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에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당장 실거래가 성사되거나 문의가 폭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서울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 아파트의 호가가 이전보다 높게 형성되거나 시중에 나왔던 매물이 회수되고 있다.
지난달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한양의 호가를 보면 전용면적 86.62㎡는 12억∼13억원, 전용 107.92㎡는 14억∼15억원 선이다.
전용 107.92㎡가 1년 전인 작년 3월 10억원(10층)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1년새 가격이 4억∼5억원 오른 셈이다.
이 단지 근처 한 중개업소의 대표는 "주요 후보들이 본격적인 선거 기간 전부터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건 것이 시장에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면서 "선거 결과가 나온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매수에 관심을 두는 문의가 점점 늘고, 매도자가 매물을 거둬들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수요가 많은 서울 등 도심에 양질의 주택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의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정밀안전진단 면제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상계주공아파트 1∼16단지 가운데 공무원 임대 아파트인 15단지와 재건축 사업을 끝낸 8단지(포레나 노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단지가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다.
재건축 사업이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인 곳은 상계주공5단지로, 현재 정비구역 지정을 마친 상태다.
상계동 외에도 하계미성, 중계무지개, 중계주공4단지, 중계건영2차, 태릉우성 등이 최근 재건축을 위한 현지조사(예비안전진단)를 신청했다. 현지조사는 지방자치단체가 눈으로 건물 노후도 등을 파악하는 단계로,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이다.
윤 당선인은 재건축 추진의 걸림돌로 지적돼 온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도 완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재건축 사업의 사업성을 좌우하는 용적률의 경우 법정 상한을 현재 300%에서 500%까지 높여주고, 이를 통해 늘어난 물량은 청년·신혼부부에게 반값 주택으로 분양한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이처럼 그간 재건축 사업을 옥죈 규제가 일시에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자 압구정, 대치, 청담, 잠실, 여의도, 목동 등 서울 주요 재건축 지역 또한 들썩일 조짐을 보인다.
이들 주요 재건축 추진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당장 실입주해 2년 이상 거주할 사람만 주택을 매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가 전세 등 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와 같은 투자 목적의 매수 행위가 원천 금지된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차 전용면적 196.21㎡는 지난 1월 18일 80억원(9층)에 매매 계약서를 쓰면서 직전 최고가인 작년 3월 31일의 64억원(11층) 기록을 갈아치웠다.
작년 말부터 고강도 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인상 압박으로 매매량이 급감한 가운데서도 이 단지는 재건축 추진 기대감 등으로 가격 하방 압력보다 상승 압력이 더 강했던 셈이다.
지난달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심의를 7년 만에 통과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현재 호가가 28억∼31억5천만원에 형성돼있다.
이 단지 근처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고 대출이 전혀 나오지 않는 금액대라 실수요 거래 외에는 이뤄질 수 없다"면서 "지난 1월에 팔린 매매가와 같은 금액의 급매물이 있었는데 이번 선거 결과로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일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