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일지’가 단 2회 만에 마음을 울리는 명대사를 쏟아냈다.
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지난 9일 뜨거운 관심 속에 첫 방송됐다. ‘공감술사’ 김석윤 감독과 박해영 작가의 호흡은 명불허전이었다. 지극히 평범하고 현실적인 인물들의 일상은 매 순간 공감을 안겼고,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정감 넘치는 풍경과 섬세한 감정선은 호평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곱씹을수록 마음에 남는 박해영 표 ‘공감 대사’가 각종 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에 공허한 마음에 큰 파동을 일으킨 1, 2회의 명대사들을 짚어봤다.
# “우리 다 행복했으면 좋겠어. 쨍하고 햇볕난 것처럼, 구겨진 것 하나 없이”…이민기X김지원X이엘, 촌스러운 삼 남매의 사랑스러운 행복소생기
서울에서도 한참 떨어진 산포마을, 나가는 사람은 있어도 들어오는 사람은 없다는 시골동네에 염씨 삼 남매가 살고 있었다. 삼 남매는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들의 문제는 큰 문제가 없는데도 행복하지 않다는 것. 둘째 염창희(이민기 분)는 애인과 이별하며 가슴에 대못이 박혔다. “넌 견딜 수 없이 촌스러워”라는 이별의 말은 염창희를 초라하게 했다. 첫째 염기정(이엘 분)은 사랑이 절실했다. 돈도 없고, 사랑도 없는 삶은 염기정의 성질머리까지 바꿔놓고 있었다. 왕복 서너 시간의 출퇴근길도 고난이었다. 그곳에 청춘을 다 흘린 채로, 그의 인생은 저무는 것 같았다. 막내 염미정(김지원 분)은 인간관계가 버거웠다. 사람들 사이에서 염미정은 언제나 겉돌았다. 그는 무채색의 인생 속에서 지쳐있었다. 이런 삼 남매의 행복을 바라는 염미정의 내레이션은 극을 관통하는 메시지였다. 삼남매의 지친 퇴근길 풍경 위로 흐르는 “우리 다 행복했으면 좋겠어. 쨍하고 햇볕 난 것처럼, 구겨진 것 하나 없이”라는 내레이션은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흔들었다. 지나치게 평범해서 ‘정말 이게 끝인가’ 싶은 삶, 이상하게 조금씩 어긋나는 인생의 한복판에서 던진 한 마디였다.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대사에 시청자들도 공감했다. 삼 남매의 인생에도 쨍하고 해 뜰 날이 찾아올까. ‘구겨진 것 하나 없이’ 반듯하고 따뜻한 행복을 느끼고 싶은 세 사람의 앞날이 궁금해진다.
# 사랑으로 해방하고 싶은 이엘의 마지막 선전포고…“아무나 사랑해도 돼. 아무나 사랑할 거야”
‘모태솔로’ 염기정은 뜨거운 여자였다. 사랑 앞에 열정적인 그는 금방 사랑에 빠지고, 금방 식기를 반복해왔다. ‘매력자본이 어마어마한’ 염기정은 왜 모두가 자신을 선택하지 않는지 궁금했다. 회사에서 안 사귀어 본 여자가 없다고 소문난 이조차 염기정을 건너뛰었다. 염기정은 차라리 짝을 지어주는 조선 시대가 낫다고 생각할 만큼 격하게 외로웠다. “존재하는 척 떠들어대는 말 말고, 쉬는 말이 하고 싶어. 대환데, 말인데, 쉬는 것 같은 말. 사실 나 남자랑 말이 하고 싶어”라는 대사에는 그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염기정은 결국 마지막 선전포고를 던졌다. 아무나 사랑하겠다고. 진짜 아무나 사랑할 거냐고 묻는 동생의 말에 염기정은 속사포처럼 속엣말을 쏟아냈다. “왜 아무나 사랑 못해? 여태 가리고 가려서 이 모양 이 꼴이니? 고르고 고르다 똥 고른다고, 똥도 못 골라보고. 아무나 사랑해도 돼. 아무나 사랑할 거야”라며 굳은 의지를 내비친 염기정. ‘아무나 사랑하겠다’는 선언은 염기정의 성격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대사이자, 앞으로의 전개에 호기심을 더하는 대사였다. 지긋지긋한 인생에서 사랑을 찾아 헤매는 염기정이 어떤 이를 만나 해방하게 될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 ‘주변인’ 김지원의 진짜 속마음, 무채색 인생 속에서 느낀 감정…“모든 관계가 노동이에요.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
염미정의 속마음이 담긴 내레이션은 극 안에서 중요한 포인트다. 말 없이 조용한 그의 내면이 어떤 감정으로 요동치고 있는지, 얼마나 복잡한 감정의 물결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지 표현되기 때문이다. 염미정은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염미정은 언제나 ‘주변인’이었다. 사람들이 말로 자신을 집중하게 만들 때, 염미정은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한 채 조용히 겉돌고 있었다. 사내 동호회를 강요하는 회사, 상사의 거친 피드백, 무리에서 은근히 소외되는 나날들, 모든 것이 염미정을 버겁게 했다. “지쳤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됐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지쳤어요. 모든 관계가 노동이에요.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라는 염미정의 내레이션에는 그런 감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사회에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면 누구나 한 번쯤 느껴본 감정이기도 했다. 염미정의 깊은 속내에 닿은 시청자들은 그를 응원하게 됐다.
# 김지원X손석구 관계 변화의 시작! 반전 엔딩…“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염미정은 무채색 인생을 견디기 위해 상상 속에서 ‘당신’을 만들어냈다. 누군가의 지지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거지 같은 일상도 견딜만한 일이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전남친이 빌려 간 돈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금을 상환하라는 연락이 오자, 염미정은 결국 터져버렸다. 무언가 잘못된 인생이었지만, 그게 무엇인지 확실하지도 않았다. 복받치는 감정을 안고 집에 오던 염미정은 평상에 앉아 술을 마시던 구씨(손석구 분)를 발견하고는 그에게 저벅저벅 걸어갔다. 염미정의 눈엔 매일 술만 마시는 그도 인생을 버티는 것처럼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염미정은 “술 말고 할 일 줘요? 날 추앙해요”라며 뜻밖의 폭탄선언을 했다. 취한 구씨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한 마디였다. “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가득 채워지게. 겨울이 오면 살아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렇게 앉아서 보고 있을 것도 없어요. 낮부터 마시면서 쓰레기 같은 기분 견디는 거 지옥 같을 거예요. 당신은 어떤 일이든 해야 돼요.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라는 염미정의 말은 두 사람 모두를 향한 말이었다. 염미정은 달라지고 싶은 삶에서 변화의 신호탄을 터뜨렸다. 불편한 관계에서 서로를 신경 쓰게 된 염미정과 구씨, 이어 관계의 결정적 전환점을 맞은 두 사람은 어떤 감정을 나누게 될까. 염미정의 대사와 함께 강한 인상을 남긴 2회 엔딩은 앞으로를 더욱더 기대케 했다.
한편, 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3회는 오는 16일 밤 10시 30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