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방국으로 꼽히는 중국의 기술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조용히 발을 빼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최대 퍼스널컴퓨터(PC) 제조사인 레노보가 러시아의 침공 직후이자 서방의 제재가 발효되기도 전인 지난 2월 말 러시아로의 상품 수송을 중단했다.
당시 레노보는 러시아 내 판매를 위한 재고가 남아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중단을 결정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다. 레노보는 작년 기준으로 러시아에서 두 번째로 많은 PC를 판 회사다.
삼성전자에 이어 러시아 2위 휴대전화 판매 회사인 샤오미도 대러시아 수출을 줄였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이 전했다. 러시아의 한 유통업체는 최근 몇 주간 샤오미로부터 단 한 개의 상품도 배송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남몰래 러시아 시장에서 사업을 줄이는 이들 기업과 달리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 DJI의 경우 지난달 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모두 제품 판매를 일시 중단한다고 공표했다.
자사 드론이 전투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판매를 중단하는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그 결과 중국산 기술제품의 대러시아 수출은 전쟁이 본격화한 3월부터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중국의 대러시아 랩톱 컴퓨터 수출은 전월과 비교해 40% 이상, 스마트폰 수출은 3분의 2 이상, 통신 기지국 장비 수출은 98% 각각 감소했다.
중국 기술기업들의 이런 행보는 서방의 부당한 제재에 순응하지 말라는 중국 정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뤄진 것이다. 지난달 중국 상무부는 자국 기업들에 "외압에 굴복하거나 부당한 대외 성명을 발표하지 말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 내 사업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은 미국의 간접 압박이 효과를 나타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자국산 장비, 소프트웨어 등을 사용한 외국 기업의 제품을 러시아 국방 분야에 수출하는 것도 제재 위반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을 제공받는 중국의 기업들도 서방의 제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한 반도체 공급업체는 지난 3월 모든 고객사에 서한을 보내 대러시아 제재 준수를 압박했다고 한 소식통이 WSJ에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