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늘(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어제(20일)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기지인 삼성 반도체 평택캠퍼스에서 첫 대면했다.
이는 이번 회담이 글로벌 공급망 협력과 경제 안보 등 기술동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상징적인 장소 선정이었다.
호스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시작으로 한미 정상의 공동 연설이 진행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반도체는 현대 세계의 엔진으로 모두를 위한 성장과 기회의 동력"이라며 통역 없이 영어로 인사했다.
한미정상은 이 부회장 소개로 연단에 올라 차례로 연설에 나섰다.
먼저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 캠퍼스 방문은 반도체가 갖는 경제·안보적 의미는 물론, 반도체를 통한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20일) 방문을 계기로 한미관계가 첨단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안보 동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4분)보다 2배 이상 긴 9분 동안 연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예로 들며 공급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것이 확보되어야 우리의 경제적·국가적 안보가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들에 좌우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달성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는 가까운 파트너들, 즉 한국과 같은 국가들과 협력해서 필요로 하는 더 많은 것들을 동맹 및 파트너들로부터 수급받고, 공급망 회복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설을 마친 바이든 대통령은 연단 뒤편의 스크린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근로자들 모습이 실시간으로 비치자 활짝 웃어보인 뒤 윤 대통령과 함께 퇴장했다.
앞서 한미 정상은 어제 오후 6시 11분께 공장 정문 앞에서 첫 인사를 나눴다.
두 정상은 22초간 서로 악수한 손을 놓지 않고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인사말을 나눴다.
둘은 방명록 대신 반도체 재료인 웨이퍼 위에 검은색 펜으로 각자 이름을 썼다.
이어 두 정상은 방진복을 입지 않고 정장 차림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 내부를 시찰했다.
현재 가동 중인 1라인(P1)과 건설 중인 3라인(P3)을 주로 둘러봤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양산하는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 세계 최초 3나노미터 반도체 시제품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시찰은 7시18분까지 22분 동안 진행됐다.
최고 수준 보안 시설인 반도체 공장 내부를 바이든 대통령 일행에게 공개한 것은 미국을 기술동맹으로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일정에는 한국 측에서 박진 외교부·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최상목 경제수석, 왕윤종 경제안보비서관 등 100여명이 동행했다.
미국 측에서는 지나 러몬드 상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크리스토퍼 델 코르소 주한미대사 대리,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동아태 차관보 등 50여 명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