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씨, 내연남인 조현수(30)씨가 4일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씨가 결혼 이후 남편의 심리를 지배하면서 착취했고, 조씨와 함께 계획 살인까지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가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와 교제를 시작한 시점은 사건 발생 8년 전인 2011년께다. 그는 이때부터 윤씨의 돈을 받아냈다. 2017년 3월 결혼한 뒤에도 다른 남성들과 사귀면서 윤씨를 착취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공소장에 이씨와 조씨가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윤씨를 상대로 이른바 `가스라이팅`을 했다고 적시했다. 가스라이팅은 상대방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판단력을 잃게 함으로써 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다.
검찰은 이씨가 윤씨의 일상생활을 철저히 통제하면서 극심한 생활고에 빠뜨려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고립시키면서 자신의 요구를 남편이 거부하거나 저항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봤다.
실제로 6천만원 상당의 연봉을 받던 대기업 직원인 윤씨는 이씨와 결혼한 뒤 개인회생을 신청하고 심지어 불법 장기매매를 하겠다는 글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윤씨는 생전에 이씨에게 찢어진 신발을 보여주며 신발을 사달라고 하거나 단전을 걱정하며 밀린 전기요금을 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직장 동료에게 3천원을 보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16년간 대기업에서 근무한 윤씨가 숨진 후 유족이 자취방에서 발견한 그의 통장에는 잔고에 한 푼도 없었다.
윤씨의 매형은 "처남 자취방에 있던 개인회생 서류와 금융권에서 보낸 압류 서류들을 보면 개인 빚만 1억5천만원"이라며 "빈소에서 이씨에게 돈의 사용처를 물었지만 `돈을 많이 썼다`며 죄송하다고만 했지, 그 이상은 얘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윤씨는 결혼 2년 차인 2018년 12월에는 이씨와의 통화에서 "빚이 너무 많아 얼마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그만할까. 지친다"며 흐느끼기도 했다.
이에 이씨가 "정말 그만 만나고 싶어"라고 묻자 그런 건 아니라고 답했다. 이씨는 윤씨에게 "이해한다"며 공감한다는 식으로 표현하면서 심리적 지배를 이어갔다.
윤씨는 사망하기 5개월 전인 2019년 1월에는 조씨에게 문자를 보내 "은해에게 쓰레기란 말 안 듣고 싶다. 은해가 짜증 내고 욕할까 봐 무섭다"라고도 호소했으나 결국 이씨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
윤씨는 결국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께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숨졌다. 검찰은 이씨 등이 수영을 전혀 못 하는 윤씨에게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깊이의 계곡물로 구조장비 없이 뛰어들게 해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살해 당시에도 이씨가 윤씨를 심리적으로 지배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이씨는 윤씨가 계곡물로 뛰어들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자 "내가 대신 뛰겠다"며 다이빙을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에 검찰은 이씨와 조씨가 구조를 할 수 있는데도 일부러 하지 않아 살해했을 때 적용하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아닌 직접 살해한 상황에 해당하는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씨 등은 앞서 2019년 2월과 5월에도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윤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윤씨 명의로 든 생명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