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유럽연합도 반도체 패권 확보를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유럽반도체법까지 제정하며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는데요.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각종 규제로 인해 공장 하나 짓는데 10년이나 걸리는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좀 달라질까요?
자세한 내용 산업부 신용훈 기자와 짚어봅니다.
신 기자,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 1등 공신이기도 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도 확고하지 않습니까?
<기자>
글로벌 시장만 놓고 보면 한국의 반도체는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삼성전자의 미국 공장 신설이나 SK실트론의 미국 공장 증설계획 등은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투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문제는 국내에 있습니다.
기업들이 국내 생산라인 증설 위해서 대규모 자금 투자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공장 지을 땅이 마땅치 않은 형편이고요.
핵심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은 형편입니다.
<앵커>
먼저 공장 지을 땅이 마땅치 않다는 것은 부지확보가 어렵다는 이야기 인가요?
<기자>
맞습니다. 부품과 협력 업체 등 연계 효과가 큰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대규모 부지가 필요한데 땅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부지확보 단계에서 보상 문제와 각종 규제가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SK하이닉스가 120조 원 들여서 추진하고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에 2018년 12월에 조성 계획이 발표됐는데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공사를 시작조차 하지 못한 원인은 뭔가요?
<기자>
첫 번째 원인은 수도권 공장 총량제로 정부 심의가 늦어진데 있습니다.
2018년 12월 산업부 업무보고에서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발표됐고 다음해 3월 산업단지계획 승인 신청이 이뤄졌습니다. 일정상 2020년 초에는 산업단지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됐었는데요. 정부 심의가 늦어지면서 지난해 3월 말에야 정부 승인이 떨어졌습니다.
정부 심의에만 2년이 걸린 셈입니다.
<앵커>
심의가 늦어진 배경은 무엇인가요?
<기자>
당초 정부가 반도체는 국가 전략 산업이니 만큼 수도권 공장 총량제 예외로 해주기로 했다가 수도권 이외 자치단체들 눈치 보면서 결정을 계속 미뤘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고요. 또 지역 국회의원들의 반발, 인근 지자체인 안산시에서 환경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 심의가 지연된 원인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원인으로는 주민들 토지보상 문제가 꼽히고 있는데요.
산단조성 소식에 땅값이 올랐고 주민들이 감정가보다 높은 토지 보상을 요구하고 나선 겁니다.
때문에 지금까지 토지 수용률도 3분의 1수준 밖에 안 되고 있습니다.
<앵커>
세계 톱티어 반도체 산업이 정작 홈 그라운드에서는 찬밥신세를 받고 있는 셈인데요.
미국이나 중국,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반도체 산업 육성하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새로운 육성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양현주 기자가 글로벌 국가들의 반도체 산업 육성책을 점검해 봤습니다.
<기자>
반도체 패권 확보를 위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건 미국입니다.
지난해 6월 바이든 행정부는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한 4대 핵심 품목 중 하나로 반도체를 꼽았습니다.
[조 바이든 / 미국 대통령 : 제가 들고 있는 이 칩, 웨이퍼, 또 배터리와 광대역 통신망, 이것들이 모두 인프라입니다.]
미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한국과 대만의 파운드리 공장을 잇달아 유치하며 `반도체 제조 동맹` 구축에 나섰습니다.
미 하원 역시 52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산업 투자 법안을 통과시키며 바이든 행정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중국은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에게 10년간 기업 소득세를 면제해 주는 등 미국보다 더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빅펀드와 중국판 나스닥인 `커촹반`을 통한 자금 지원도 활발합니다.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지난 2020년 한 해에만 2만 여개의 반도체 관련 회사가 설립됐습니다.
유럽연합 역시 반도체를 6대 핵심 전략 산업으로 선정하고, 향후 3년간 1,450억 유로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현재 10% 수준인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입니다.
이 밖에 일본은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대만은 고급 인재 육성과 클러스터 확장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의 반도체 투자 경쟁이 앞으로 5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안기현 / 한국반도체협회 전무 : 각국의 반도체 투자는 5년 이상은 계속 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이 대규모 정부가 지원해서 반도체 제조 시설 구축하고 있는데요. 저희는 반도체 제조 기술을 유럽이나 미국보다 더 빨리 개발해서 초격차 전략으로 가야 합니다. 기술 우위를 갖고 있어야 시장에서의 지배력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올 초에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공포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이른바 반도체 특별법인데요
올해 1월 공포가 됐고, 7월부터 시행됩니다.
주요 내용은 총리실 산하에 별도 위원회 설치하고 인력과 세제 지원, 사업 추진시 행정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 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 법이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어떤 연유에서 인가요?
<기자>
법안이 담고 있는 내용이 업계의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선 반도체 기업이 국내에 시설 투자할 때 최소 25%에서 최대 50%까지 세제혜택 달라고 요구 했지만 법안에는 최대 20%까지만 해주고 특히 대기업들은 10%만 혜택을 주겠다고 돼 있습니다.
그리고 수도권 대학에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 확대해 달라는 요구와 R&D 인력에 한해서 주 52시간 탄력적으로 적용해 달라는 내용 등이 최종 법안에서 제외 됐습니다.
<앵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국가 주력 산업인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 하다는 탄식이 나올 법 한데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패권 다툼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기자>
가장 중요한 것인 핵심 인재 양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매년 1,500명 정도 반도체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의 증원은 수도권 인구 집중화를 이유로 배제가 된 상황입니다.
또 지방대학들은 정부 예산 받아 학과 신설하는데 지방대는 왜 배제 되느냐는 불만들도 쏟아내고 있고요.
반도체 인력 양성에 지역 균형 발전 논리가 개입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문제가 선결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외에 대기업들이 공장 지을 때 세제혜택을 늘려주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사실 반도체 시설투자는 조단위의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대기업 참여가 필수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 특혜 논리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습니다.
해외에서는 반도체 공장 지어달라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주력 산업 육성을 위한 실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새정부에서도 반도체 육성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윤석열 당선인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고,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선도국 지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50조원 이상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인데요.
민관 합동으로 조성한 펀드를 통해서 파운드리와 팹리스 분야를 집중 육성하기로 했습니다.
또 기업들의 연구와 시설투자 분야에 대한 세액공제를 늘리고, 반도체 인련 10만명 양성 공약도 제시 했습니다.
이 밖에 반도체 등 특수 산업에 대해서 주 52시간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그간 업계에서 요구해온 정책들을 대거 수용하는 안을 제시 하고 있습니다.
<앵커>
정책이 부디 실현이 돼서 주력 산업인 반도체 육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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