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팬데믹 시즌, 치열한 경쟁과 함께 초고속 성장을 거둔 업종이 있습니다.
바로 이커머스.
하지만 변변한 상장사가 없어서 투자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던 게 사실이죠.
그런데 오는 7~8월이면, 이커머스 업체에 직접 주식투자도 할 수 있게 될 걸로 보입니다.
상장절차가 속속 시작되고 있는데, 그 성공 가능성, 알아봅니다.
먼저 어떤 업체들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지 지금부터 전효성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기자>
e커머스 업체들 가운에 올해 IPO를 추진하는 곳은 컬리와 SSG닷컴, 오아시스마켓 등 3곳입니다.
이들 세 업체, 눈에 띄는 공통점은 가파른 성장세입니다.
매출을 보면요.
컬리는 지난해 1년전보다 64% 성장했고, 오아시스마켓은 50%, 이마트몰과 신세계몰 합병으로 출범한 SSG닷컴도 15.4% 성장률을 나타냈습니다.
차별화된 사업모델로 틈새시장을 개척했고, 지난 2년간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주문이 크게 늘어난 것도 높은 성장세의 배경이 됐죠.
반면 수익성은 아직입니다.
지난해 조 단위 매출을 기록한 컬리와 SSG닷컴, 수 년째 영업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유일하게 흑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오아시스마켓도 지난해 이익은 크게 꺾였습니다.
가파른 매출 성장세 속에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수익성.
바로 이 부분이 IPO 과정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입니다.
이들 기업들은 "필요한 적자"라고 설명합니다.
매출이 늘어날 수록 더 많은 물류센터와 배송인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이를 늘려가는 과정이라는 거죠.
IPO 역시 성과를 달성하는 단계가 아니라, 사업 확장과 투자를 위한 시즌 2의 시작이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일각에선 부정적 견해도 있는게 사실입니다.
사업모델 자체가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 아니냐는 시각입니다.
당연히 수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에 대해서도 적정한 평가가 이뤄졌느냐는 논란도 있습니다.
올해 상장 문을 두드리는 e커머스 3인방, IPO과정에서 주식시장의 혹독한 검증을 거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금까지 상장 문 두드리는 `e커머스 3인방`에 대해 정리해드렸습니다.
<앵커>
유통산업부 신선미 기자 나와 있습니다.
신 기자,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나머지 이커머스들 상장의 성패도 이걸로 미리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주제입니다.
마켓컬리 상장에 대해서 시장의 평가는 좀 어때요?
<기자>
컬리는 새벽배송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혁신 기업`으로 꼽힙니다.
주 타깃이 직장생활하는 40대 여성인데요. 식품 배송을 받기 좋은 시간, 냉장고에 넣기 좋은 시간은 언제인가를 고민해서 새벽배송을 내놓았습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열광했고, 컬리는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충청권과 대구, 부산, 울산으로 새벽배송 서비스 영역을 넓혔는데요.
이로써 전국 대도시 대부분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앵커>
고객의 재구매율도 75%로 높습니다. 컬리 팬이 많다는 얘기일 텐데요.
<기자>
네, 마켓컬리의 또 다른 강점인 큐레이션 덕분입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면 큐레이터가 작품을 수집하고 전시하듯, 컬리는 70개의 엄격한 평가 기준을 통과한 상품만을 판매합니다.
김슬아 대표는 통과된 제품들을 모두 직접 맛보며 관리하는데요.
다른 곳에선 팔지 않는 독점 상품은 물론이고, 어떤 농부가 기른 제품이고, 어떻게 요리하면 좋을지 제안합니다.
때문에 컬리에서 팔면 같은 제폼도 달라보이는 `관리 능력`으로 강력한 `팬심`을 만들어냈습니다.
<앵커>
철저한 관리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컬리가 빠르게 성장했군요. 그렇다면 부정적인 평가는 어떤 건가요?
