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상가 입주자들의 상수도 관리비에 불만을 품고 수도 배관을 차단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유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수도불통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4월께 아파트 상수도에 배관을 연결해 쓰는 상가 입주자들과 보수관리비 협상이 원활히 되지 않자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상가 2층 화장실 천장에 설치된 수도배관을 분리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형법 195조는 여러 사람이 먹는 물을 공급하는 수도 시설을 손괴하는 등으로 연결을 막으면 징역 1∼10년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A씨는 "상가 2층 화장실에 설치된 수도관은 음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시설이 아니므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996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원래 지하수를 음용수로 쓰다가 오염 문제가 발생하자 2010년 1억원가량을 들여 상수도관 공사를 했다. 상가도 상수도가 필요했지만 소유주들이 약 3천만원의 부담금을 내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공사는 되지 않았다. 아파트 주민들은 관리사무소와 경로당이 있는 상가 2층의 화장실에만 수도관을 설치했다.
지하수를 못 쓰게 된 일부 상가 입주자가 2013년부터 2층 화장실 수도관에 배관을 연결해 물을 쓰기 시작했다. 계량기 표시에 따라 물값과 오수처리비용을 내왔으나 아파트 주민들은 상가 쪽이 턱없이 낮은 비용으로 물을 쓰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수도관·배관은 상가 임차인과 고객들에게 음용수를 공급하는 것이므로 수도불통죄가 처벌하는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상가 사람들로부터 물값을 받고 영수증을 써줬다는 점을 들어 아파트 측도 수도 사용을 추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2심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수도불통죄 대상이 되는 `수도 기타 시설`이란 공중의 음용수 공급을 주된 목적으로 설치된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며 "설령 다른 목적으로 설치됐더라도 불특정 다수인에게 현실적으로 음용수를 공급하면 충분하고, 소유관계에 따라 달리 볼 것도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