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 국내 전기차 시장, 차기 정부에서도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 어떤 정책들이 나올 전망인지 또 풀어야 할 과제는 어떤 게 있는 지 살펴봅니다.
산업부 임원식, 신재근 기자 나왔습니다.
먼저 임 기자, 국내 전기차 시장 동향부터 짚어볼까요?
<임원식 기자>
지난 2월 말까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 수는 24만 1천 대가 좀 넘습니다.
4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5배 가까이 증가했고요, 올 들어서만 1만 대 가까이 등록을 했습니다.
전체 자동차 수가 2,500만 대 좀 넘는데 비율로 따지면 0.96% 정도 됩니다.
100대 중에 한 대가 전기차라고 하겠습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차량 생산에 다소 차질을 빚고 있지만 지금의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올 연말 1% 중반 정도 찍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차량용 반도체 부족하다 말이 많지만 전기차 하면 또 함께 떠오르는 게 충전 시설이잖습니까?
충전 인프라 구축 현황은 어떻습니까?
<임원식 기자>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려 해도 발목을 잡는 게 바로 충전 인프라 부족인데요.
전국에 설치된 충전기 수가 7만6천여 대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충전기 한 대에 평균 15~16대의 전기차가 충전을 하는 셈이거든요.
특히 서울,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 체감하는 충전기 부족 현상은 더 심각합니다.
서울에선 24대 정도, 부산에선 30대 정도가 충전기 한 대에 의지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지난 5년 동안 접수된 전기차 관련 민원 3만여 건 가운데 90%가 바로 이 충전과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앵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또한 후보 시절 2035년까지 내연기관 차량을 퇴출하겠다며 전기차 대중화 공약을 내놨잖아요.
대표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었지요?
<임원식 기자>
에너지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고 또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 의문이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일단 대표적인 게 5년 동안 전기차 충전요금을 동결하겠다는 게 있고요.
또 LPG 충전소를 포함해 전국에 주유소가 1만2천 개 정도 되는데 이러한 주유소들을 활용해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를 테면 주유소에 태양광이나 연료전지 같은 분산 전원을 설치해서 전기가 생산되면 그걸로 충전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건데요.
얼마 전 SK가 서울 금천구에 있는 한 주유소에 이러한 충전 시설을 구축해서 처음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주유소가 보통 교통량 많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집이나 마트, 공공시설에 국한됐던 전기차 충전 접근성이 보다 좋아질 테고요,
또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걱정이 많았던 주유소들의 살 길을 열어주는 방안이 될 거란 얘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하려면 기존의 전기사업법이나 안전 규제 같은 것들을 뜯어 고쳐야 합니다.
물론 윤 당선인은 그렇게 하겠다고 공약을 했는데 실제로 이뤄질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충전 인프라 확대에만 걸림돌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전기차 업계 내에도 이른바 `손톱 밑 가시`와 같은 규제들이 여전하다고 하는데요.
신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죠?
<신재근 기자>
그렇습니다.
내연기관 차량 부품 사업을 하다가 과감하게 전기차 쪽으로 돌린 곳,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충전 시설을 만드는 곳도 찾았는데요, 하나 같이 애로 사항들이 많았습니다.
영상 보시겠습니다.
[신재근 기자 리포트]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기 개발업체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급속 충전기(2,350기)를 운영하고 있는 이 회사는 최근 도로 갓길에 주차를 한 채 급속 충전이 가능한 가로등형 충전기를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오는 2030년 지금보다 2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관련 분야에 발 빠르게 뛰어든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충전기를 설치할 때 해야 하는 `전기안전검사`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설비용량 75kW(킬로와트) 이상 충전기에 전기안전관리자를 의무적으로 선임하도록 하는 작년에 새로 생긴 규정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이 회사는 연간 2억 원이 넘는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습니다.
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는 또 있는데, 대표적인 게 `전력 재판매 규제`입니다.
현재는 한국전력만 독점적으로 전력을 판매할 수 있어 충전기 사업자는 쓰고 남은 전기를 되파는 게 불가능합니다.
[양정철 / 에스트래픽 이사: 전력 재판매가 활성화된다고 하면 충전사업자들도 ESG 경영을 통해 다양한 충전요금 책정이라든가 전력 공급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태양광과 연계해서 전력을 소급받아 전기차 충전에 사용할 수 있다고 하면 충전 사업자들도 다양한 상품,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에 들어가는 수소연료전지 부품을 생산하는 또 다른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내연기관 엔진 부품만을 취급하다가 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지난 2018년 전동화 전환을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전동화 전환과 관련된 친환경 부문 매출이 2배 넘게 늘었습니다.
성공적인 전동화 전환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요즘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자동차 부품 전문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양준규 / 동양피스톤 사장: 인력을 수급하는 데 있어서 `수소차`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받고 졸업한 신규 인력을 충원하기가 어렵거든요. 대학 교육에서부터 친환경차에 대한 교육이 뒷받침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력 수급난은 부품 업계 전반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특히 미래차 부문에서 두드러집니다.
미래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국내 소프트웨어 인력은 1천여 명으로, 미국(2만8천 여명)과 비교해 턱없이 모자랍니다.
전문인력 양성이 어려워진 건 `수도권 대학 정원 총량 규제` 때문이란 지적입니다.
수도권 대학은 인구 집중 유발 시설로 분류돼 정원을 늘리는 데 한계에 부딪힌 상황입니다.
전기차 시대를 방해하는 요인은 생산 단계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볼 수 있는데, 전기차 충전 문제를 놓고 벌어지는 주민간 갈등이 대표적입니다.