<기자>
쿠팡과 마찬가지로 창업 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단 겁니다.
매출이 늘었지만, 영업적자도 같이 늘었는데요. 지난해에만 2,1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컬리의 성공요인이었던 새벽배송도 더 이상 차별화 포인트가 아니란 점도 부정적 요소입니다.
지금은 너나할 거 없이 진출하면서 오히려 출혈 경쟁을 불러왔습니다.
특히, 컬리는 IPO를 앞두고 고객과 매출을 늘리기 위해 리빙과 가전, 뷰티 등 비식품으로 상품군을 확대했는데요.
다양한 고객층을 만족시키려다보니 컬리만의 색깔을 잃어버렸단 평가도 나옵니다.
<앵커>
컬리에 대한 시장의 시각도 분분하네요. 컬리의 예상 기업가치는 최소 4조에서 최대 7조 원으로 평가된다구요?
<기자>
4조~7조, 격차가 큽니다. 이 자체로도 기업가치 산정에 시장의 시선이 얼마나 엇갈리고 있는지 알 수 있는데요.
우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쪽은 새벽배송이라는 시장을 개척한 창업주 김슬아 대표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컬리 브랜드 가치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이미 컬리는 지난해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기업가치 4조원을 인정받았거든요.
때문에 이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컬리의 상장 주관사 중 한 곳인 NH투자증권의 인터뷰 들어보시죠.
[김중곤 / NH투자증권 본부장 :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챙긴단 점에서 김슬아 대표가 뛰어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말 투자받은 가격이 4조 밸류다 보니, 그게 하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위로는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
<앵커>
부정적으로 보는 쪽은 어떤 의견입니까? 기업가치를 4조로 평가하는 걸까요?
<기자>
`기업가치 4조도 높다`입니다.
이마트 시가총액이 4조 원이 안 되고, 신세계가 2조 5천억 원 수준이거든요.
커져가는 적자폭을 감안하면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이 평가됐다는 의견입니다.
기업가치는 현재든 미래든 결국 현금흐름에 달린 건데,
영업손실이 커지면 언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을지 실적 추정을 할 수 없고 기업가치 산정도 어렵다는 겁니다.
특히 컬리가 식품 온라인 시장에서 절대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영업적자가 확대되는 것은 상장시 기업가치평가를 훼손시키는 요인이란 설명입니다
<앵커>
상장에 있어 또 다른 걸림돌도 보입니다.
창업자 지분율이 낮아, 컬리 상장 이후 대규모 엑시트 가능성이 제기된다고요?
<기자>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인데요.
컬리의 2021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김슬아 대표의 회사 지분은 5.75%에 불과합니다.
투자 유치를 거치며 김 대표의 지분은 희석된 반면 외부 투자자 지분은 대거 확대됐기 때문인데요.
김 대표보다 지분이 많은 재무적 투자자들만 5곳입니다. 지분율만 50%가 넘는데요.
이들 재무적 투자자들은 언제든지 팔고 떠날 수 있는 미국, 홍콩 등의 외국계 펀드들입니다.
<앵커>
주주 구성을 보니, 상장 후 컬리가 `개미무덤`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기자>
`투자해도 괜찮나`라는 말이 나올만한데요.
일정 기간 보호예수(락업)를 걸어두더라도 이후에는 언제든 매도물량이 대거 풀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미 사례도 있죠. 지난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직상장한 쿠팡이 대표적인데요.
쿠팡의 최대 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는 두 차례에 걸쳐 보유 지분을 내다 팔았습니다. 약 3조3000억 원어치입니다.
2대 주주인 그린옥스캐피탈파트너스 역시 락업이 해제된 이후 지난달까지 총 5차례나 지분을 매각했는데요.
6조 원 상당을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상장 당일 쿠팡의 종가가 50달러에 육박해 크게 이슈가 됐었죠.
그런데 현재는 17달러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으니, 반토막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네요.
