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제주 도심의 첫 특1급 호텔로 문을 열었던 제주 칼(KAL)호텔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제주시는 운영자인 주식회사 칼호텔네트워크가 접수한 제주칼호텔 관광숙박업(관광호텔업) 폐업 신고 건을 지난 21일 자로 수리 완료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로써 제주칼호텔은 오는 30일 개업한 지 4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호텔에서 근무하던 직원들 70여 명은 이달부터 서귀포칼호텔로 근무지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칼호텔은 1974년 2월 18일 오픈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30실 규모의 `제주관광호텔`(현 하니크라운호텔)이 제주 최초의 민영호텔로 명성을 누려왔지만, 칼호텔이 들어서면서 그 판도가 바뀌었다.
제주칼호텔은 지하 2층, 지상 18층, 320객실 규모로 건물 높이가 67m이고, 해발높이는 123.5m였다. 당시만 해도 한강 이남에 만들어진 최대 규모의 호텔이라는 명성을 얻었을 정도다.
제주칼호텔이 제주 지역사회에 미친 충격은 엄청났다.
`신문으로 본 제주관광발전사`(문성민 저)는 `당시 4∼5층 건물도 흔치 않았는데 18층 높이의 호텔 건물이 완공되자 지역사회의 반응은 경이감이라기보다는 냉담함에 가까웠다. 즉, 제주도 관광개발의 발전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한라산의 조망을 방해하는 일종의 천덕꾸러기로 받아들인 제주도민이 적지 않았다`고 평했다.
제주칼호텔이 완공될 당시만 하더라도 제주에 건물 높이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었다.
한라산 조망을 방해한다는 여론이 심해지자 부랴부랴 건물의 허용 고도를 제주칼호텔 높이에 맞추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미 지어진 제주칼호텔은 어쩔 수 없지만, 제주도는 건물 높이를 제주시 55m, 서귀포시 40m로 제한하는 지역별 건축물 고도 제한 규정을 마련했다.
이 시기를 전후해 우리나라 대표 신혼여행지로 떠오른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꾸준히 늘어났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굵직굵직한 국제행사가 연이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등 각종 호재에 힘입어 도내 관광호텔 건립 붐이 일었다.
1980년대 제주그랜드호텔, 하얏트리젠시제주, 크라운프라자호텔 등 200실 이상 대규모 특1급 호텔이 건립됐다.
또 1990년대 이르러서는 제주신라호텔과 파라다이스호텔제주 등이 개관했고, 2000년에 롯데호텔제주가, 2003년에는 라마다프라자호텔이 개관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제주국제자유도시와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초고층 호텔 경쟁이 불붙었다.
지역경제 활성화 목적으로 항공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는 등 도내 건축물 고도 제한이 풀렸기 때문이다.
이후 2014년 2월 제주시 연동에 높이 89.95m, 지하 4층, 지상 22층 규모의 롯데시티호텔 제주가 들어서며 제주 최고층 빌딩으로 등극했다.
6년여 뒤인 2020년 12월 18일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가 제주 최고 높이, 최대 규모 건물 타이틀을 얻고 공식 개장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