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104년 만의 첫 국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신용부도스와프(CDS) 시장 감독 기구는 러시아가 이달 초 달러 표시 국채 2건에 대해 루블화로 이자를 상환한 것은 채무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것이라고 이날 결정했다.
앞서 러시아는 미국 정부의 금지 조치로 미국 은행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지난 6일 달러 국채 보유자들에게 이자를 루블화로 지급했다.
러시아 재무부는 JP모건체이스를 통해 달러로 이자를 송금하려 했지만, JP모건이 미 재무부 승인을 받지 못해 6억4천900만달러(약 8천억원) 규모의 이자 결제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CDS 시장을 감독하는 신용파생상품결정위원회(CDDC)는 투자자들이 달러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러시아가 채무 변제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다고 결정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러시아가 2건의 달러 국채 이자를 루블화로 지급한 데 대해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지급한다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디폴트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러시아는 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러시아 내 특별 계좌에서 루블화를 결제했다면서 디폴트에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부인해왔다.
러시아는 유예기간 30일이 끝나는 5월 4일까지 달러로 이자를 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최종 디폴트 판정을 받게 된다. 러시아가 디폴트를 맞게 되면 볼셰비키 혁명 이듬해인 1918년 이후 처음으로 대외채무에 대한 디폴트가 된다.
CDS는 채권이 부도나면 손실을 보상해주는 보험 성격의 파생상품으로 부도 위험성이 커지면 프리미엄이 상승한다. 다음 달 4일까지 러시아가 달러를 지급하지 못하면 신용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해 CDS 투자자는 손실액을 지급받는다.
JP모건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와 연관된 CDS는 약 45억달러(약 5조6천억원) 규모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서방이 러시아 금융 분야를 제재한 이후 러시아 국채 CDS 프리미엄은 수직 상승했다.
ICE 데이터서비스의 러시아 국채 CDS 프리미엄 자료에 따르면 관련 가격에 반영된 디폴트 가능성은 93%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월 초의 5%, 3월 초의 40%에서 대폭 높아진 것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