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새 정부의 예대금리차 공개 추진 방침에 은행권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예금과 대출이자 차액을 수익으로 삼는 은행으로선 내부 영업비밀을 공개하는 셈이어서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단순히 예대금리차를 확인하는 것이 어떤 이득이 있울지에 대한 논란도 있는데요.
예대금리차 공개 과연 필요한 것인지 경제부 신용훈 기자와 짚어봅니다.
신기자 새 정부가 예금과 대출 이자 차액 공시카드를 들고 나온 배경부터 알려주시죠.
<기자>
가장 큰 이유는 서민들 대상으로 이자 장사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입니다.
기준 금리 인상시기에 대출금리 많이 올렸다.
그것도 코로나 이후 생계형 대출이 많이 늘었는데 서민들 대출 이자로 은행들이 배를 불렸다는 생각이 많아진 거죠.
이런 배경에서 새 정부가 예금과 대출이자 공시를 추진하는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실제로 은행들은 얼마나 실적이 늘어난 걸까요?
시중은행은 물론 지방과 인터넷 은행까지 최대 이익을 내고 있다는데 전민정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전민정 기자 리포트>
4지난해 한해 역대급 실적을 낸 금융지주사들이 올 1분기에도 사상 최대 이익을 올렸습니다.
5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했고 이자이익만 1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당초 은행 가계대출이 매월 감소세를 보이면서 지주사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있었던 상황.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 덕에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은행의 이자수익이 두자릿수 급증한 것이 전체 실적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더 가파르게 올라 은행의 예대마진이 커졌고, 이것이 은행들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순이자마진, NIM을 높인 것입니다.
실제 지난달의 경우 예적금 금리가 0.03%포인트 찔끔 오른데 반해, 대출 금리는 0.08%포인트나 크게 오르면서 예대금리차가 3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습니다.
지방금융지주들이 1분기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지방은행의 이자이익 성장세 덕분이었습니다.
특히 지방은행들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80% 수준이어서 금리가 오를수록 이자수익이 전국구 은행들보다 가파르게 늘어납니다.
비대면 대출과 같은 혁신금융서비스로 승부한다던 인터넷뱅크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올 1분기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는데, 이자수익이 60%가까이 늘어난 영향이 컸습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대금리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올해도 은행들의 이자이익 고공행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사실 예대마진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매번 금리 인상 시기나 대출 수요 늘어날 때마다 불거졌었는데 유독 최근에 이 문제가 불거지고 금리차 공시까지 추진되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앞서 전민정 기가 리포트에서 보신 대로 은행들이 최근에 역대급 실적을 냈는데, 은행에서 돈빌린 서민들의 이자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은행들 연도별 예대금리차는 2018년 1.79%에서 2019년 1.70%로 낮아졌다가 코로나를 기점으로 해서 다시금 상승세를 보였습니다.(2020년 1.75%, 2021년 1.80%)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서민들 대출수요는 늘면서 은행들 이자수익도 급증 했는데요.
국내은행 이자 이익은 2020년 41조원을 넘은데 이어 2021년에는 46조원으로 크게 늘었는데요. (2018년 40조 4,698억원->2019년 40조 7,120억원->2020년 41조 1,941억원->2021년 46조 79억원)
코로나 시국에 서민들 대출 늘고 은행들 이자수익도 늘다 보니 서민들 등골 빼서 은행들 배불리는 것 아이냐는 시각이 많아졌고, 이에 정치권에서도 이 참에 은행들 이자 이익 구조를 공개해서 이자 수익을 현실화 해야 한다는 논리가 나오게 된겁니다.
<앵커>
그렇다고 은행들이 배만 불린건 아니지 않나요? 각종 사회공헌도 늘리고, 서민들 위한 상품들도 많이 내놓고 있는데 은행 입장에선 억울 할 수도 있겠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2017년 이후 5대지주와 은행의 사회공헌 액수를 집계해 봤더니 코로나 이전 저금리 시기였던 때에도 꾸준히 사회공헌 금액을 늘려왔습니다.
