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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목숨 건 투자…100조 암(ARM) 사올까

K-반도체, ARM 인수 시나리오
인수 규모만 100조 육박 전망
안보자산으로 떠오른 시스템반도체
한미 반도체 동맹, ARM 투자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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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출국길에 나선 이후 삼성의 대형 M&A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옵니다.

특히 반도체 설계 특허로 전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국 암(ARM) 인수 시나리오에 시장의 기대가 큽니다.

인수 규모만 100조 원 육박할 것으로 점쳐지는 ARM 인수전, 산업부 정재홍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 기자. 이 부회장 출장의 구체적인 일정은 베일에 싸여 있는데 출국 후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 네. 지난 7일 출국 후 헝가리를 거쳐 독일에 간 것까지 확인됐고요. 이후 네덜란드를 방문할 예정인데 아직까진 독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독일 뮌헨에서는 완성차업체, 반도체 주요 기업들을 만나 사업 현안을 논의 중입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동석했다 지난 주말 먼저 귀국했는데요. 일단 완성차업체와 전기차 배터리 협업에 대해 이야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열흘이 조금 넘는 출장 기간 동안 꽤 많은 일정을 소화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이라고 볼 수 있습니까?

<기자> 단기적으로는 극자외선 노광(EUV) 장비 업체 ASML이 있는 네덜란드 방문이 중요합니다.

WSJ도 최근 보도했지만 반도체 생산장비 부족으로 내년부터 삼성과 TSMC의 첨단 반도체 공급 부족률이 최대 20%에 달할 우려가 있는 상태입니다. EUV 공정 장비는 1년에 수십 대 밖에 생산되지 않아서요. 어떻게든 물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예상됩니다.

영국을 방문한다면 지금 `예상`으로만 나오고 있는 ARM 인수전에 현실성이 부여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팹리스의 팹리스`로 불리는 ARM 본사가 영국에 있습니다.

ARM은 얼마전 엔비디아가 우리돈 약 50조 원에 인수하려다 각국 반독점당국에 의해 무산된 바 있습니다. 이 인수 시도 이후 기업가치가 더 올라서 100조 원에 육박할 거라는 추정입니다.

현재 인텔과 퀄컴 등 글로벌 테크공룡들이 ARM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데요.

국내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팻 겔싱어 인텔 CEO를 만나 현안을 논의한 것을 두고 반독점당국의 규제를 피해 공동으로 ARM 인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입니다. 마찬가지로 퀄컴과 오랜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SK그룹도 공동 인수를 검토 중입니다.

<앵커> ARM이 도대체 어떤 회사이길래 이렇게 큰 반도체 기업들이 차지하려고 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양현주 기자의 브리핑 듣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양현주 기자 브리핑> "팹리스 위의 팹리스". 1990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설립된 반도체 설계 회사 ARM을 설명하는 말입니다. 통상 반도체 설계 디자인을 하는 업체를 `팹리스`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팹리스 기업들 대부분이 ARM의 설계를 바탕으로 자체 기술을 더해 제품을 개발합니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애플의 `A 바이오닉`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죠. 실제로 ARM의 고객사는 전 세계 1천여 개에 육박하는데, 판매되는 스마트폰의 90% 이상, 태블릿 PC의 85%가 ARM의 기본 설계도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ARM은 이처럼 칩을 직접 만들지 않고 반도체 기본 설계를 제공하면서 로열티를 받는 식으로 수익을 창출합니다. 이를 통해 연간 매출 약 3조 4천억 원, 조정 영업익 1조 2,700억 원을 벌어들입니다.

그런데, 소유주인 소프트뱅크가 이 같은 독점적 지위의 ARM을 시장 매물로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인수전이 시작됐습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엔비디아입니다. 약 48조 원을 투입해 인수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ARM이 가진 독점적 지위로 인해 미국, 유럽 등 경쟁당국이 인수를 반대해 결국 무산됐습니다.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할 경우 기존에 받던 로열티를 크게 올리거나, 경쟁사에 설계도를 제공하지 않는 등 반도체 공급망을 뒤흔들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독과점 문제를 피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논의가 한창입니다. 현재 `반도체 한미동맹`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퀄컴-SK하이닉스, 인텔-삼성의 합종연횡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굴지의 반도체 기업들이 인수에 열을 올리는 반도체 설계기업 ARM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앵커> 전세계 반도체 기업이 대부분 ARM 설계를 쓰고 있다는 건데, 기술력에서 우위가 있는 겁니까?

<기자> 네. 앞서 보신 것처럼 스마트폰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코어 설계에서 대부분 기업들이 ARM의 설계를 씁니다.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빠르게 저변을 확대한 건데요.

반도체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특히 ARM은 같은 크기에 전력 소모가 적도록 반도체를 설계하는 기술에서 압도적으로 앞서 있습니다.

한 예로요. 컴퓨터 CPU 설계에서 1위인 인텔이 `아톰`이라고 해서 스마트폰용 반도체 설계를 하려고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ARM에 밀려 결국 실패한 사례가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ARM 코어와 차별화를 위해 `몽구스 프로젝트`라고 해서 독자 스마트폰 AP용 코어 개발을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하고 팀을 해체한 경험이 있습니다. ARM 설계만큼 효율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삼성전자가 ARM 특허 사용료로 내는 비용만 1년에 2천억 원 이상으로 확인됩니다.

<앵커> 차별화된 반도체 설계 기업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ARM의 자체 수익만 본다면 기업가치가 100조 원에 육박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기자> 엔비디아가 제시한 금액의 2배 수준이기에 그런 말이 나오죠.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100조 원도 싸다 비싸다 구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 SK, 인텔, 퀄컴 모두 첨단 반도체 제조 기업입니다. 첨단 반도체를 그릴 수 있는 도화지를 ARM이 제공한다는 점에서 많은 시너지를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앞서 ARM이 저전력 프로세스에 강자라고 했잖아요. ESG 화두에 따른 기후변화 대응과 맞물리면서요. 스마트폰, PC, 서버 모두 저전력 공정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거라는 예측입니다. ARM의 저전력 프로세스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높아진다는 말이죠.

저전력 반도체를 바탕으로 면적이 작은 땅에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도 있고요. 삼성전자가 꿈꾸는 높은 성능의 자체 모바일 AP에 대한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삼성이 8조 원을 주고 하만을 인수한 뒤 별 성과가 없다는 비판도 있지만,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 오디오가 비약적인 발전했고 제로에 가깝던 무선이어폰 점유율도 크게 오른 바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공교롭게도 한미 정상의 반도체 전략동맹 약속 이후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입니다.

<기자> 지금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기업이 모두 한미 반도체 동맹의 핵심축들입니다. 덩치가 크다보니 삼성-인텔, SK-퀄컴 두 주체 모두가 공동으로 참여해 인수할 거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시스템 반도체의 원천기술을 중국이나 제3국이 아닌 한미 양국이 확보한다는 점에서 안보자산으로서 역할이 무엇보다 크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미 양국이 미래 먹거리인 시스템 반도체 패권을 가진다는 측면에서 100조 원도 비싸다고만 할 순 없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 주말 귀국하는데 어떤 성과를 들고 오는지 잘 들여다 봐야하는 이유군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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