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포켓몬빵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연일 `오픈런`이 펼쳐지고 있는 서울의 한 대형마트입니다.
마트 개점까지는 1시간이나 남았는데요.
지금 제 옆에는 포켓몬빵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김윤정 / 서울 청파동: 몇 시부터 기다리신 거예요? 저는 (아침) 7시 반 정도에 와서…]
개점 30분 전이 되자 마트 직원이 나와 입장 순번표를 나눠줍니다.
이날 마트에 들어온 빵은 총 159개.
인당 3개씩 구매 제한이 있어, 54번째로 줄을 선 한 시민은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이른 시간부터 자녀를 위해 줄을 선 한 학부모는 원하는 종류의 빵을 선점할 수 있었습니다.
[김정실 / 서울 효창동: 구하게 돼서 너무 기분이 좋아요. 아이들이 활짝 웃는 것을 생각하면 제 마음이 좋죠.]
SPC삼립이 지난 2월 말 포켓몬빵을 재출시한지 55일 만에 1,400만 개가 팔려나갔습니다.
인기 비결은 빵에 동봉된 포켓몬 스티커 `띠부띠부씰`.
초기 포켓몬빵 품절 대란은 2030 소비자들의 레트로 열풍이 주도했습니다.
당시 인기였던 1세대 포켓몬 캐릭터를 띠부씰로 활용했고, 이름과 제품의 맛도 그대로 재현해 2030 세대의 향수를 자극했습니다.
[이영애 /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 향수 효과(레트로 이펙트) 이런 것들이죠. 예전에 어렸을 때는 되게 편하고 좋았을 때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상대적으로 대외적으로도 어렵고 해가지고 그러다보니까…]
학창 시절보다 높아진 구매력에 마음껏 사들이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포켓몬빵 품귀 현상까지 빚으며 이제는 `한정판`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요즘 아이들에게도 제품의 인기는 어른 못지 않습니다.
[하정혁 / 12세: 포켓몬빵 좋아해요? 네! 구하기 힘들어서 띠부씰 모으는 재미도 있고…계속 편의점 돌아다니면서 하다 보니까 구했어요. (구했을 때) 되게 좋았어요.]
[김레지나 / 13세: (친구들 사이에서) 되게 유행이에요. 카톡 프로필사진에 친구들이 포켓몬빵 사진을 다 올려놓고 자랑하고 있더라고요.]
10대가 주이용자인 틱톡의 ‘포켓몬빵’과 ‘띠부띠부씰’ 해시태그 조회수는 각각 1억 9,900만 회, 5,100만 회에 달합니다.
[허경옥 /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 교수: 득템, 어려운 걸 성취함으로써, 남들도 어려운데 내가 사는데서 오는 희열감 때문에 더 유행하는 것 같아요. 유행? 한번 쫓아가고 싶은 심리? `밴드웨건 효과`가 가장 클거라고 봅니다.]
한 번 유행을 타면 `너도나도 식`으로 퍼져나가는 현상과 함께 저렴한 가격으로 희소성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아이들의 성취심리를 자극한 겁니다.
이달 초 새롭게 출시된 포켓몬빵 시즌2 냉장 디저트류는 더욱 구하기 힘들다고 알려지면서 선점 경쟁이 더욱 과열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예원입니다.
<앵커>
포켓몬빵 소비자의 연령층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열풍이 식지 않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2030 세대의 추억을 소환해 큰 인기를 얻었다면,
지금은 포켓몬빵을 구해달라는 아이들 성화에 부모와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나서면서 명품에 이어 포켓몬 오픈런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포켓몬빵 열풍의 원인 분석과 업계 영향까지 짚어보겠습니다.
유통산업부 신선미 기자 나와 있습니다.
포켓몬빵 왜 이렇게 인기인 건가요?
<기자>
2030세대의 학창 시절 향수 자극, 이것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열풍을 이해하긴 어려운데요.
과거에 포켓몬빵이 출시됐을 때도 큰 인기였지만,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판매 55일 기준 포켓몬빵 시리즈 판매량이 1400만 개를 넘었는데요.
전 국민 4명 중 한 명이 포켓몬빵을 산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 때와 다른 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중고거래 플랫폼이 있단 거죠.
다양한 SNS에서 연일 포켓몬빵이 언급되면서 저절로 마케팅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 정도면 나만 띠부띠부씰을 모른다는 소외감, 그리고 대화에 낄 수 없다는 두려움이 포켓몬빵 구매 대열에 끼게 되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ㅅ브니다.
<앵커>
SNS가 포켓몬빵 열풍에 불을 지핀 셈이군요.