최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매한 직장인 이다슬 씨.
차량 구매의 기쁨도 잠시, 이 씨는 충전 때마다 전기차 이용자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도 엄연히 아파트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 구역을 이용할 수 있는데 충전 용량이 작다는 이유로 충전할 때마다 눈총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다슬 / 직장인: 전기차주 입장에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가 눈엣가시인 거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전기가 아니어도 가솔린으로도 갈 수 있기 때문에 양보하라는 식인 거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은 늘어나는 데 반해 충전 인프라는 턱없이 모자란 탓에 벌어진 일입니다.
최근에는 전기차 이용자들 간의 갈등도 빈번합니다.
충전이 끝났는데도 차를 빼지 않아 다른 이용자들이 충전에 불편을 겪고 있는 겁니다.
현행법상 급속 충전은 1시간, 완속 충전은 14시간까지만 충전이 허용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하지만 자치구마다 계도 기간을 주는 곳도 있어 갈등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앵커>
현장에서 규제 완화를 바라는 목소리 말고도 또 다른 걱정거리도 있다고요.
<신재근 기자>
정권이 곧 바뀌면서 기존 정책 수혜들이 사라지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인데요.
특히 전기차나 수소차로 갈아타려는 부품 회사들, 사업 전환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지 않습니까?
그래서 지금 정부가 이들 기업들을 대상으로 값싼 대출이나 연구개발비 지원을 해 주고 있습니다.
이 돈으로 미래차 사업에 투자하고 직원도 새로 뽑고 하라는 거죠.
이러한 정책 수혜를 받은 부품회사가 재작년에만 22곳이 되는데 대부분 만족스럽다, 크게 도움된다는 반응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올해 5천억 원을 배정하면서 지원금을 늘렸거든요.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 `지원이 끊기는 거 아닌가` 하며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앵커>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하는 회사들은 어떤가요?
<기자>
전기차 충전기 회사들도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는데요.
충전기 한 대에 보통 160만 원 정도 받는데 보조금이 줄어들까 봐 걱정이 크더라고요.
특히 국내 충전기 회사가 120곳 정도 되는데 20곳 정도 제외하면 사실상 대부분 영세한 곳들입니다.
가뜩이나 대기업과 경쟁하는 것도 힘든데 보조금 마저 줄어들까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입니다.
<앵커>
전기차 잘 만들고 충전소 늘리면 될 일인줄 알았는데 곳곳이 지뢰밭인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전기차 대중화 나아가 탄소중립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서 독점 구조인 국내 전력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전문가 연결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홍익대 전기공학부 전영환 교수 화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전력 시장을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런 입장이신데 어떤 점 때문에 그렇습니까?
<전영환 / 홍익대 교수>
요즘과 같이 전기차 수량이 적을 때는 전기차가 소비하는 전력량이 적기 때문에 그렇게 큰 문제가 안되고 있습니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서 한 번에 충전하는 에너지 양이 많아지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첫번째로 충전 시간이 몰리게 되면 순간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공급해야 되고, 그때 공급하는 전기가 부족하는 경우가 있게 되겠죠.
그리고 아파트 변압계 용량이나 선로도 보강해야 되는 필요도 발생을 합니다.
또 많은 전기자동차가 가지고 있는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로 전력망에 필요로 할 때는 전력망에 거꾸로 공급할 필요도 있게 되는데요.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지역적으로 전기자동차를 모아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 사업자가 있어야 됩니다.
우리나라 전체 전력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전력거래소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으면서 지역적으로 필요한 충·방전 제공망을 서로 공유해야 합니다.
현재는 일부 일정 규모 이상의 재생 에너지만 기업에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이 돼 있는데 한전이 독점적으로 전력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기자동차가 전기를 파는 것이 어렵게 돼 있습니다.
<앵커>
전력 시장을 민간에 개방해야 한다 이런 의견이신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시는 겁니까?
<전영환 / 홍익대 교수>
지금 전력 시장 판매 사업을 단순히 독점하도록 돼 있으니깐 전기자동차 사업자도 전기를 샀다가 팔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민간이 원하는 기업이면 전력 판매 사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개방만 해 주면 되는 거죠, 크게 제도를 바꾸는 게 아닙니다.
한전을 민영화하자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 민영화를 하자는 게 아니고 한전은 한전대로 사업을 계속 하고 민간이 들어가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방만 해 주면 여러가지가 창출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최근 일본도 전력 시장을 개방을 했더라고요.
그러면서 에너지 산업이 크게 성장했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하는데 우려되는 부분도 있거든요.
일단 전기료 비싸지는 것 아니냐 우려들도 있고 또 품질 면에서도 괜찮겠느냐는 지적들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전영환 / 홍익대 교수>
시장을 개방한다고 해서 물리적인 품질이 바뀔 수가 없습니다.
정기적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똑같고요.
단지 돈을 주고 받는 시스템 자체가 바뀌기 때문에 전력 시장을 개방한다고 해서 물리적으로 전기 공급이 불안정해진다는 염려는 전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요.
민영화 논란이 계속될 수 있는데 이전에는 사업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한전을 쪼개서 민영화한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민영화 얘기가 아닙니다.
재생 에너지도 그렇고 전기자동차도 그렇고 새로운 영역이 계속 만들어지기 때문에 새 영역에 대해서 민간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만 하면 된다는 거죠.
그래서 민영화하고는 구별이 가능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 산업부 임원식, 신재근 기자였습니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