리 업황과 투자 조정에 대해 언급할지 주목됩니다.
<앵커>
지금까지 산업부 정재홍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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