KB의 경우는 2017년 800억원대 였던 연간 사회공헌 액이 2020년 2000억원대로 급증을 했고 신한 역시 같은 기간 700억원대에서 1700억원대로 2배 이상 늘었습니다.
하나와 우리, NH의 경우는 2017년 당시부터 1천억원 이상의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들 5대 은행들은 코로나 이후 서민들을 위한 금융 상품 출시에도 공을 들여왔는데요.
대표적으로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 사업 정상화 위한 KB 코로나바이러스 특례보증 협약대출이나, 영세상공인 이차보전 협약대출 등이 있습니다.
이 밖에도 은행별 다양한 종류의 햇살론 역시 서민들 위한 대표 금융상품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금융사로서 이자마진을 일정부분 포기하는 상품들 내놓고 취약계층 돕는 공헌활동을 해왔어도 은행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가장 큰 이유는 은행들이 아무리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차주가 직접적으로 체감을 못한다는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홍수피해나 산사태 피해 났을 때 달려와서 나한테 물한병 담요 하나 주는게 더 와닿지 몇 십억 몇 백억 피해지역에 쾌척하는 것이 당장 피해 주민들한테 와닿지는 않잖아요.
때문에 은행들의 사회 환원 방식도 차주들 개개인한테 혜택을 돌려 주는식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예를 들어 대출 받을 때 차주들이 골고루 혜택 볼 수 있도록 우대 금리를 여러 형태로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를 한다든지.
담보요건도 내 형편에 맞게 일정 기준 이하의 자산도 담보로 잡을 수 있게 해준다든지, 상환 여건에 따라 무이자 상환 기간을 적용해 준다든지 이렇게 차주들을 위한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대출 받아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은행 창구만 가보더라도 예금 창구와 대출 창구는 직원들이 고객을 대하는 분위기가 다르잖아요.
<기자>
마치 대출 받는 사람 입장에선 죄지은 사람처럼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담보요건 제출하거나 상환능력 평가 위한 소득증빙 서류 낼 때는 주눅이 들기도 하는데 차주들도 당당하게 대출 받고, 나 이만한 금리 낼만해 라는 인식을 갖게끔 하기 위해서는 은행들의 대출 영업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그리고 또 한가지 의문이 드는 것이 과연 예대금리차 공시를 하고 은행 상품의 원가구조를 드러낸다고 해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 것이냐 하는 문제거든요.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은행도 차주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지금도 예금과 대출상품별 금리는 은핸연합회 사이트에 공시가 되고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상품 금리가 얼마인지 직접 확인 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이렇게 금리차 확인을 할 수 있지만 예금과 대출이자 차이가 줄어든진 않고 있습니다.
그저 시장원리에 따라서 대출 수요가 늘어나니까 대출 금리가 높아진 겁니다.
그런데 이걸 별도로 공시를 한다고 해서 차주들의 이자부담이 줄어들겠느냐는 문제는 좀 다른 쪽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또 은행별로 취급하는 상품군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예금과 대출 금리차를 비교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자칫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 대출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신용등급별로 평균 최저 최고(금리가) 다 공시가 되고 있기 때문에…(은행별로)취급하는 상품들이 조금씩 다를 수가 있어요. 예를 들어서 산업은행 같은 경우는 주택담보 대출을 거의 취급하지 않거든요. 인터넷 전문은행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많이하려고 만든 곳이기 때문에 예대금리차이가 생각보다 클 수 있습니다.]
<앵커>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는 것이 서민들 이자부담을 줄이는데 기여하지 못하고 오히려 은행과 상품을 선택하는데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인데 그렇다면 과연 어떤 측면에서 이익을 가져 올 수 있는지 그 실효성을 다시 한 번 꼼꼼히 따져봐야 겠습니다.
경제부 신용훈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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