<기자>
`남들이 하는 재미 있고 가치 있는 정보나 경험을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FOMO(Fear Of Missing Out)라고 하는데요.
다른사람과 계속해서 연결되고자 하는 욕망때문에 포켓몬빵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마저도 한 번쯤 사보게 되는 겁니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이게 더 심한데요.
포켓몬빵 스티커 모으기가 일종의 게임이라, 이 놀이에 빠지면 소외될 수 밖에 없죠.
아이가 `나만 없다`며 우울해하면 부모가 이 씰을 구하기 위해 대신 포켓몬런에 뛰어들게 되는 겁니다.
어떤 캐릭터 씰을 득템할 수 있을지 모르는 `랜덤박스` 장치도 포켓몬빵 구매를 자극하는 요소입니다.
희귀씰은 5만원에도 거래되다 보니 마치 복권의 당첨확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장의 복권을 사는 심리와 유사하게 포켓몬빵도 여러 제품을 구매하게 되는 겁니다.
`안 산 사람은 있어도 한 개만 사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앵커>
포켓몬 캐릭터의 힘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기자>
피카츄로 친숙한 포켓몬스터는 일본,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사랑을 받는 캐릭터인데요.
게임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영화만 수십편에 이르고 완구와 카드 게임 등 정말 다양하죠.
때문에 포켓몬은 1990년대생 뿐만 아니라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익숙합니다. 세대를 넘나들며 인기를 누리고 있는거죠.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포켓몬고` 게임도 4년 만에 재소환됐는데요
포켓몬빵 열풍 덕분에 게임 차트 순위에 재진입하며 `차트 역주행`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구하기가 어렵다보니 갖가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요?
<기자>
일부 판매점에선 안 팔리는 상품과 포켓몬빵을 묶어 파는 `끼워팔기`까지 하고 있는데요.
이른바 `포켓몬빵 인질`입니다.
특히 제품 안에 들어있는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스티커인 `띠부씰`은 시세표까지 등장했는데요.
캐릭터의 희소성에 따라 1000원~5만원 사이로 가격이 책정돼 있는데,
159종의 스티커를 모두 모은 이른바 `완성본`은 100만 원을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합니다.
호텔 `미끼상품`에도 등장했는데요.
16만 원짜리 숙박권을 사면 아침 식사와 함께 포켓몬빵 2개를 무료로 제공하는 식입니다.
<앵커>
이 정도로 인기면, 포켓몬빵을 내놓은 SPC삼립 주가도 올랐을 거 같은데요?
<기자>
2월말(2월 25일 기준)과 비교하면 20% 가까이 뛰었습니다.
증권업계는 올해 1분기 SPC삼립의 매출이 7,25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는데요.
이는 1년 전과 비교하면 11% 증가한 규모입니다.
영업이익은 25.5% 증가한 131억원이 예상됩니다.
포켓몬빵이 2월말 출시된 점을 감안하면 2분기 실적은 더 좋을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지난달이죠, 3월 생산수준을 고려한 포켓몬빵의 매출 기여는 70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20여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캐릭터 빵의 원조 국진이빵이 있죠.
당시 월 평균 40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는데, 그 기록을 포켓몬빵이 깬 겁니다.
<앵커>
포켓몬빵이 매달 70억원씩 더 벌어주는 셈인데, SPC 삼립에 70억은 어느정도의 가치인가요?
<기자>
SPC 삼립의 분기별 매출은 평균적으로 7천억 정도입니다.
여기에 포켓몬빵만 분기로 210억이니까, 전체 매출의 3%를 차지합니다.
베이커리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기여도는 더 큰데요.
SPC삼립이 생산하는 빵 종류만 대략 900여종이 넘습니다.
베이커리 전체 분기 매출이 평균 1700억이니, 포켓몬빵이 빵 매출의 12%를 벌어주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포켓몬빵 2탄도 내놨거든요.
2분기부터는 포켓몬빵의 매출 기여도가 70억보다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앵커>
포켓몬빵이 이처럼 실적에 긍정적이다 보니 `왜 더 많이 만들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드는데요.
공급을 늘리면 인기가 떨어지는 `증설의 저주`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박승완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포켓몬빵의 제조사 SPC삼립이 적극적인 생산량 확대를 망설이는 이유로는 `증설의 저주`가 꼽힙니다.
`증설의 저주`는 M&A(인수합병) 경쟁에 성공해 몸집을 키운 기업이 부진에 빠지는 `승자의 저주`에서 유래했는데요.
