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6조3천억 원을 투자해 전기자동차(EV) 생산 거점을 마련한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면서 `퍼스트무버`로 나선 현대차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게임체인저`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 정의선 회장 "미래 모빌리티 비전 달성 교두보"현대차그룹은 21일 미국 전기차 전용 신공장 건설과 배터리셀 공장 투자 등을 포함한 미국 전기차 생산 거점 확보 계획을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완성차 공장을 신설한다.
신설 전기차 공장 인근에 배터리셀 공장을 건설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도 갖춘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공장, 배터리셀 공장을 포함해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체계 구축에 총 6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건설 예정 부지에서 장재훈 현대차 사장, 호세 무뇨스(Jose Munoz) 사장과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Brian Kemp) 주지사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투자 협약식을 갖고 투자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날 협약식에 영상으로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미국에 전기차 전용 생산 거점을 조지아에 마련하고 미국 고객을 위한 혁신적인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지아 전기차 전용공장은) 제조 혁신기술 도입과 신재생 에너지 활용 등 미국에서의 첫 스마트 공장으로써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 달성을 위한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켐프 주지사는 "현대차그룹의 조지아주 투자를 환영한다"며 "주 역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로의 성공을 위해 현대차그룹과 조지아주가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조지아 주 정부는 현대차그룹의 투자 결정에 호응해 공장 설립 및 운영 안정화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제공과 향후 지속적인 제반 지원을 약속했다고 현대차그룹은 전했다.
○ 연산 30만대 규모로 2025년 상반기 완공 목표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공장을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지역에 짓기로 하고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내년 상반기 착공에 들어간다.
공장은 1183만 제곱미터(㎡&약 358만평) 부지 위에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출 계획이다. 신공장은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다(多) 차종의 전기차를 생산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생산 효율성과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글로벌 전동화 추세에 대한 전략적 대응력도 높일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전기차 시장의 수요 확대 및 시장 세분화, 고객 요구의 다변화 등에 맞춰 기민하게 대응하고 시장 전략을 수립하는데 필수적인 현지 생산·공급 기반을 갖출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기차 등 자동차 산업에 관한 현지 정부의 제도와 정책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에서 전동화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50%까지 확대하고 충전설비 50만기 설치와 보조금 증대 등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까지 더해 자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유리한 조치를 이어 가고 있다.
새 전기차 공장은 기아 미국생산법인(Kia Georgia)과 약 400km 거리에 들어설 예정으로 앨라배마주에 위치한 현대차 미국생산법인(HMMA)과 더불어 부품 협력사와 물류 시스템 공유 등 효율적 공급망 관리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창출된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가 실증 개발한 제조 혁신 플랫폼을 미국 전기차 신공장에 도입한다. HMGICS의 혁신 플랫폼은 수요 중심의 인공지능 기반 지능형 제어 시스템, 탄소중립 RE100 달성을 위한 친환경 저탄소 공법, 안전하고 효율적 작업이 가능한 인간 친화적 설비 등 다양한 제조 신기술을 적용해 기존의 생산 공장과 차별화된 스마트 제조 플랫폼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생산·판매 확대를 위해 필요한 배터리의 안정적인 현지 조달이 가능하도록 배터리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배터리셀 공장을 미국에 설립한다. 이 공장은 현대차그룹 전기차 완성차 공장과 인접한 부지에 위치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차량의 성능과 상세 사양에 맞춰 최적화된 배터리셀을 현지에서 조달해 고효율ㆍ고성능ㆍ안전성이 확보된 높은 경쟁력의 전기차를 시장 상황에 맞춰 적시에 생산,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배터리 공장 설립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여러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후 확정할 방침이다.
○ 2030년 글로벌 전기차 323만대 판매 목표오는 2025년 신설 공장 가동이 시작되면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첫 현지 생산을 시작한 2005년 앨라배마 몽고메리 공장 가동 이후 20년 만에 전기차만 생산하는 완성차공장을 보유하게 된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4월 앨라배마공장의 전동환 생산라인 구축에 3억달러(약 3천700억원)를 투자함으로써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을 연내에 생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고, 전기차 수요가 많은 대표적인 미국 시장에서 이처럼 전동화 추진을 가속화함으로써 미국에서 2030년 84만대의 전기차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2030년 글로벌 판매 목표는 323만대(현대차 183만대, 기아 140만대)다. 이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12%에 해당한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앞으로 제네시스를 포함해 18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고, 기아는 13종의 전기차를 출시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번 투자를 발판으로 미국 시장에서 전동화 선도 업체의 입지를 확립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