<기자>
네, 그야말로 폭락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쿠팡의 만성 적자도 일부 영향을 줬겠지만, 주요 주주들의 엑시트 영향이 커 보입니다.
컬리 또한 지금까지 언급한 여러 변수로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 기업이 될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상장 규제를 완화한 거래소도 컬리 IPO를 앞두고 고민이 많아 보입니다. 전효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전효성 기자]
컬리는 이른바 K-유니콘 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상장을 시도합니다.
지난해 거래소는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기업이 2년 연속 20% 이상의 매출 증가를 보이면 적자기업이라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완화했습니다.
쿠팡 같은 적자 유니콘 기업이 해외 거래소로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컬리의 연평균 성장률은 173.5%, 누적 투자유치액은 9천억원대로, 이 기준에 부합한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입니다
[안지영 / IBK투자증권 연구위원: 불륨이나 트래픽, 이런 지표들이 작년보다 분명히 성장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 여건이 안 좋아서 컬리의 밸류에이션이 어떻게 책정이 되느냐가 고민인 것이지, 상장이 되는 것에는 큰 무리가 없지 않을까…]
하지만 컬리의 지분 구조로 인해 상장심사를 하는 거래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컬리는 그동안 잇따라 투자유치를 하면서 창업주인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은 현재 5%대로 떨어졌습니다.
반면 외부 투자자, 특히 외국계 자본의 지분은 크게 늘었습니다.
IPO 이후 외국계 자본이 주식을 매도해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경우 주가가 크게 흔들릴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거래소는 주가 급락을 막기 위해 `우호지분 확보`와 `주요 외국인 주주의 보호예수기간 설정`을 컬리에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상장 기준 완화 조치가, 자칫 개인 투자자의 무덤이 될까 거래소로서도 고심이 커진 셈입니다.
하지만 거래소의 권고를 컬리가 얼마나 반영했는지, 현재로선 확인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 성장주 밸류에이션이 만만치 않은 걸 알고 있어요. 형식과 실질에서의 고민이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매크로 상황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거래소 측에서도 (부정적으로) 고려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선 특례상장 기업들의 사례도 부담 요인입니다.
바이오 기업들은 기술 특례, 성장성 특례 제도를 활용해 최근 수 년 간 코스닥 시장에 다수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뚜렷한 실적 개선과 임상 성공을 거둔 곳은 몇 곳 되지 않았고, 이들 기업의 주가도 부진한 상황입니다.
주가는 성장성보다는 실적을 따라가는 경향이 강한 만큼, 컬리의 `적자 확대` 흐름은 IPO 이후 주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경제TV 전효성입니다.
<앵커>
컬리가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보호장치를 잘 마련해야겠습니다.
이 외에 투자자들이 또 알아야 할 점이 있나요?
<기자>
네, 현재 컬리는 영업적자 2천억 원 외에도, 5년 안에 갚아야할 리스부채가 2,500억 원정도 된다는 사실입니다.
5년 이후에 갚아야 할 리스부채도 1,500억 원이 넘습니다.
흑자전환하지 않는 이상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단 분석인데요. 인터뷰 들어보시죠.
[박동흠 회계사 : 계속 갚아야하는 리스부채(5년 내 2,500억)까지 고려할 때 영업에서 이익을 못 만들어내면 현금흐름이 좋은 상황은 아니죠. 또 자금조달을 해야한다면 과연 시장에서 이걸 긍정적으로 볼 지...]
이익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쿠팡처럼 자금 조달을 위해 또 유상증자를 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따라서 고객층을 두텁게하기 위해 컬리만의 색깔은 유지하면서도 수익성을 개선해야 합니다.
또한 적은 지분율에도 김슬아 대표가 경영 장악력을 유지해, 시장에 파란을 일으킬만한 또 다른 혁신을 보여줘야한단 점이 컬리의 과제로 남습니다.
<앵커> 유통산업부 신선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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