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목전에서 야권발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둘러싸고 연일 정치권이 시끌시끌하다.
지난 27일 민주당 이재명 계양을 후보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통합하고 인천 계양과 경기 김포, 서울 강서 일대 수도권 서부를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게 발단이 됐다.
논쟁은 주로 국민의힘이 제주 관광산업에 불러올 부작용을 부각하며 비판하고, 민주당은 오히려 제주 관광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여권이 정치 공세를 벌인다고 반박하는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이준석 대표가 선봉에 서서 연일 이 후보 측과 공개 설전을 벌이고 있다.
다만 민주당 내부적으로도 지역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이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 이슈화와 관련해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전선이 복잡 미묘해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29일에도 `총공세` 모드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중앙선대위의 경기 지역 현장 회의에서 "송영길 후보와 이재명 후보는 김포공항을 폐항하고 서울 시민들이 청주와 원주공항을 이용하도록 하겠다고 하고, 오영훈 제주지사 후보는 이런 공약이 전혀 상의 되지 않은 무리수라는 취지로 항변하고 있고,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는 성남 서울공항 기능을 김포공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선거에 지역별 이해관계에 따라 서너 가지 다른 이야기 하는 것이 갈라치기이고 당이 콩가루가 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거명하며 중앙당 차원의 당론을 밝힐 것을 요구했고, 이재명 후보를 향해서는 본인과의 공개토론을 거듭 촉구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보도자료를 내고 "김포공항을 인천공항과 통합 이전하자는 공약은 경기도민과 대한민국 국민을 호도하는 공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천공항의 수용량을 초과하면서 인천공항마저 이용할 수 없게 되고, 인천공항 용량 부족으로 김포-제주 국내선 노선을 우선적으로 축소할 수 밖에 없다"며 "이로 인한 GDP(국내총생산)감소, 일자리 감소, 국내 이용객들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지역별 이해관계에 개념도 없이, 중앙당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하지도 않고, 국민 불신과 복장만 뒤집어 놓으며 스스로 지방행정 무능력과 무책임을 고백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김은혜 경기지사·허향진 제주지사 후보와 부상일 제주을 후보 등은 30일 오후 김포공항에 집결해 `이전 저지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 및 연대 협약식`을 열 계획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미묘한 여진이 계속됐다.
수도권 개발 욕구를 겨냥한 공약이지만, 제주 민심에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경기도 용인중앙시장 유세를 마친 뒤 김포공항 이전과 관련한 당론을 정할 생각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중앙당의 공약이 아니고,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공항 이슈가 전국 공약 차원의 논란으로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당 차원에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후보들도 일단은 여당의 공세를 `갈라치기`로 규정하며 반박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후보 캠프의 김남준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겨냥해 "민주당을 향해 콩가루 운운하는 이준석식 어설픈 갈라치기에 현혹될 사람 없다"면서, "이준석 정치는 온라인상에서 횡행하는 `패드립(패륜적 말싸움)`에 가까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오영훈 제주지사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이 냉정하게 처리하면 될 일을 수도권 선거전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정쟁화시킨 것"이라며 "이준석 대표는 대선뿐만 아니라 지방선거에서도 갈라치기라는 저급한 정치쇼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오 후보는 그러면서 "김포공항 이전은 국토교통부 공항개발종합계획에 포함돼야 가능하고, 인천국제공항은 제5활주로를 건설한다고 하더라도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공역과 슬롯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사실상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포공항 이전 공약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 셈이다.
반면에 이 후보 측은 "김포공항의 제주노선 기능은 인천공항에서 충분히 소화 가능하고, SOC(사회간접자본) 확충으로 제주 접근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고, 송 후보는 "KTX제주노선을 연결해 제주까지 고속철을 타고 가면 제주 여행도 더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