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해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는 과정에서 공매도가 집중된 업종 가운데 하나가 바로 증권주입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쓰고도 공매도의 최대 표적이 되기도 했습니다.
증권사 주가 흐름을 김종학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업황이 나쁘기도 하지만 실적이 좋았던 증권사까지 공매도가 늘어났다는 건데, 얼마나 몰렸던 건가요?
<기자>
증권주의 흐름은 하루 거래량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다 보니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더 크게 하락하고, 오르면 더 크게 오릅니다.
올해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20조 밑으로 하락한 영향으로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상당수 증권사가 이달들어 52주 신저가를 썼습니다.
이 과정에서 개별 증권사마다 공매도 잔고와 거래량도 늘었는데 작년말과 비교하면 많게는 5배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통상 정상적인 기업가치대비 주가가 올랐을 때 늘어야 할 공매도가 업계 최대 실적을 쓴 메리츠증권에서 더 많이 늘어났다는 겁니다.
최근 증권사 주가가 하락하는 동안 사상 최대 분기실적과 자사주 소각으로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상승세를 이어온 증권사가 메리츠증권입니다.
그런데 메리츠증권은 올해초부터 공매도가 늘기 시작해 이달 2일 분기 2,800억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공시한 뒤 이달 16일엔 전체 공매도 순위 1위를 기록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날까지 2주간 주가가 크게 밀려 이달 중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습니다.
메리츠증권에 대한 공매도 잔고와 거래 규모는 단기간에 늘어난 것이 아니라 올해들어 꾸준히 누적돼 왔습니다.
작년 말 140만주 안팎이던 공매도 거래규모가 2월들어 520만주를 넘겼고, 이달 들어선 그 규모를 늘렸습니다.
<앵커>
주식시장 거래가 위축되는 동안에도 좋은 실적을 냈다면 주가가 더 올라야 할텐데,
왜 공매도의 표적이 된 겁니까?
<기자>
메리츠증권은 외국계 증권사 출신인 최희문 대표가 최장수 CEO로 있는 증권사입니다.
자기자본은 5조원 규모로 미래에셋, 한국투자증권보다는 작지만 주식,채권 운용 직원들에 대한 자율성이 높고, 10년 이상 다져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사업을 특화해 다른 증권사들을 앞서온 곳입니다.
올해 채권금리 상승으로 대형 증권사도 1천억대 손실을 입었지만, 적극적으로 위험을 관리하고 투자은행 부문에서 수익을 방어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썼습니다.
더구나 지난해 초 3,4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까지 발표하면서 1년 만에 최고 55%까지 주가가 오를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기업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다른 증권사들의 실적과 주가가 하락하던 기간 홀로 유난히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겁니다.
주가순자산비율 PBR기준으로 따지면 다른 증권사 평균은 0.4~0.5배인데 메리츠증권은 0.7배까지 높은 가치를 부여받고 있기도 합니다.
금융투자업계는 또 메리츠증권이 "업황 부진에도 선방했다"면서도 "통산 1~3% 수준인 채무보증 수수료를 더 늘리기 어렵고, 대출금도 줄어 지금같은 실적을 계속 낼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다시 말해 높은 기업가치와 2분기부터 완만하게 나타날 실적을 감안할 때 주가 하락과 이를 노린 공매도의 빌미가 되었다는 겁니다.
<앵커>
다른 증권사들은 어떻습니까? 특정 증권사에만 이러한 평가가 따르는 것은 아닐텐데 말이죠.
<기자>
기업의 주가가 본래 가치보다 높아 언젠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면 공매도를 통한 거래의 표적이 되기 쉽죠.
국내 최대 증권사 미래에셋증권도 순익이 34% 줄어든 1분기 실적을 공개한 이튿날 거래서 메리츠 증권과 함께 공매도 5위 안에 들었는고, 키움증권도 공매도 순위 50위 안에서 빠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 주당 15만 원선으로 시총 4조 원을 넘겼던 키움증권은 개인 투자자금 이탈, 공매도 등의 영향으로 고점 대비 40% 정도 주가가 빠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루에 200만주 안팎 공매도로 잡히던 물량이 1월말 600만주, 이달들어선 780만주로 크게 늘었습니다.
주식시장 하락이 깊어진 2월부터 나머지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공매도 역시 집중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납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우려에 하락하던 주가가 최근 1주 사이엔 또 크게 회복했단 말이죠.
그렇다면 지금보다 더 하락하기 힘든 구간이라고 봐도 되는 겁니까?
<기자>
우선 국내 주식시장, 코스피가 2,600선 부근에서 하락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증권사 주가도 크게 돌아섰습니다.
희망적인 부분은 실적 둔화를 피하긴 어렵지만 밸류에이션, 기업 가치 대비 주가가 지나치게 빠졌다는 긍정적 의견이 나옵니다.
SK증권 전망을 보면 올해 예상되는 증권사의 PER은 4배 수준, PBR 0.5배인데 업황 악화를 감안해도 지나치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전체 상장 기업 가운데 통신, 은행 다음으로 배당이 높은 업종이기도 해서 주주 환원을 통한 반등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분기 실적이 크게 회복하기 힘든 상황을 감안하면 바닥을 예견하기엔 섣부르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여전히 불확실하고, 굉장히 어려운 시장이다보니까 금리인상이 지속된다면 올해 내내 주식거래 수수료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NH투자증권 전망을 참고하면 하반기에도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이 15조~20조원 수준으로 작년의 절반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통적인 채권발행, 기업공개를 통한 수입이 크게 줄어들고 있어 결과적으로 1분기 정도의 충격은 아니더라도 업황 회복에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따라서 국내 주식시장이 반등 기회를 찾는 과정에서 증권주의 하반기 이후 실적 기대감에 따라 변동성이 큰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죠.
증권부 김종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