식품업계에선 2016년을 전후로 유명해졌는데, 제품 인기에 공장을 추가하고 생산을 늘렸더니 오히려 판매량이 줄거나 수익성이 나빠지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8월에 출시된 `허니버터칩`인데, 당시에도 지금 포켓몬빵처럼 품귀 현상에 더해 중고 시장에서 웃돈을 주고 거래되기까지 했습니다.
이에 제조사 해태제과는 180억 원을 들여 2016년 5월 공장 증설을 마무리 짓습니다.
당시 허니버터칩의 제조는 해태제과와 일본 가루비의 합작사가 맡았는데, 2011년 협력을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였습니다.
이 결과 허니버터칩의 생산량은 두 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매출 증가율은 10%에 불과했고, 수익성도 놓칩니다.
결국 해태제과는 출시 첫해(2014년)와 비교해 85.9% 늘어났던 영업이익이 이듬해(2016년) 4분의 1가량(24.9%) 줄었습니다.
<앵커>
잘나가길래 증설을 했는데, 오히려 실적이 꺾였다?
이유가 뭡니까?
<기자>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으로는 과대평가된 매출 예상치가 지목됩니다.
신상품이 출시되면 인기를 끌다가 조정 단계에 접어들게 되는데, 판매량이 최고치에 달할 시점이 해태의 예상과 빗나가면서 발목이 잡힌 거죠.
비슷한 사례로 2011년 8월 출시된 팔도 `꼬꼬면`이 있는데요.
꼬꼬면 덕분에 당시 한국야쿠르트(현 hy)에서 독립하고, 500억 원을 투자해 공장을 추가했지만 매출 증가는 둔화되고, 적자 늪에 빠집니다.
이후 리뉴얼을 진행하고, 후속 제품도 내놔 봤지만 그때의 영광을 되찾진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식품업계가 신상품이 계속 나오면서 경쟁이 치열한데다, 사는 게 쉬워질수록 구매 욕구를 잃는 소비자 심리 역시 포켓몬빵 품귀 전략을 뒷받침합니다.
<앵커>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지만 폭발적인 수요를 따라가기에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SPC삼립은 `생산라인 확대는 없다`는 입장이군요.
증설의 저주 외에 또 다른 이유도 있나요?
<기자>
SPC삼립은 포켓몬코리아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포켓몬빵을 생산하고 있는데요.
계약 기간은 1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증설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죠.
때문에 SPC삼립은 기존 제품의 생산량은 늘리지 않고, 고급 라인업을 확대했습니다.
스티커가 포함된 냉장 디저트 3가지와 빵 1가지를 추가한 포켓몬빵 2탄인데요.
기존 포켓몬빵은 1500원인데 반해 2탄의 냉장 디저트 빵은 2000~3500원으로 2배 가량 가격이 더 높습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마진이 높은 냉장 디저트에, 띠부띠부씰 열풍도 그대로 가져가게 됐다"며 "영리한 전략"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앵커>
계약 기간이 1년 정도군요. 수수료는 얼마나 되나요?
<기자>
SPC삼립은 기밀이라는 이유로 정확히 밝히고 있지만 판매액의 3% 이하로 알려져 있습니다.
업계 평균은 로열티 수수료는 판매액의 3~5%입니다.
포켓몬빵의 경우 1,500원 빵 1개를 팔면 대략 45원이 일본 포켓몬컴퍼니에 지급된다고 볼 수 있죠.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노재팬`을 벌써 잊었냐며 포켓몬빵 열풍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일본 포켓몬컴퍼니는 포켓몬빵 열풍 덕분에 올해 관련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2020년 이 회사의 매출이 50억 달러, 우리돈으로 6조 원입니다.
비상장 회사라 포켓몬빵 수혜 정도는 내년쯤 확인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앵커>
때아닌 포켓몬빵 열풍에 흐뭇한 곳이 또 있다면서요?
<기자>
네, 바로 국내 편의점인데요.
포켓몬빵 덕분에 편의점들이 내놓은 자사 앱의 회원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앱을 통해 사전 주문하면 헛걸음 하거나, 불필요한 대기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는건데요.
편의점 CU의 `핫이슈 상품찾기` 서비스는 높은 정확도가 입소문을 타면서 3월에만 가입자가 1년 전보다 5배 급증했습니다.
포켓몬빵을 찾아 편의점을 순례하는 이들이 늘면서 편의점 PB(자체브랜드)빵 매출도 덩달아 상승했는데요.
1년전과 비교해 빵 매출이 2배 넘게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포켓몬빵을 사러 왔다가 대신 다른 빵이라도 구매해 간 사람들이 많아진 덕분입니다.
<앵커> 유통산업부 신선미 기자였습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