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최초로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 `밀리의 서재`가 상장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지난 금요일(27일)이었죠,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심비심사 신청서`를 내면서 증시 입성을 공식화했는데요.
소식이 알려지면서 오늘(30일) 장 초반 관련주로 묶인 `지니뮤직`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짧은 역사와 누적된 적자가 위험 요소로 지적되는데, 주식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유통산업부 박승완 기자와 점검 해보겠습니다.
박 기자, 밀리의서재 상장 소식에 주식 시장 반응이 뜨거웠다고요?
<기자>
네, 밀리의서재의 상장 소식은 27일 장 마감을 전후해 알려졌습니다.
그러자 밀리의서재의 최대 주주인 지니뮤직은 당일 `시간 외 거래`에서 종가(4,870원)보다 9.86% 상승(5,350원)해 거래를 마쳤습니다.
`시간 외 거래` 주문액이 종가의 10% 내외로 가능한 점을 놓고 보면 상한가를 쓴 거죠.
오늘(30일) 장에서도 강세는 이어졌는데요.
장 초반 20% 가까이(18.1%)오르더니 숨 고르기에 들어가며 10.88% 오른 5,40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앵커>
4거래일 연속 상승 랠리를 이어가긴 했지만, 오늘만 10% 가까이 오른 걸 보면 밀리의서재 기대감이 작용한 건 분명해 보이는군요.
본격적으로 짚어보죠. 먼저 늘 궁금했는데, `밀리`는 누굽니까?
<기자>
밀리(蜜里)는 `꿀이 흐르는 마을`이라는 뜻입니다.
2016년 서영택 대표이사가 회사를 세우면서 직접 지은 이름인데요.
해마다 쪼그라드는 출판·도서 시장을 꿀이 가득한 곳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았습니다.
서 대표는 출판과 학습지로 알려진 웅진씽크빅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인데, 당시 경험을 밑바탕으로 디지털 독서 플랫폼이란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밀리의서재는 2017년 10월 국내 이용자들에게 처음으로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앵커>
요즘 대중교통에서 보면 핸드폰이나, 태블릿 같은 전자기기로 책을 보는 분들이 자주 보이긴 하더라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벌이는 겁니까?
<기자>
한 달 구독료(9,900원)를 내면 전자책이나 오디오북 등 밀리가 가진 콘텐츠들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2022년 5월을 기준으로 갖고 있는 콘텐츠는 11만 권, 파트너 출판사가 1,400개 수준입니다.
전자책 외에도 오디오북이나 직접 기획·제작한 독점 콘텐츠도 선보이는 중인데요.
포맷이나 방식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독서 경험을 주는 게 목표입니다.
[김유라·박막례 / (박막례 지음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中) : "어머니, 들어가서 꽃발만 살짝 들고 저 따라오면 엄청난 물고기 보실 수 있어요." 자꾸 나를 꼬시더라고. 결심했다. "에라, 모르겠다. 나 죽으면 내 보험금 니가 타먹어라!"]
밀리의서재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늘리고, 콘텐츠 투자도 확대하겠단 계획입니다.
<앵커>
물론 요즘 전자책이건 오디오북이건 독자들이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워낙에 책을 많이 읽지 않는 분위기이죠.
출판 시장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밀리의서재 외에도 리디, 탑코, 레진엔터 등 전자책 플랫폼 사업자들이 매출을 이끕니다.
지난해 출판 기업 전체 매출은 이전해 보다 6.1% 성장한 4조 3천억 원(4조 2,988억 원)으로 집계됩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전자책 플랫폼 사업자들의 성장률이 22.7%로 압도적인데요.(단행본 9.2%, 만화·웹툰 8.5% 성장)
전자책 시장의 급성장은 독서율 조사에서도 드러나는데,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독서율(-8.2%)이 줄어드는 동안 전자책(+2.5%)과 오디오북(+1.0%)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됩니다.(2021 국민독서실태조사)
무엇보다 20·30대 이용자 층이 두터워졌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성장 여력도 충분하다는 평가입니다.(전자책 독서율 2019년 39.0%, 2021년 50.5% / 오디오북 2019년 6.5%, 2021년 12.0%, 20대 기준)
이처럼 이용자도 늘고, 매출 증가도 이어가고 있습니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앵커>
매출 성장률이 타 업종의 2~3배에 달하고, 이용자도 확대 중인데 속 사정은 다르다?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나 보군요.
