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암호화폐 루나(LUNC)와 테라USD(UST)의 발행사 테라폼랩스가 2019년 블록체인을 가동하면서 법인 앞으로 코인 10억개를 사전발행(프리마이닝)했던 사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가 사기 혐의로 고소당하면서 관련 의혹을 살펴보고 있는 검찰은 프리마이닝이 사기에 해당하는지, 사전발행한 코인들은 어디에 사용됐는지 등을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테라폼랩스는 2019년 4월 메인넷을 가동하며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에 연동되는 테라SDR(SDT) 10억개를 사전발행했다. 테라폼랩스가 발행 물량을 소유하는 조건으로 당시 환율로 1조5천600억원에 해당하는 물량을 10년에 걸쳐 발행하기로 한 것이다.
SDT는 테라USD(UST)-루나 알고리즘과 동일하게 SDT를 소각하면 루나를 얻을 수 있고, UST와 교환(스와프)도 가능하다.
사전발행 사실은 소수의 기관투자자에게만 공유되고 백서에는 기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다가 2020년 11월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코리아 보도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통상 코인 개발사는 코인의 전체 물량과 발행 예정일 등을 백서나 암호화폐 전문 공시사이트를 통해 공시하기에 테라폼랩스가 대규모 사전발행 물량을 알리지 않은 것은 일반 투자자들을 기망한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권 CEO 측은 "테라폼랩스가 운영하는 디스코드 채팅방 등에서 사전발행 물량에 대해 이야기했고 사전발행된 SDT는 테라 생태계 내에서 스테이블 코인의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관리비로 사용할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테라폼랩스는 미국 가상자산 공시 플랫폼 메사리(Messari)에도 2020년 11월 뒤늦게 관련 공시를 띄웠다. 테라폼랩스는 공시에서 "테라 안정 메커니즘을 강화하기 위해 제네시스 블록(블록체인에서 생성된 첫 번째 블록)에서 SDT 10억개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테라폼랩스는 테라 생태계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사전발행된 코인들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사용됐는지는 현재까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테라폼랩스의 SDT 사전발행은 당시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이슈가 되며 "탈중앙화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루나 코인 폭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고소·고발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은 최근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이 관련 진술을 확보해 권 CEO의 또 다른 사기 혐의를 수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