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주택시장이 도시정비사업 위주로 재편되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건설사가 있습니다.
올해가 채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4년 연속 도시정비사업 1위 타이틀이 유력한 현대건설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비결이 무엇인 지, 앞으로 실적에 미칠 영향은 어떨 지 취재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산업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현대건설이 도대체 어떤 기록을 세우고 있는 겁니까?
<기자>
도시정비사업은 말 그대로 주택이나 기반시설을 재정비하기 위한 사업입니다.
기존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재건축, 주변 환경까지 갈아엎는 재개발, 층수나 동을 늘리는 리모델링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현대건설은 바로 이런 도시정비사업에서 상반기 내에 6조원의 수주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6조원이라는 숫자는 현대건설의 올해 연간 도정사업 목표치였는데, 이를 반년만에 달성하는 셈이고요.
따라서 4년 연속 도시정비사업 1위 타이틀도 벌써부터 거머쥐게 됐습니다.
지난해 근소한 차이로 도정사업 2위를 기록한 곳이 GS건설인데요.
그런 GS건설 조차 아직까지 2조원이 조금 못 되게 수주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현대건설의 성과가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죠.
현대건설은 이미 올해 초 대구 봉덕1동 재개발부터 과천주공8·9단지 재건축까지 3조2천억원을 수주했고요.
오는 15일엔 1조7천억원 규모의 광주 광천동 재개발 사업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고, 다음 달엔 5,400억원 규모의 대치2단지 리모델링 시공사로 선정될 예정입니다.
이렇게만 해도 벌써 5조4,300억원이죠.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총 수주액(5조5,500억원)에 육박한 금액입니다.
여기에 최근 부산 서금사6구역 재개발 사업에 단독으로 응찰했고, 재입찰에도 응할 계획입니다.
2회 이상 단독 응찰시 수의계약으로 이어지는 업계 관행 상 이곳도 현대건설이 수주할 가능성이 높고요.
대전 도마·변동5구역도 GS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서 입찰했는데, 경쟁 상대가 시공 능력이나 브랜드 파워에서 조금 밀리는 곳인 만큼 여기서도 승기를 잡을 전망입니다.
<앵커>
도시정비사업이 건설사에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기자>
국내 건설사들의 매출이 대부분 주택사업에서 나온다는 것을 감안하면 도시정비사업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늘 아래 새로 집을 지을 땅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재개발이나 재건축, 못해도 리모델링은 해야 건설사들이 돈을 벌 수 있거든요.
현대건설만 하더라도 전체 매출에서 건축·주택사업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합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10조원의 매출 중 6조7천억원 가량을 건축·주택사업에서 올렸는데요.
문제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집을 짓는데 필요한 철근이나 시멘트 가격도 뛰었죠.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원가율이 오르면서 영업이익도 1% 이상 깎일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를 만회하려면 보다 많은 사업장을 수주해야 합니다.
마침 새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비롯한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도시정비사업을 통한 분양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고요.
파이가 커진다면, 당연히 많이 가져가는 쪽이 승자가 되겠죠.
<앵커>
그러면 이쯤에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대건설은 어떻게 그런 많은 도시정비사업장을 수주할 수 있었던 건가요?
<기자>
조합이 시공사 선정 공고를 낼 때 빠지지 않는 문구가 있습니다. 시공 능력 순위가 상위권에 들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현대건설은 국토교통부의 시공 능력 평가에서 8년 연속 2위를 지키고 있고요.
또 도시정비사업이라는 게 시공사가 조합에 이주비나 여러 사업 비용을 먼저 빌려줘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융통할 수 있는 현금도 많아야 하는데요.
현대건설은 순현금을 비롯해 현금성 자산만 8조2,600억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대표로 취임한 윤영준 사장의 활약이 사실상 현대건설의 왕좌를 굳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어떤 인물이고, 또 어떤 전략을 내세운 거죠?
<기자>
1987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윤영준 사장은 36년 간 건설업계에 몸 담으면서 주택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현장소장에서부터 주택사업본부장까지 주택사업과 관련해선 안 해본 직이 없을 정도고요.
대표로 취임하기 전에 이미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 론칭을 주도했고,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이라는 한남3구역 수주전을 진두지휘했습니다.
대표로 취임한 후에도 철저히 현장 맞춤형 수주 전략을 펼치면서 다양한 조합의 선택을 받았는데요.
사업성이 높고 승산이 있는 곳이라면 정비사업 유형을 불문하고 디에이치 브랜드를 제안해 수주를 따내고, 출혈경쟁이 예상되는 사업장에서는 컨소시엄으로 안전하게 입성했습니다.
주택사업 중에서도 조합이 걸려 있는 도시정비사업은 현장과 소통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한데, 현장과 친숙했던 윤 사장이 사업장과 조합의 특성에 맞게 잘 공략한 거죠.
또 수주 영업과 사업 추진을 분리하는 조직 구성이라든지, 현장을 일일이 챙기면서 수주 관련 조직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행보가 수주 곳간을 채우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입니다.
<앵커>
이런 수주 성과들이 실적엔 언제 반영되나요?
<기자>
수주 시점이 아닌 착공 시점부터 공정률에 따라 나눠서 반영됩니다.
그러다보니 올해 수주한 도정사업장 중 재건축, 재개발은 최소 3~4년 뒤, 리모델링도 빨라야 2년 뒤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지난 2019년부터 도정사업 수주 1위를 유지하고 있고, 건축·주택부문에서만 관련 매출의 6배, 전체 매출 대비 4배에 달하는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올해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실적에 반영될 일감은 충분하다는 분석입니다.
이미 강남구 개포동 일대에서 규모가 가장 큰 단지로 꼽히는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개포주공1단지 재건축)`가 매출에 반영되고 있고요.
보수적으로 잡아도 올해 현대건설의 건축·주택부문 매출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7조5,600억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