<기자>
지난해 8개 전자책 플랫폼들의 영업이익은 2020년보다 93.3%나 줄었습니다.
플랫폼 업체들의 특성상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거나 요금제를 올리지 않는 한 수익성 개선이 어려운 점이 작용한 건데요.
실적만 놓고 보면 밀리의서재의 상황이 제일 심각합니다.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죠.
밀리는 2019년 이후 매출이 매년 60% 넘게 늘었습니다만, 영업손실 역시 덩달아 불어났는데요.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꼽힙니다.
<앵커>
매출이 60%나 늘었는데도 적자만 커졌다는 건 몸집만 키웠지 `속 빈 강정`이나 다름없단 의미로 읽힙니다.
상황이 어떻길래요?
<기자>
재무제표에 따르면 밀리는 지난해 영업비용으로 433억 원이 넘는 금액을 쏟아부었습니다.
어디에 썼는지 살펴봤더니 광고선전비(29.3%), 전자책매출원가(27.0%), 급여(14.8%) 등의 순이었습니다.
이 중 광고에 쓴 비용만 127억 원으로 이전해(2020년, 63억 원)의 두 배가 넘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조정석 배우를 모델로 TV CF를 시작했죠.
광고의 효과인지 지난 4월 기준 누적 회원 수는 450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150만 명 늘었습니다.
<앵커>
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전자책 콘텐츠 확보보다 광고에 더 힘을 쏟느라 적자 폭이 커진 셈이군요.
실적이 이렇다 보니 상장 과정에서 `테슬라 요건`을 이용하나 봅니다.
<기자>
테슬라 요건은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성장성을 인정받으면 상장을 허락해 주는 제도입니다.
한국거래소가 정한 곳 중 2개 기관에서 일정 등급 이상의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자격을 얻는데요.
2018년 카페24를 시작으로 올해 초 케이옥션까지 이 제도를 이용해 증시에 입성했습니다.
주로 바이오와 첨단소재, IT회사들인데 상당수가(카페24, 제테마, 씨앤투스성진, 바이오다인, 제주맥주) 공모가를 밑도는 상황입니다.
테슬라 요건 상장이 `개미 무덤`을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앵커>
테슬라 상장에 대한 우려에도 지니뮤직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는 건 이유가 있겠죠.
KT그룹 차원에서의 지원을 기대하는 건 아닐까요.
<기자>
최대주주인 지니뮤직이 KT그룹의 계열사이자 밀리의서재가 콘텐츠 사업의 핵심이란 점이 투자 심리를 달구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앞서 지니뮤직은 2021년 9월 464억 원을 투자해 밀리의서재 지분 38.6%를 인수하며 최대 주주에 올랐는데요.
구현모 KT 대표 역시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밀리의서재와 케이뱅크 등 자회사들의 연내 상장 계획을 공식화한 바 있습니다.
KT가 오리지널 콘텐츠와 원천IP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지니뮤직과 밀리의서재가 투자 중추에 놓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투자은행(IB) 업계가 평가하는 밀리의서재 기업가치는 3천억 원인데, 인수 당시 지니뮤직이 내건 밀리의 목표 가치가 1조 원이었습니다.
다만 최근 들어 주식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기업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을지, 실제 상장까지 성공시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예비 신청서를 제출한 단계이니 일단 공은 거래소로 넘어간 상황이군요. 어떤 판단이 나올지 두고 봐야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