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한 스리랑카가 오는 19일부터 6일간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확보를 위한 공식 협상을 벌인다.
18일(현지 시간) EFE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알리 사브리 스리랑카 재무장관이 이끄는 협상팀은 전날 미국으로 출발, 19일부터 24일까지 IMF와 협상 테이블을 마련한다.
스리랑카는 이번 협상에서 40억달러(약 4조9천억원) 가량의 구제금융을 받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브리 장관은 최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돼 일주일 뒤 긴급 구제금융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는 연료와 의약품 등 필수품 공급을 위해 앞으로 6개월 동안 30억달러(약 3조7천억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리랑카는 IMF는 물론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으로부터도 10억달러(약 1조2천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국제기구로부터 자금을 받을 때까지는 인도, 중국 등 우방국의 도움에 의지할 계획이다.
인도는 지난 몇 달 동안 경유와 쌀 제공, 여신 확대 등을 통해 25억달러(약 3조1천억원)가량을 긴급 지원했으며 20억달러(약 2조5천억원)를 더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스리랑카는 또 석유 등 연료 확보를 위해 인도에 5억달러(약 6천200억원) 규모의 추가 여신 확대도 요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여신 확대, 차관 제공 등 25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지난해 12월에도 15억달러(약 1조8천억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며 지원에 나선 바 있다.
스리랑카의 외화 보유고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19억3천만달러(약 2조4천억원)에 불과하다.
글로벌 금융사 J.P. 모건 등은 올해 스리랑카가 갚아야 할 대외 부채 규모는 70억달러(약 8조6천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한다.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스리랑카 경제는 2019년 부활절 테러, 코로나19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와중에 대외 부채 확대, 지나친 감세와 과도한 자국 화폐 발행 등 재정 정책 실패 등이 겹치면서 최악의 경제난 수렁으로 빠졌다.
외화가 바닥나면서 석유, 의약품, 종이, 식품 등 생필품난이 발생했고 물가는 연일 급등했다. 주유소에는 기름을 사기 위한 줄이 이어졌고, 곳곳에서 정권 퇴진 시위도 발생했다.
결국 정부는 이달 초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때까지 510억달러(약 62조9천억원)에 달하는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일시적 디폴트까지 선언한 상태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이날 새 장관 17명도 임명, 내각 진용도 재구성했다.
앞서 경제 위기가 심화하자 이달 초 총리를 제외한 내각 장관 26명 전원이 사퇴했고, 고타바야 대통령은 야당에 거국 중립내각 구성을 제안한 상태였다 하지만 야당은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한 채 라자팍사 가문의 퇴진을 요구해왔다.
새롭게 임명된 장관 17명 중에는 라자팍사 가문 출신이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마힌다 총리는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