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하던 항암제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워진 두경부암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가 열렸다.
고윤우·김다희 연세암병원 두경부외과 교수, 김혜련·홍민희·김창곤 종양내과 교수 연구팀은 두경부암에서 기존 치료의 내성을 유발하는 핵심인자를 규명, 효율적인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밝혔다.
두경부암은 머리와 목 부분에서 생기는 종양이다. 얼굴, 입, 목 등 발생 부위에 따라 통증, 코막힘, 출혈, 목소리의 변화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음식을 먹거나 목소리 기능에 영향을 끼쳐 영양섭취와 대인관계 문제로 이어져 삶의 질을 떨어트린다.
흡연, 음주,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 등이 원인이며 최근 발생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재발과 전이가 빈번하고 치명률이 매우 높다. 발생률 증가는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꼽히는데, 인유두종 바이러스로 인한 두경부암은 독특한 면역학적 특징으로 인해 기존에 사용하는 면역항암제를 사용해도 효과를 크게 보기 어렵다.
연구팀은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기인한 두경부암 조직의 면역학적 특징에 대해 심층 분석을 진행했다.
분석에 따르면,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원인인 두경부암은 신체의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조절 T세포`가 다량 함유됐다고 나타났다. 또한 ‘IDO(Indoleamine 2,3-dioxygenase)’라는 물질이 인유두종 바이러스 관련 두경부암에서 조절 T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을 유도하는 것을 확인했다.
조절 T세포는 정상인에서는 과도한 면역 활성을 억제해 자가면역 질환 발생 억제를 돕지만, 암 환자에서는 면역 관문 억제제의 치료 반응을 저하시킨다고 알려졌다.
또한 연구팀은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기인한 두경부암 환자의 세포 조직을 이용해 IDO 억제제가 조절 T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IDO 억제제는 조절 T세포의 핵심 단백질인 ‘FoxP3’ 발현을 50% 이상 감소시켰다.
IDO 억제제와 면역 관문 억제제 병합 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전이성 4기 두경부암 환자는 종양의 크기가 70% 이상 감소하고, 치료 반응 또한 2년 이상 지속되는 등 뚜렷한 항종양 효과를 보였다.
김혜련 교수는 “그동안 항암 치료에 대한 내성으로 인해 치료가 어려웠던 난치성 두경부암 환자에서 치료 내성 극복을 위한 효율적인 치료 전략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면서 “향후 환자분들에게 보다 향상된 치료 방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 및 중개의학(Clinical and Translational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