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에게 물었습니다. "실손보험 청구, 어떻게 하시나요?"
[정지선/서울 영등포구 : 무슨 사이트에 (청구를) 하라고 하는데, 복잡해요. 메시지로도 오는데…너무 귀찮아서 안하고 있어요.]
[김유진/충남 천안시 : 핸드폰으로 사진 찍어서 어플로 제출하고 있어요. 많이 불편해요.]
[김영진/충남 천안시 : 서류도 좀 그래요. 뗐는데 물어보니 `이게 아니라 다른 거에요` 이런 것…1만5,000원, 2만원짜리 뭐하러 (청구)해, 하자니 귀찮고…"
<앵커>
꽤 오랜 시간 논의돼 온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번에는 이 서비스가 구현될 수 있을 지 업계는 물론이고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최근 이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까지 발의가 됐는데,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 지 취재기자와 직접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경제부 장슬기 기자 나와있습니다. 장 기자, 먼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서비스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현재 실손의료보험은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가입한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앵커는 실손보험금 청구할 때 어떻게 하십니까?
<앵커>
병원에서 영수증 등 서류를 떼서 팩스나 사진으로 보험사에 제출하고 있습니다.
<기자>
현재는 앵커처럼 진료를 받은 영수증이나 진료 세부내역서 등 보험사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실손 가입자가 직접 병원에서 받아온 뒤 보험사에 제출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그런데 서류를 일일이 떼는 것도 번거롭고 또 다시 사진을 찍는다거나 팩스로 보험사에 보내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죠. 이런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자료들을 전산화하자는 게 이 서비스의 취지입니다. 간소화서비스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진료 내역과 비용이 전산을 통해 보험사에 직접 전송되는 시스템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가입자들이 일일이 서류를 떼지 않아도 되나요?
<기자>
네. 데이터 형태로 보험사에 전달이 되는 만큼 가입자가 따로 영수증을 챙길 필요가 없습니다.
실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 1,000명 중 절반 가량이 실손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데도 `절차가 불편하다`는 사유로 청구를 포기했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인터뷰 영상에서도 보셨 듯, 특히 소액의 경우 일일이 청구하기가 번거로워서 안하시는 분들이 많은 상황입니다.
<앵커>
절차가 간소화되면 굉장히 편리할 것으로 보여지는데, 왜 아직도 시행이 되지 않고 있는 겁니까?
<기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관련해선 이미 국회에 5개 법안이 상정돼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추가로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총 6개가 됐습니다.
국회뿐만 아니라 금융당국도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의 세부과제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매번 의료업계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의료업계가 반대하는 이유가 있나요?
<기자>
네, 먼저 화면 보시겠습니다. 각 업계가 주장하고 있는 부분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의료업계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는 부분은 가입자들의 진료내역, 즉 민감한 정보들이 민간 보험사로 넘어간다는 점입니다.
민감 정보들이 악용될 소지 등을 문제로 꼽고 있고, 모든 데이터가 전산화되는 만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미 지금도 종이형태이긴 하지만 진료 받은 사람들의 정보가 보험사로 가는 것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이 부분이 보험업계와 의료업계의 주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부분인데요. 의료업계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고 있긴 하지만, 보험사들은 `오히려 영수증, 종이 형태로 개인정보를 옮기는 것이 정보유출 위험에 더 노출돼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개인정보 부분의 이면을 살펴보면, 국내 의료수가는 급여와 비급여부분으로 나뉘는데 급여부분은 가격이 표준화 돼 있지만 비급여 진료부분은 표준화 돼 있지 않아 가격이 병원마다 다릅니다.
비급여 부분에 대한 수가가 데이터 형태로 한 곳에 모이게 되면 결국 관리 감독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의료업계에서 가장 꺼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가 되겠군요. 비급여 부분 진료비가 관리대상이 되면 결국 가격이 표준화될 수 있다, 이 의미인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현재 의료업계는 실손보험 간소화 청구 법안이 통과되면 "실손보험 가입자들에 대해서는 방어적으로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최근 배진교 의원이 추가로 법안을 발의했는데, 바로 어제죠. 의료업계가 또 한번 법안 폐기를 주장하는 성명서를 냈습니다.
<앵커>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죠?
<기자>
먼저 배 의원이 내놓은 `개인정보 유출 우려 없는 실손보험 간소화서비스` 법안은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하는 방식입니다.
심평원에서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진료비 계산서나 영수증 등의 전산자료를 받고, 이를 보험사에 비전자적 형태로 제출해서 보험금 지급에 필요한 서류만 보험사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의료업계의 주장을 반영한 법안인데, 대한정형외과협회는 어제(17일) 이에 대해서도 "심평원의 업무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되고 불필요한 세금과 자원이 낭비된다"며 또 한번 반대의사를 밝혔습니다.
특히 조금 전 제가 언급한 부분이죠, "비급여군에 속하는 치료제와 의료행위를 관리감독하겠다는 게 입법 취지 아니냐"라며 비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보험업계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보험사 입장에서도 사실 실손보험금 청구가 간편해지면 고객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오히려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 아닙니까?
<기자>
네, 당연히 실손보험금 청구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절차가 간소화되는 만큼 사실상 진료를 받으면 보험금 자동청구로 이어지는 방식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도 초반에는 해당 법안을 반대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보험업계가 해당 서비스 시행을 촉구하는 이유는 현재 보험사들도 영수증 같은 서류를 전산화하는 작업에 불필요한 인력과 비용을 소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일을 두 번 한다`고 표현하죠. 때문에 보험업계 입장에서도 이 절차가 간소화되는 것이 비용절감과 직결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보험사 입장에서 보험금 청구가 늘어 손해율이 높아지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료가 오를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닙니까?
<기자>
일각에서 그런 우려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손은 손해율이 높아지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미 현재도 치료비용이 큰 경우에는 절차가 불편하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어떻게든 보험금을 청구합니다. 간소화서비스가 시행되면 그간 귀찮아서 청구하지 않았던 보험금들, 천원대나 만원대가 되겠죠. 이런 건들이 늘어나게 됩니다.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어쨋든 보험금은 늘어나겠지만 조금 전 말씀드린 현재 수기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이 비용은 보험료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비에 포함이 됩니다.
절차가 간소화되면 그 만큼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두 업계의 입장이 극명하게 다른 만큼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새로 출범한 정부에서는 해당 사안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이달 초 인수위가 발표한 디지털플랫폼정부 중점 추진과제에는 실손보험 간소화 서비스가 언급이 됐습니다. 실제 인수위가 지난달 국민소통 플랫폼을 통해 14개 생활밀착형 후보 과제 중 우선시행순위를 조사한 결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간 법안소위에서도 의료업계의 주장대로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한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법안이었는데요. 이를 반대했던 의원이 배진교 의원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보완한 법안으로 직접 발의를 한 만큼 업계의 분위기도 전환됐습니다.
결국 공은 이번 정부로 넘어오게 된 상황인데요. 의료업계와의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현재 디지털 비대면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소비자 편의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이번 정부에서는 논의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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